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오현주 기자] 케냐에 사는 마사이족 추장이 거느린 네 부인 중 세 번째라는 서른여덟 살 여인의 하루치 식탁을 보자. `우갈리`라 부르는 진한 옥수수가루 죽 400g, 바나나 한 개, 우유와 설탕이 들어간 홍차 두 잔, 물 2리터가 올라가 있다. 800kcal다. 반유목민인 마사이족은 대대로 육류와 선지, 풍부한 양의 우유로 식사를 했다. 하지만 정치적 혼란과 개발이 이들의 식탁을 바꿔 버렸다.
이제 영국으로 가보자. 학교 도우미로 일하는 세 아이의 엄마인 서른세 살 주부는 달걀샌드위치 2개와 비스킷 8개, 홍차와 우유 두 잔으로 아침식사를 한다. 햄앤치즈 샌드위치로 간식을, 베이컨 샌드위치 2개로 점심을 먹는다. 티타임엔 닭고기 306g, 저녁엔 돼지고기 소시지 8개 등을 해치우고, 초코바와 초콜릿 케이크 등이 자기 전 간식이다. 어마어마하게 먹어치운 양은 1만2300kcal에 달한다.
누구나 먹는다. 무엇을 얼마나 먹는가가 다를 뿐이다. 그 차이를 찾아 30개 나라에 흩어져 살고 있는 80명 사람들이 실제로 섭취한 하루치 음식을 살폈다. 그리고 `어느 평범한 하루`에 이들이 먹은 음식과 칼로리에 담긴 숨은 이야기를 600장의 사진과 함축적인 글로써 나열했다.
인도의 탁발고행승, 중국의 곡예사, 이스라엘의 랍비, 일본의 스모선수, 스페인의 투우사, 미국의 철골 노동자까지 국적과 직업이 다른 만큼 이들이 차린 밥상도 천차만별이다. 70억 지구인의 식사를 80가지로 줄여놓는 시도를 통해 책은 결국 “우리는 우리가 먹는 것 그 자체다”라는 데 의미를 부여했다.
| ▲ 케냐 마사이족 추장 부인인 눌키사루니 타라콰이가 비쩍 마른 소들을 배경 삼아 800kcal 하루치 음식을 차렸다(사진=윌북).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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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사`로 포장되는 먹는 것에는 개인의 정체성뿐만 아니라 문화와 일상, 그들이 살고 있는 세계까지 드러난다. 중국의 한 익스트림 게이머는 하루종일 인터넷 카페에 앉아 시켜먹는 마파두부, 닭고기에 흰쌀밥 등으로 1600kcal를 섭취한다. 1600kcal는 미국 체중감량캠프 참가자가 섭취하는 양이기도 하다. 사과팬케이크, 땅콩버터와 잼 샌드위치, 닭고기와 샐러드 등을 먹는다.
지구촌 식생활에 대한 적나라한 현주소를 짚어내며 책은 오늘 하루 당신은 얼마나 먹었는가를 물어나간다. 한계치는 과도한 부족과 과중한 편중을 수치로 드러낸 800kcal에서 1만2300kcal에 걸쳐 뒀다. 굶어죽기 직전의 사람과 살기 위해 그만 먹어야 하는 사람의 경계다.
| ▲ 영국 런던 북서부 집에서 질 맥티그가 폭식중독에 빠졌을 때 먹는다는 1만2300kcal 하루치 음식을 펼쳐 놨다(사진=윌북).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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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학과 환경 문제를 다룬 국제적인 보도사진을 찍어온 사진기자 피터 멘젤의 사진에 그의 아내인 TV뉴스 프로듀서 출신 작가가 글을 보탰다. 작가 페이스 달뤼시오는 전작 `헝그리 플래닛`에서 1주일치 식품을 늘어놓은 가족사진과 함께 그들의 일상을 소개하기도 했다. `칼로리 플래닛`은 먹는 문제를 개인의 차원으로 내려온 결과물이다.
필요와 공급의 불균형이 차려진 식탁 위에 책은 그 어떤 편견도 올리지 않았다. 지구와 인간 건강에 영향을 미치는 상식적 통념도 생략했다. 무엇이 옳은 것인지 늘어놓는 흔한 잔소리도 없다. 80인 식탁에 포함될 자신의 음식에 대한 판단은 전적으로 독자에게 맡겼다. 어려운 요구는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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