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은 출구전략 놓고 채권가 두 애널 `입씨름`

"출구전략 이미 시작" vs "이해부족..과장된 우려"
  • 등록 2009-07-23 오후 2:50:25

    수정 2009-07-23 오후 3:03:16

[이데일리 이진우기자] 채권시장의 두 전략가가 한국은행의 출구전략을 놓고 한바탕 논쟁을 벌이고 있어 화제다.

주인공은 현대증권의 신동준 채권전략팀장과 대우증권의 서철수 연구위원. 모양새는 신 팀장이 22일 '한국은행의 출구전략은 이미 시작됐다'고 포문을 연 것에 대해 서 위원이 같은날 저녁 '동의할 수 없다'면서 '이해 부족에 따른 과장된 우려'라고 맞받은 형국이다.

서 위원은 신 팀장의 주장에 대해 `통화정책의 메커니즘을 충분히 이해하지 못한`이라거나 `통화정책의 스탠스와 수단을 혼동한 결과`라는, 다소 자극적인 표현까지 써가며 입씨름을 관전하는 구경꾼들의 흥미를 더하기도 했다.

어쨌든 두 사람의 논쟁은 현재 채권시장이 갖고 있는 고민을 압축적으로 보여준다는 점에서 주목할만하다.

늘 그렇지만 채권시장이 궁금해하는 것은 금리가 언제쯤 올라갈 것이냐는 것이다. 시장의 시선은 자연히 금리의 오르내림을 결정하는 한국은행으로 쏠린다. 한국은행이 금리를 올릴 준비를 하고 있느냐, 아니냐다. 문제는, 역시 늘 그렇지만 한국은행의 속셈이 뚜렷하게 읽히지 않는다는 데 있다.

신 팀장은 몇몇 사례를 들어 한국은행이 이미 출구전략을 시작했다는 입장을 내놨다. `광의의` 출구전략이라고 전제하기는 했지만 어쨌든 그동안 `완화`라는 깃발을 들고 있던 한국은행이 `긴축`으로 바꾸려는 움직임이 포착된 만큼 시중금리가 올라가는 것은 시간문제라는 설명이다. 금리가 올라갈 것으로 예상하고 베팅한 시장 참가자들의 목소리를 대변한 리포트라고 할 수 있다.

반면 서 위원은 다르다. 아직 한국은행의 출구전략은 시작되지 않았다는 입장이다. 그는 "광의의 출구전략이건 협의의 출구전략이건 출구전략이라고 하려면 정책 기조 자체의 큰 틀이 변화된다는 의미"라면서 "이런 출구전략은 한국은행이 하지 않고 있으며 조만간 할 것 같지도 않다"고 주장했다. 금리가 당분간 오르지 않을 것으로 예상하는 쪽의 손을 들어주는 보고서다.

이처럼 180도 다른 두 사람의 주장은 한국은행이 최근에 한 일에 대한 해석의 차이에서 비롯됐다. 한국은행이 꾸준히 통안채를 발행해서 시중 잉여자금을 흡수하면서 지난 4월초까지 1.5% 수준에서 형성됐던 콜금리를 2% 근방까지 끌어올린 것을 어떻게 해석하느냐가 논쟁의 초점이다.

서 위원은 이를 `전통적이고 통상적인 통화정책 범위내에서 이루어지는 다분히 기술적인 조치`라는 시각이다.

그는 "심각한 위기 국면에서는 넘치는 원화 유동성을 일정부분 의도적으로 방조했던 부분도 있었으나 이제 그러할 정도의 필요성은 크게 줄어들었기 때문에 그와 같은 보험적 성격의 관대한 유동성 관리에서는 벗어나는 정도의 정상화 과정을 겪고 있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이러한 상황을 광의의 EXIT이 진행 중이고 한다면 이는 통화정책의 메커니즘을 충분히 이해하지 못한 가운데 불필요한 불안심리를 자극할 위험성이 있다"고 일축했다.

그는 "물론 향후 언젠가는 EXIT할 것이며 관건은 당연히 그 시점이지만 적어도 현재 한은은 그러한 생각을 갖고 있지 않는 것으로 보이며, 당분간 그러한 상황이 유지될 것"이라고 했다. 금리의 칼자루는 한국은행이 들고 있는데 한국은행은 움직이지 않을 것이라는 뜻이다.

반면 신 팀장은 이를 정상화의 과정이라는 점에 동의하면서도 건전성이 충분히 확보된 단기자금시장에서부터 출구전략을 시작한 것이라고 해석한다. 신 팀장은 "금리인상까지 시간이 남아있다는 사실보다는 금리인상이 아니더라도 비전통적인 유동성 공급의 정상화를 통한 광의의 출구전략이 이미 시작되었다는 것이 중요하다"면서 "채권금리는 이를 선반영하여 상승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한국은행이 당장 움직이든 당분간 움직이지 않든 이미 시장은 금리를 움직이고 있고 앞으로도 그럴 것이라는 뜻이다.

시장 일각에서는 두 사람의 이런 논쟁이 6개월 안쪽의 단기적인 금리 변동에 초점을 맞춘 것이라며 큰 줄기에서는 다르지 않은 것이라는 의견도 내놓고 있다. 한 채권 딜러는 "출구전략이 시작되었건 아니건 문제는 표현의 문제가 아니라 (출구전략을) 언젠가 해야 하고 할수만 있다면 해야 한다는 당위성이 시장을 지배하면 그게 실질인 것"이라고 말했다.

이데일리
추천 뉴스by Taboola

당신을 위한
맞춤 뉴스by Dable

소셜 댓글

많이 본 뉴스

바이오 투자 길라잡이 팜이데일리

왼쪽 오른쪽

스무살의 설레임 스냅타임

왼쪽 오른쪽

재미에 지식을 더하다 영상+

왼쪽 오른쪽

두근두근 핫포토

  • 생각에 잠긴 손웅정 감독
  • 숨은 타투 포착
  • 손예진 청순미
  • 관능적 홀아웃
왼쪽 오른쪽

04517 서울시 중구 통일로 92 케이지타워 18F, 19F 이데일리

대표전화 02-3772-0114 I 이메일 webmaster@edaily.co.krI 사업자번호 107-81-75795

등록번호 서울 아 00090 I 등록일자 2005.10.25 I 회장 곽재선 I 발행·편집인 이익원 I 청소년보호책임자 고규대

ⓒ 이데일리.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