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자금에 로비 의혹까지'..롯데그룹, 창사 이래 최대 위기

10일 신동빈 회장 자택과 집무실 등 전격 압수수색
檢, 비자금 조성혐의 포착..호텔롯데 등 17곳 전방위 수사
호텔롯데 상장, 면세점 재승인, 제2롯데월드 완공 차질 예상
  • 등록 2016-06-10 오후 12:26:48

    수정 2016-06-10 오후 12:56:22

검찰은 롯데그룹 비자금 조성 정황을 잡고 10일 오전 롯데그룹 정책본부, 호텔롯데 등 17곳에 수사관 200명을 보내 압수수색을 실시했다. 압수수색이 이뤄지고 있는 서울 중구 소공동 롯데그룹 정책본부에 관계자들이 드나들고 있다.(사진=방인권 기자)
[이데일리 최은영 기자]국내 재계 순위 5위 롯데그룹이 창사 이래 최악의 위기 상황을 맞고 있다. 면세점 사업권 박탈, 홈쇼핑 영업정지 중징계에 이어 수십억 원대 비자금을 조성한 정황이 포착돼 검찰이 본격적인 수사에 착수했다. 지난해 경영권 분쟁보다 사안이 더 심각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
서울중앙지검 특수4부(부장 조재빈)와 첨단범죄수사1부(부장 손영배)는 10일 오전 서울 소공동에 있는 롯데그룹 정책본부와 롯데호텔, 롯데쇼핑 등 계열사 7곳, 일부 핵심 임원 자택 등 총 17곳에 수사관 200명을 파견해 대대적이 압수수색을 벌이고 있다.

압수수색 대상에는 신격호 롯데그룹 총괄회장의 집무실인 롯데호텔 34층과 신동빈 회장의 평창동 자택 등도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은 또 그룹의 2인자로 통하는 이인원 롯데그룹 정책본부 부회장 등 주요 임원진을 출국금지 조치한 것으로 전해졌다.

신동빈 회장에 대한 수사도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비자금 조성이 사실상 회사 오너인 신 회장의 지시나 묵인 없이는 이뤄지기 힘들기 때문이다. 검찰은 이와 함께 조성된 비자금이 일본 롯데로 흘러 들어갔는지 등 국부유출 여부, 제2롯데월드 인허가 과정에서 정치권 금품로비가 있었는지 여부 등에 대해서도 수사를 확대할 계획이다.

롯데그룹은 이번 검찰수사를 제외하고서라도 대내외적인 위기에 봉착한 상황이었다.

롯데마트는 자체 제작·유통한 가습기살균제로 피해자를 낸 혐의를 받아 노병용 전 롯데마트 대표가 검찰 조사를 받고 구속될 위기에 놓였다. 노 대표는 현재 롯데물산 대표로 연말 완공 예정인 제2롯데월드 건설 사업을 진두지휘하고 있다. 10일 오후 구속 여부가 확정되면 향후 일정에 차질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이에 앞서서는 롯데홈쇼핑이 재승인을 받는 과정에서 비위 임원 명단과 같은 주요 사항을 누락해 미래과학부로부터 ‘9월28일부터 프라임타임(오전·오후 8~11시) 6개월 영업정지’라는 중징계를 받았다.

검찰은 지난 2일 롯데호텔 면세사업부와 신영자 롯데장학재단 이사장 자택 등도 전격 압수수색했다. 현재 수감 중인 정운호 네이처리퍼블릭 대표가 면세점 입점 로비 차원에서 신 이사장 등 롯데 관계자들에게 금품을 건넨 단서를 잡고 사실 확인에 나선 것이다.

이로 인해 6월말로 예정됐던 호텔롯데 유가증권시장 상장은 7월 하순으로 한차례 연기된 바 있는데 비자금 수사 등 더 큰 악재가 겹치며 이마저도 장담할 수 없게 됐다. 만약 혐의가 사실로 인정되면 상장 자체가 무산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신 이사장이 면세점 입점 비리에 연루되면서 면세점 추가 특허에도 빨간불이 켜졌다. 작년 특허심사를 앞두고 경영권 분쟁으로 악화된 여론을 이기지 못하고 월드타워점 사업권을 빼앗긴 롯데는 지난 3일 서울시내 면세점 추가 특허 공고가 나자 월드타워점 사업권을 다시 되찾을 절호의 기회로 여겨왔는데 이번 검찰 수사로 부활을 장담할 수 없게 됐다.

롯데 임직원들은 잇단 압수수색, 중징계 등 거듭되는 악재에 당혹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호텔롯데 상장, 잠실 롯데면세점 재승인, 제2롯데월드 완공 등 그룹의 미래를 좌우할 대형 프로젝트가 도미노로 영향을 받을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롯데그룹 관계자는 “전혀 예상하지 못한 상태에서 압수수색을 당해 상황 파악조차 제대로 못할 정도로 경황이 없는 상태”라면서 “수사 중인 사안에 대해서는 최선을 다해 협조하고 정확한 사실관계를 해명해야겠지만 왜 이런 일이 계속 불거지는지 당황스럽고 안타깝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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