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데일리 오현주 선임기자] 수화 김환기(1913~1974)의 청록색 전면점화 ‘무제’(1969∼1973)가 15억원에 팔렸다.
19일 서울 종로구 평창동 서울옥션 스페이스에서 진행한 ‘제145회 미술품 경매’에서 ‘무제’는 시작가 14억원에 출발해 15억원을 부른 현장 응찰자에게 낙찰됐다. 추정가 16억∼25억원으로 이번 경매의 최고가 작품으로 기대를 모았던 ‘무제’는 결과만 놓고 볼 때 아쉬운 성적표를 받게 됐다.
‘무제’는 유독 잔잔한 화젯거리로 화제를 모았다. 김환기가 타계하기 한 해 전까지 붙들고 4년여 간 고심한 작품. 그런 이유에선지 그의 부인 김향안(1916∼2004)에게는 ‘팔고 싶지 않은’ 그림이었다. 특히 김환기가 세상을 떠난 뒤 1978년 10월 프랑스 파리에선 연 국제아트페어 피악(FIAC)에서 있었던 ‘Not for Sale’(이 작품은 팔지 않습니다) 에피소드가 가슴을 적셨다. 화랑전시에선 좀처럼 보기 힘든 이 문구를 아내 김향안이 작품의 뒷면에 써넣은 것이다.
무엇보다 드문 청록색으로 눈길을 끌었다. 국내 미술품 경매 최고가 1∼6위를 휩쓸고 있는 김환기의 전면점화 중 절반인 3점이 푸른계열. 그외에는 노란색과 잿빛. 물론 시장에는 붉은색·검은색 전면점화가 간혹 소개되기도 했다. 하지만 청록색은 거의 없었다. 86.5×60.7㎝ 사이즈로 30호쯤 되는 화폭은 작은 틈도 주지 않고 무수히 채워 넣은 점과 점의 향연이다. 청록의 얼룩과 번짐, 그를 둘러싼 테두리의 농도와 질감은 역동적인 리듬감으로 각자의 생태계를 꾸려냈다.
|
근현대부문에 함께 나선 천경자의 ‘여인’(1977)은 7억 5000만원, 장욱진의 ‘풍경’(1986)은 1억 6000만원, 박수근의 ‘나물 캐는 소녀들’(1961)은 3억 1000만원을 부른 새 주인을 찾아갔다.
아울러 조선 말기 최고의 초상화가가 그린 석지 채용신(1850∼1941)의 ‘고종황제어진’(1920)은 2억원에, 1748년의 무진통신사행을 그렸다고 추정하는 길이 10m의 ‘조선통신사행렬도’는 1억 7500만원에 낙찰됐다.
서울옥션은 이번 경매에 출품한 171점 중 128점을 팔아 75%의 낙찰률을 써내며 90억원의 낙찰총액을 기록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