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은 지난달 서울에서 열린 2차 FTA 협상때만 해도 포지티브 리스트 시스템의 재검토를 요구하며 협상을 파행으로 이끈 바 있다.
포지티브 리스트 시스템은 인정받은 신약이라고 해도 모두 건강보험 적용 대상에 포함하지 않고 가격대비 효과가 우수한 의약품만 선별 등재하는 것으로 적정한 수준의 약가 책정과 건강보험 재정 건전화가 목적이다.
◇美, `포지티브 리스트` 전격 수용
정부는 11일 미국이 건강보험 약제비 적정화를 위해 한국 정부가 추진하고 있는 `포지티브 리스트 시스템`을 전격 수용했다고 밝혔다. 포지티브 리스트 시스템은 이미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가운데 80%가 시행하고 있는 보편적인 제도이다.
◇미 복안 ①의약품에 대한 강력한 특허권 부여
이와 관련, 지난 10일 국회에서 열린 `약값개혁, 한미FTA 협상대상인가` 토론회에서 전만복 보건복지부 FTA협상단 의료분과장은 "미국이 협정문 초안에 유사 의약품에 대한 특허인정을 요구했다"고 말했다.
미국이 자국 신약의 특허기간 연장과 함께 똑같은 약뿐만 아니라 비슷한 약도 만들지 못하도록 특허권을 강화하겠다고 요구한 사실이 뒤늦게 처음 확인된 것. 이는 미국과 FTA를 체결한 다른 국가에서는 찾아볼 수 없는 이례적인 독소조항이다.
이상이 제주의대 교수는 "정부가 미국의 이런 요구를 받아들일 경우 의약품 관련 특허를 다수 보유한 미국의 다국적 제약사가 독점적 권리를 누릴 가능성이 매우 높고 국내 제약산업의 위축이 불가피하다"고 우려했다.
◇미 복안 ②협정 이행 감시 기구
미국은 또 FTA 이행 여부를 감시할 기구를 두고 양국 관계자가 참여하는 독립적인 이의신청 기구를 설치하자는 주장도 내세우고 있다. 이런 기구들을 만들 경우 호주처럼 한국의 제약 주권이 침해당할 소지가 매우 높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우석균 보건의료연합 정책실장은 "미국이 포지티브 리스트를 수용하더라도 독립적 특허연장을 한국이 받아들이면 사실상 껍데기에 불과한 협상이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우 실장은 "정부가 미국의 요구에 대응해 한국 의사·치과의사·약사 면허를 미국도 인정해줄 것을 요구하고 있다고 밝혔지만 이는 국내 제약산업을 위한 적절한 대처법이 아니다"라고 비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