뚜레 ITU 사무총장, 미국 진정 나서..한국은 '중립'

인터넷 통제두고 미국 vs 중국·러시아 대립..통신사들은 중국편
한국은 중립적..14일 개정안 서명후 국제전기통신세계회의 종료
  • 등록 2012-12-04 오후 3:02:49

    수정 2012-12-04 오후 6:07:42

[이데일리 김현아 기자] 인터넷에 대한 통제 권한 이전을 두고 미국과 중국·러시아가 갈등하는 가운데, 하마둔 뚜레 ITU 사무총장이 미국의 반발을 최소화하기 위한 입장을 밝혀 관심이다.

뚜레 ITU 사무총장은 지난 3일 국제전기통신세계회의(WCT-12) 개막식 연설에서 “이번 회의는 ITU에서 인터넷 통제권한을 갖겠다는 게 아니다”라면서 “그러나 인터넷이 성장하려면 표준 등에 대한 국제적인 협의가 필요하다”고 한발 물러섰다.이는 ‘인터넷 업무를 ITU에 포함하는 것은 인터넷에 대한 국가통제를 명문화하는 것’이라는 미국과 유럽의회 등의 반발을 고려한 조치로 풀이된다.

유엔 산하 국제전기통신연합(ITU)은 14일까지 두바이에서 국제전기통신세계회의(WCIT-12)를 열고 있다. 방송통신위원회를 포함해 전 세계 193개 국가 정부 규제기관 대표들이 참석하고 있다.

미국 vs 중국·러시아 인터넷 통제 논란..통신사는 중국편

현재 인터넷에 대한 통제는 비영리 민간단체인 국제인터넷주소관리기구(ICANN)에서 하는데 중국과 러시아, 아랍 등은 ICANN 정책이 구글 등 미국 기업의 이익에만 파묻혀 있다고 비판하고 있다. 이에 따라 중국 등은 국제전기통신 규약(ITR)을 개정해 ITU에 인터넷에 대한 통제 권한을 부여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여기에는 도이치텔레콤, 오렌지, 텔레포니카 등 유럽의 통신네트워크사업자들도 동의하고 있다. 유럽통신사업자연합회는 ITR 을 개정해 트래픽을 유발하는 인터넷 기업에게 망 사용료를 부과할 수 있는 방안을 강구해야 한다고 각국 정부에 로비해 왔다.

그러나 미국은 이에 강력하게 반발하면서 국무부가 직접 통신업체 보다폰 출신의 테리 크래머를 전권대사로 임명하기도 했다. 두바이 회의에도 필립 버비어 정보통신대사, 테리 크래머 대사, 줄리어스 제나카우스키 FCC(연방통신위원회) 위원장 등을 파견해 인터넷에 대한 통제 권한이 ITU로 넘어가는 것을 저지하고 있다.

미국의 인터넷 기업 구글 역시 이례적으로 자사 홈페이지 메인 화면에 ‘인터넷 개방성 서명운동’을 벌이는 등 비판 수위를 높이고 있다.

한국은 중립적..인터넷 트래픽 관리 내년에도 논의하자

인터넷 트래픽 관리와 정보보호 등에 대한 이슈는 다섯번 째 위원회 워킹그룹2에서 논의되는데, 우리나라도 참여하고 있다.

두바이 회의에 참석 중인 이태희 방통위 통신정책기획과장은 “개막식 이후 각 위원회의 장이 정해지고 워킹그룹을 중심으로 인터넷 업무에 대한 논의가 시작됐다”면서 “국익에 가장 유리한 방향으로 논의를 이끌어가겠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우리나라가 일방적으로 어느 한 쪽 편을 들기는 어렵다고 예상했다. 내년 10월 한국에서 열릴 예정인 사이버스페이스 총회와 2014년 ITU전권회의 등에서 인터넷 트래픽 관리나 통제여부를 공론화해 나가자는 얘기다.

업계 전문가는 “중국과 러시아, 제 3세계 국가들이 미국 중심의 인터넷 정책에 반발했지만, 미국이 각국 정부를 설득하는 바람에 일본, 캐나다, 유럽연합 대부분의 국가들이 미국에 동의하게 돼 두바이 회의에서 인터넷 통제 권한이 ICANN에서 ITU로 넘어가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우리나라 역시 국가 트래픽 통제가 명문화됐을 경우 게임 등 콘텐츠 업체가 입을 수 있는 손실과 카카오톡 등 대용량 트래픽 유발에 따른 통신사들의 차세대 네트워크 투자 여력 문제를 심각하게 고민할 수 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부연했다.

이계철 방송통신위원회 위원장(오른쪽)이 지난 8월 6일 제9차 APEC 장관회의가 열리는 러시아 상트페테르부르크에서 미국 대표인 필립 버비어(Philip L. Verveer) 미국 국무부 정보통신 대사와 양자회담을 했다. 이번 두바이 회의 의제가 논의됐는데, 당시 이계철 위원장은 “국제전기통신규약은 기본적으로 기술 중립적이고 서비스 중립적으로 구성돼야 한다”고 말했다.


◇국내 통신3사도 참여..14일 개정안 서명후 종료


두바이 회의에는 방통위 김충식 부위원장 등 공무원과 한국정보통신기술협회(TTA), 정보통신정책연구원(KISDI)는 물론 KT(030200), SK텔레콤(017670), LG유플러스(032640) 관계자들도 참석했다. 국내 통신사들도 유럽 통신사들과 마찬가지로 인터넷트래픽 관리가 ITU에서 의제로 다뤄지기를 원하고 있다.

두바이 회의에 참석 중인 김효실 KT 상무는 “통신망의 가치를 반영해 새로운 인터넷 거래질서를 만들어야 한다”면서 “구글과는 반대 의견이며, 유럽통신사업자연합회, 중국 통신회사 등과 이야기를 하고 있다”고 말했다.

인터넷 통제 권한 이전 뿐 아니라, 과금 및 로밍, 국제통신서비스의 이중과세 방지 등도 논의되는데, 과금과 로밍의 경우 개별사업자간 정산원칙에 따라 시장 상황에 맞게 ITR 규정이 변할 전망이다. 이번 회의는 각국 대표단이 14일 새로운 개정안에 서명하는 것으로 종료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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