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월 초 KT(030200)가 새로운 사외이사로 활동할 7명의 후보를 공개할 예정인 가운데, 대주주인 국민연금과 현대자동차그룹의 행보가 관심이다.
국민연금은 KT 지분 8.53%, 현대차·현대모비스는 KT 지분 7.79%(3월 3일 기준)를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둘의 차이는 채 1%도 안 난다.
올해 대표이사(CEO)후보자 연속 사퇴라는 초유의 사태를 겪은 KT여서 새로운 리더십을 만드는 과정이 어느 때보다 중요하다.
그런데 이데일리 취재 결과, KT 정관 개정을 맡을 뉴거버넌스 구축 TF(지배구조 개선 TF)에는 국민연금 추천 전문가가 활동 중이고, 현대자동차그룹 추천 인사가 사실상 사외이사를 정할 제 3자 인선자문단에서 활동 중인 것으로 나타났다.
지배구조TF는 사람을 뽑는 게 아니라 제도를 만드는 곳이고, 인선자문단은 20명이 넘는 사외이사 후보들에 대한 1차 평가를 맡는 곳이다.
인선자문단 의견이 사외이사 결정에 커다란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KT의 사외이사후보추천위원회에는 현 사외이사들 4명이 있지만, 3명은 퇴임이사들인 이유에서다.
김수흥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에 따르면 국민연금 공단은 “KT 사외이사 예비 후보를 추천한 바 없다”고 답했다.
KT는 앞서 주식 1주라도 있는 주주들에게 사외이사 후보 추천을 요청했고, 그 결과 회원 1만 9천여명을 보유한 네이버 카페 KT주주모임은 카페 개설자를, KT새노조(제2노조)는 민변 출신의 김종보 변호사를 추천하는 등 19명의 주주추천 사외이사 후보자가 정해졌다. 사외이사 후보는 주주추천뿐 아니라 서치폼 추천도 있어 20명이 넘을 전망이다.
국민연금이 추천한 전문가는 KT의 정관 개정 작업을 하고 있는 지배구조 개선 TF에서 활동하고 있다. 해당 TF에는 조명현 고려대 경영학과 교수(전 한국기업지배구조원 원장), 주형환 세종대 석좌교수(전 산업통상자원부 장관), 김준기 서울대 행정대학원 교수(한국공기업학회 회장), 선우석호 홍익대 명예교수(전 KB금융지주 이사회 의장), 앨리샤 오가와(Alicia Ogawa)컬럼비아대 국제관계대학원 조교수 등 5명이 활동 중이다.
통신 업계 관계자는 “지난해 12월 ‘KT CEO 최종후보 결정에 대한 입장’이라는 제목의 보도설명자료를 한밤에 내는 등 KT 대표 인선에 과도하게 개입한 국민연금으로선 사외이사 후보를 추천하는 데 대한 후폭풍을 걱정했을 것”이라고 해석했다.
현대차그룹, KT 사외이사 심사 영향력
6월 셋째 주 정도 열릴 KT 임시주주총회에선 새로운 CEO 선출 요건 등을 담은 정관 개정 뿐 아니라 7명의 새로운 사외이사 후보들이 정해진다.
현재 KT 이사회는 김용현 이사회 의장(법무법인 대륙아주 변호사·임기 2년 남음) 외에 퇴임 이사인 표현명 한국타이어앤테크놀로지 사외이사, 강충구 고려대 전기전자공학부 교수, 여은정 중앙대 경영학부 교수가 활동 중이다. KT 이사회는 총 8명으로 운영되는데, 표현명·강충구·여은정 이사는 새로운 이사회 구성 업무까지만 맡고 빠진다.
KT의 사외이사후보심사위는 전원 사외이사로만 구성되나, 인선자문단과 함께 심사하는 만큼 인선 자문단 의견이 사실상 절대적이라고 할 수 있다.
외부 인선 자문단은 포스코 등도 운영 중이나, 심사의 객관성을 확보하기 위해 이름은 비공개다. 이처럼 중요한 인선 자문단에 현대차그룹이 전문가를 추천했고, 활동 중이다.
업계 관계자는 “6월 임시주총에서 사외이사를 뽑고, 7월에 차기 CEO를 뽑는 주총을 한 번 더 여는 숨 가쁜 일정을 고려하면 사외이사가 누가 되느냐가 KT 차기 리더십에 매우 중요하다”면서 “사외이사 선임에 절대적인 영향력을 가진 인선자문단에 현대차그룹 추천 인사가 활동하는 것은 그만큼 영향력이 크다고 봐야 한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