신용스프레드 금융위기 이후 최대치…"통화긴축기 투심 악화에 레고랜드發 악재까지"

신용스프레드 114bp, 2009년 9월 이후 최대치 기록
금리상승기 투자심리 위축, 초우량물 공급 부담도
9월말 이후엔 레고랜드發 악영향까지 더해 겹악재
"신용채권시장 위축 개선 위해 수급부담 완화해야"
  • 등록 2022-10-20 오후 12:04:39

    수정 2022-10-20 오후 9:35:42

[이데일리 이윤화 기자] 회사채 금리(AA-등급)와 국고채 금리(3년물) 간 차이인 ‘신용스프레드’가 114bp(1bp=0.01%포인트)로 벌어져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인 2009년 9월 이후 최대치를 기록했다. 한국은행은 통화긴축 기조 하에서 현금화가 어려운 신용채권 투자 수요가 크게 위축된데다가 한전채·은행채 등 초우량물 발행 확대 구축 효과 등 수요, 공급 요인이 뒤섞인데다가 강원도의 프로젝트파이낸싱 자산유동화기업어음(PF ABCP)에 대한 보증의무 불이행이 악영향을 미치고 있다고 분석했다.



신용스프레드, 금융위기 이후 최대치…투자심리 악화 등 수요요인 커

한은이 20일 발표한 BOK이슈노트 ‘최근 신용채권시장 상황 평가’에 따르면 지난 14일 기준 신용스프레드는 114bp를 기록,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인 2009년 9월 이후 최고 수준을 나타냈다. 이는 과거 장기평균(2012~2021년중 43bp)을 두배 이상 웃도는 것은 물론 코로나19 팬데믹 위기시 고점(78bp)을 크게 웃도는 수준이다.

같은 기간 여전채(AA0) 스프레드도 152bp까지 벌어져 이 역시 2009년 9월 이후 최대치를 보였다. 신용스프레드와 여전채 스프레드 모두 장기시계열로 볼 때 99% 관측치 구간을 넘어섰다. 장기시계열의 99% 관측치 구간은 회사채는 12~74bp(평균 43, 표준편차 10), 여전채는 9~78bp(평균 43, 표준편차 11) 이었다.

한은은 국내외 통화긴축 강화 등의 영향으로 장기금리가 빠르게 상승하는 가운데 주요국의 경기침체 우려가 부각된 6월 중순 이후 신용스프레드가 크게 확대됐다고 분석했다. 신용스프레드 확대폭은 14일 기준 회사채(AA-)가 53bp, 여전채(AA0)는 91bp로 이중 44bp, 74bp가 6월 중순 이후 확대된 것으로 분석됐다.

최근 국고채금리의 빠른 상승에 더해 신용스프레드도 큰 폭 확대되면서 회사채(AA-) 및 여전채(AA0) 금리는 2010년 1월 이후 최고 수준인 각각 5.35%, 5.73%로 높아졌다. 이런 영향에 일반 기업과 금융기관의 시장성 차입을 통한 자금조달 비용 부담도 증가했다.

한은은 최근 신용스프레드 확대 요인으로 금리상승 국면에서 신용도와 유동성이 낮은 신용채권의 투자 수요가 크게 위축된 데다 한전채·은행채 등 초우량물 발행 확대와 이에 따른 신용채권 간 구축효과 등 공급요인도 가세해 수요와 공급 요인이 상존한다고 밝혔다. 여기에 영국發 금융시장 불안 여파가 이어지는데다, 지난달말 강원도가 레고랜드 테마파크 조성을 위해 발행한 2050억원 규모 프로젝트파이낸싱(PF) 자산유동화기업어음(ABCP)에 대해 지급보증을 철회하겠다고 밝힌 뒤 채권시장 전반에 걸쳐 유동성 경색 조짐까지 보이고 있다.

먼저 수요 측면에서는 신용채권에 대한 위험프리미엄이 크게 높아졌다. 기업 예상부도확률(EDF)이 지난 6월 이후 경기위축 우려 등으로 우량·비우량 등급 모두 상당폭 상승(9월 기준 AA등급 0.8% , AA- 3.5%)했고, 국내외 성장경로의 하방 위험이 확대될 것으로 보여 채권시장 전반의 신용위험에 대한 경계감이 높아졌다.

