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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도 시화·반월국가산업단지에 입주한 자동차부품업체 A사는 최근 베트남으로의 공장 이전을 추진하고 있다. 올해 최저임금이 16.4%나 인상된데다 근로시간도 주 68시간에서 52시간으로 줄어들면서 더이상 한국에서의 경영 의지를 잃었기 때문이다. 국회 환경노동위원회는 27일 이같은 내용을 담은 근로기준법 개정안을 의결했다.
24시간 공장을 돌려야 하는 업종 특성과 40인 미만이라는 영세한 기업 규모를 감안하면 근로시간 단축은 A사에겐 ‘사형선고’나 마찬가지다. 특히 이번에 의결된 근로기준법 개정안은 ‘30인 미만’ 사업장의 특별연장근로만 한시적으로 허용키로 했다. 40인 미만인 A사와 같은 ‘어중간’한 영세기업들은 법의 유예도 받지 못한다.
이날 반월산단에서 만난 A사의 배모 대표는 “이렇게까지 중소기업들을 사지로 몰고 있는데 우리가 굳이 한국에서 사업할 의미가 있느냐”며 “국내에선 더이상 자구책을 마련할 수 없어 최근 베트남 호치민에 있는 한 산업단지에 공장 이전 부지를 물색하기 위해 다녀왔다”고 말했다.
특히 ‘3D’(힘들고·더럽고·위험한) 업종으로 분류되는 주물업계는 아사 직전이다. 인천 서부산업단지에 입주한 주물업체 B사는 근로시간 단축까지 현실화되면서 총 직원 90명 중 44%를 감원할 계획을 추진키로 했다. 이 회사는 연매출 200억원 수준에 수출 비중도 60%에 달하는 비교적 큰 규모의 주물업체다.
B사의 이모 대표는 “2명이 하던 일을 3명이 하자는 게 골자인데, 주물업종 현실상 외국인 근로자들도 잘 안 오는 판국에 근로시간 단축이 현실성이 있는 얘기인가”라며 “올초 인상된 최저임금을 납품단가에 반영도 못하는 상태에서 근로시간까지 줄면 근로자를 줄이고 사업 자체를 축소할 수밖에 없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처럼 근로시간 단축은 기업과 근로자 모두에게 위협적인 압박이지만 현실적인 대응방안이 없다는 것이 문제다. 실제 산업단지 현장에서 만난 기업인들은 “위법자가 되든지 해외로 나가든지 둘 중 하나 밖에 방법이 없다”며 “이번 정부가 정책 목표 달성에만 초점을 맞추지 말고 정책 대상자들부터 더 생각해줬으면 좋겠다”고 입을 모았다.
정욱조 중소기업중앙회 인력정책실장은 “베트남 등 해외로 나가려는 중소기업들의 이야기가 요새 많이 들린다”며 “국회가 우리 중소기업계 요구사항이었던 30인 미만 사업장에 대해 특별연장근로 8시간 확보 등을 허용해준 것은 다행이지만, 휴일에도 쉬기 어려운 서비스업 종사자나 인력이 부족한 영세기업의 상대적 박탈감과 비용 부담을 초래할 수 있다는 점에서 유감”이라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