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택수요 규제의 역설..주말 21만명 청약광풍

8·2대책 이은 10·24 대출 규제에
조급해진 실수요자 견본주택 몰려
공급대책 없는 부동산정책 한계
투기 잡으려다 실수요자 피해 우려
  • 등록 2017-10-29 오후 7:10:00

    수정 2017-10-29 오후 7:10:00

서울 강동구 상일동 ‘고덕 아르테온’ 모델하우스 입구에 입장을 기다리는 방문객들이 길게 줄을 늘어서 있다. 현대건설 제공.
[이데일리 성문재 기자] 전국에 청약 광풍이 불고 있다. 정부의 강도높은 부동산대책에 이어 내년부터 금융권 대출 받기가 까다로워지면서 자금력이 부족한 주택 수요자들이 허겁지겁 분양시장에 뛰어든 것이다. 현금이 부족해 은행 중도금 대출을 활용해야 하는 청약 대기자들은 내집마련 여건이 더 어려워질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면서 정부의 대출 규제 시행 이전에 주변 시세보다 낮은 분양가나 유리한 입지조건 단지에 몰려들고 있다는 분석이다.

그동안 내 집 마련을 망설였던 수요자들까지 청약시장에 가세하면서 서울 재건축·재개발 일반분양 단지는 물론 수도권 관심단지의 모델하우스에는 지난 주말 수만명의 인파들로 북새통을 이뤘다. 정부의 주택시장 과열을 막기 위한 규제가 오히려 청약시장의 경쟁률을 높여 오래 전부터 청약을 준비해온 실수요자들이 피해를 볼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정부의 ‘10·24 가계부채 종합대책’ 발표 이후 지난 27일 처음으로 문을 연 서울지역 5개 단지의 모델하우스에는 29일까지 주말 사흘간 약 10만명의 예비 청약자들이 몰렸다.

올 들어 서울 재건축 최대 규모의 분양물량으로 관심을 모은 ‘고덕 아르테온’(강동구 고덕주공3단지 재건축)의 경우 4만2000여명이 모델하우스를 찾았다. 3.3㎡당 분양가가 2346만원으로 예상보다 저렴하게 나오면서 입주 후 시세차익이 ‘로또 아파트’ 수준이 될 것이라는 기대감이 내방객 숫자로 고스란히 반영됐다.

녹번역 e편한세상 캐슬과 사가정 센트럴 아이파크, 백련산 해모로, 문래롯데캐슬 뉴스테이 등 서울 관심단지의 모델하우스 앞에도 긴 줄서기 행렬이 이어졌고, 내부도 평면과 마감재 등을 살펴보려는 사람들로 발 디딜 틈이 없었다.

부평 아이파크, 시흥시청역 동원로얄듀크, 광주 그랜드센트럴 등 수도권과 지방 모델하우스에도 사흘간 10만명 이상이 방문했다. 내방객 숫자를 공개한 전국 10개 단지 모델하우스에만 21만3000명이 다녀간 것으로 집계됐다.

그래픽=이동훈 기자
청약접수 현장의 열기도 뜨겁다. 서울 영등포뉴타운 1-3구역에 들어서는 ‘영등포뉴타운 꿈에그린’ 아파트는 지난 25일 1순위 청약에서 평균 21.35대 1, 최고 39대 1의 경쟁률로 전 평형 마감했다. 27일 모델하우스 현장에서 접수가 이뤄진 오피스텔 청약에는 대기 행렬이 장사진을 이뤘다.

전용 85㎡ 이하 100% 청약가점제가 처음으로 적용된 서울 서대문구 가재울뉴타운 ‘래미안 DMC 루센티아’의 당첨자 결과에서도 열기가 증명됐다. 전용 59㎡, 114㎡의 평균 당첨가점이 각각 60점, 62점을 기록했고 84㎡에서도 5개 타입 중 2개 타입의 평균이 60점을 찍었다. 강남권 인기단지의 당첨가점 평균이 60점대였던 것을 감안하면 비강남권 단지임에도 무주택 실수요자들이 대거 청약에 나섰다는 분석이다.

이번주에도 전국에서 15개 단지가 새로 모델하우스를 열고 30개 단지, 2만여가구가 청약접수를 받는다. 함영진 부동산114 리서치센터장은 “내년 이후 대출받기가 더 어려워지기 전에 내 집 마련을 하려는 실수요자들이 몰리면서 분양시장 열기가 더욱 고조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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