특히 금리 경로 불확실성이 커지면 유동성 선호가 강화되고, 시장불안시 환금성이 제약되는 신용물에 대한 투자유인이 상당히 약해지는데 이중 상대적으로 유동성이 낮은 회사채와 여전채의 경우 ‘투자수요 위축→시장 유동성 추가 악화→채권투자 축소’의 악순환이 반복되고 있다. 회사채 시장에 대한 투자 심리를 의미하는 회사채 초과프리미엄(EBP)이 70bp 수준을 기록, 코로나19 위기를 상회하는 수준으로 확대됐다.

한민 금융시장국 채권시장팀 차장은 “최근 신용위험이 시장 전반적으로 확산되기 보다는 이를 넘어서는 투자심리 위축이 신용스프레드 확대의 주된 요인”이라고 말했다.

이에 더해 금리상승에 따른 평가손실 우려, 투자재원 감소에 제도적 요인이 가세하면서 주요 신용채권 투자기관들의 투자여력이 약화된 점도 가세했다. 증권사와 자산운용사는 금리상승에 따른 평가손실 우려가 높은 데다 각각 채권형펀드 순유출, 주가연계증권(ELS) 관련 여전채 편입 제한 등 투자 확대가 어려운 상황이다. 은행은 투자재원이 상대적으로 여유있는 편이지만, 유동성커버리지비율(LCR) 규제 단계적 정상화 등으로 고유동성자산 인정 등에 불리한 신용채권투자가 제약되고 있다.



특수채·은행채 등 초우량물 발행 수급부담에 레고랜드發 악재까지

신용스프레드 확대에는 공급 요인도 악영향을 주고 있다. 올 1~9월중 신용채권 순발행 규모는 총 49조8000억원으로 코로나19 시기인 2020년(67조6000억원)에 비해서는 적은 규모지만 최근 10년 장기평균(24조8000억원)을 크게 웃돌아 수급 부담으로 작용했다. 신용채권 발행이 특수채·은행채 등 AAA등급 초우량물에 집중되면서 여타 신용채권 수요를 위축시키는 구축효과로 이어졌다. 1~9월중 AAA등급 신용채권의 순발행은 48조원으로 전체 신용채권 순발행의 96%에 이른다. 특히 한전채 발행은 18조3000억원, 전체 신용채권의 36.7%로 기타 신용채권의 수요 구축을 주도했다. 발행이 급증한 한전채 금리가 급등하면서 회사채금리(AA-등급 등) 하단으로 작용해 회사채 신용스프레드 축소를 제약했단 설명이다. 14일 기준 한전채금리(AAA, 3년)는 5.45%, 회사채금리(AA-)는 5.35%를 기록했다.

한민 차장은 “신용스프레드 확대를 요인별로 보면 신용채권시장의 유동성위험 요인의 기여도가 가장 컸다”면서 “최근 신용채권시장 상황이 유동성 위험이 크게 확대됐지만 아직까지는 시장 전반의 신용위험 이슈로는 확산되지 않았다”고 평가했다.

한은은 앞으로도 주요국의 통화긴축 강화 등으로 금융시장의 높은 불확실성이 지속될 것으로 보이는 만큼 단기간 내에 신용채권시장의 위축이 크게 개선되기는 어려운데다가 9월말 이후의 PF-ABCP 시장 불안 등으로 신용경계감이 높아지고 있는 점도 부담 요인으로 작용하는 만큼 기간별 대응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단기적으로는 한전채·은행채 등의 발행 확대에 따른 시장의 수급부담을 완화할 수 있는 방안을 모색해 나가야 하고, 중장기적으로 신용채권시장 유동성 제고를 위한 신용채권시장 활성화 방안도 추진해 나갈 필요가 있단 설명이다.

다만, 채권시장안정펀드(채안펀드) 재가동 이외에도 한국은행의 기업유동성지원기구(SPV)도 필요하다는 지적에 대해서는 금융통화위원회 의결 사안인 만큼 추가 검토가 필요하단 입장이다. 박성진 채권시장팀 팀장은 “레고랜드 여파가 보고서 발표 직전에 터져서 파급 효과는 조금 더 지켜봐야 하지만 최근 신용 위험을 높인 요인으로 작용한 것 같다”면서 “SPV는 금통위 결정 사안이며, 관련 시장 상황을 잘 전달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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