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시장 최대 고비)⑤미국式 자본주의에 조종(弔鐘)

AIG 지원에 `미국이 자본주의 포기했다` 비난 쇄도
월가 재앙에 전 세계 경제가 부담 떠안아
  • 등록 2008-09-18 오후 3:31:34

    수정 2008-09-18 오후 4:15:53

[이데일리 김경인기자] `자본주의는 칼 막스가 옳다는 것을 다시 한 번 증명했다`-영국 일간지 헤럴드

17일(현지시각) 세계인들의 주 관심사는 단연 `월가의 붕괴`다. `자유시장(Free market)`의 최대 옹호자이자 수혜자인 미국의 심장부가 무너져 내리는 순간, 세계 금융시장을 장악했던 미국식 자본주의의 신화 또한 무너져 내렸다.

아시아 금융위기 당시 철저히 자본주의적 해법을 제시했던 미국이 월가의 위기에 자본주의 기본 원칙을 거스르는 조치로 대응하고 있다. 그토록 믿어왔던 시장의 가치를 미국 스스로가 부정하고 있는 셈이다.

◇ 자본주의 첨병의 사회주의 선언(?)

최근 몇 년간 월가 주요 기업들은 부러움과 동경의 대상이었다. 특히 투자은행(IB) 경영진들은 평범한 직장인들이 평생 벌어도 만져보기 힘든 거액을 한 해 보너스로 챙겨가며 일약 예비 직장인들의 `워너비(wannabe)`로 떠올랐다.

IB를 포함한 소위 `프리마켓`이 현란한 금융기법으로 세계 시장에서 돈을 끌어모으자 미 주요 은행들은 프리마켓에 대한 규제가 필요하다고 워싱턴을 압박했다. `동정심 없는 머니`에 한 번씩 아픔을 경험한 주변국들도 규제 필요성을 제기했다.

프리마켓으로 상징되는 미국식 자본주의는 실물경제를 기반으로 하는 것이 아니라 `돈 놓고 돈 먹는` 시장이라는 점에서 `카지노 자본주의`라는 비난을 사기도 했다.

이 같은 비난에 프리마켓이 내세운 방어 논리는 `자본주의의 발전과 확산에 큰 공헌을 했다`는 것. 그러나 위기가 닥쳤을 때 월가 기업들은 아이러니하게도 앞다퉈 정부의 도움을 요청했다. 프리마케터들이 소셜리스트(socialist)로 변신하는 순간이다.

◇ 위기의 진앙은 월가의 `탐욕`

AIG를 비롯한 월가 기업들을 파산위기로 내 몬 것은 다른 그 무엇도 아닌 해당 기업들의 독자적인 선택이었다.

신용 디폴트 스왑(CDS) 등 위험이 높은 파생상품에 대한 노출수위를 무한정 높여 화를 자초했다. 인터넷 매체인 메일온라인에 따르면, IB들은 자기자본의 100~200배에 달하는 돈을 사업에 끌어들였다.

로저 알트만 전 재무차관은 파이낸셜타임스(FT) 기고에서 "2007년 미국 대형 증권사들의 레버리지가 평균 27배에 달했다"며 "그러나 놀랍도록 투명하지 못했기 때문에, 그들 중 대부분은 그토록 큰 위험에 노출돼 있는지도 모르고 있었다"고 비난했다.

고도의 테크닉으로 촘촘하게 얽힌 금융상품들은 한 곳에 구멍이 뚫리면서 도미노처럼 함께 쓰러졌다. 미국 주택가격이 하락하자 이를 담보로 한 모기지시장이 무너지고, 관련 파생상품에 잇따라 구멍이 뚤렸다.

◇ 미 정부, 월가 구세주 자청

그러나 지금 위기의 월가를 살리고 있는 것은 미 정부, 더 정확히 말하자면 미국의 납세자다. 프리마켓 급성장의 열매는 해당 기업들이 따 먹었지만, 껍질 청소는 미국 납세자들의 몫으로 남았다.

메일온라인은 미 정부가 현재까지 실패한 금융사 지원에 쓴 돈이 3000억달러에 달해 이라크 전쟁 비용인 6000억달러를 빠르게 따라잡고 있다고 지적했다.

미국 정부의 올해 재정적자는 월가 지원을 제외하더라도 5000억달러로 사상 최대 규모다. 미국의 전체 부채는 거의 10조달러에 달해 미 국민당 3만달러씩 빚을 지고 있는 셈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미 정부는 패니메이와 프레디맥에 이어 AIG에 까지 구원의 손길을 뻗었다. AIG의 자산을 담보로 850억달러에 달하는 브릿지론을 제공해 회생시간을 벌어줬고, 결국 그 리스크는 또 납세자가 안게 됐다.

1990년대 말 미 정부와 미국이 주도하는 국제통화기금(IMF)은 한국에 유동성을 지원하는 조건 중 하나로 `정부가 은행 등 기업 구제에 나서서는 안된다`는 점을 꼽았다. 내가 하면 연애고 남이 하면 불륜이란다.

◇ 미국식 자본주의 막 내리나?

미 정부의 구제로 `AIG 파산`이라는 핵폭탄급 악재는 막았으나, 미 정부의 일관성없고 기준없는 구제에 대한 비판은 더 확산되고 있다. 전문가들은 앞다퉈 `미국이 자본주의를 포기했다`는 원색적인 비난까지 쏟아내고 있다.


금융 전문 저술가로 유명한 론 처노는 월스트리트저널(WSJ)과의 인터뷰에서 "정부가 돌아올 수 없는 지점까지 간 것 같다 걱정스럽다"며 "프리마켓 행정부가 가장 자유주의적인 민주당 정부도 결코 하지 않을 법한 짓을 하고 있다"고 우려했다.

올스타인베스트먼트의 론 로랜드는 특히 연준이 은행들의 계열사 지원을 위한 예금 활용을 허용한 것은 `재앙`이라고 맹비난했다. 또한 IB들이 주식을 담보로 맡길 수 있게 한 점 또한 `담보의 정의에 어긋나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은행 예금이 사라지면 연방예금보험공사(FDIC)가 예금자들을 보호하겠지만, FDIC를 꾸려가는 것은 결국 납세자들"이라며 "정부가 시장 매커니즘을 통해 문제를 해결하는 시장 자본주의를 포기했다"고 지적했다.

유럽위원회(EC)의 반독점 수장이었던 마리오 몬티는 "미 정부의 행동은 자본주의의 가장 기본적인 원칙조차 무시한 것"이라며 "아시아와 멕시코의 금융위기는 해당 정부를 발전시켰지만, 미국의 위기는 시장 경제의 신뢰성에 대한 큰 타격"이라고 말했다.

월가의 재앙은 오랫동안 곪아왔던 종기가 터진 셈이다. 그 대가는 비단 미국 뿐 아니라 전 세계 경제가 함께 지게 될 것이다. 그러나 자본주의의 가장 성공한 모델로서 명성을 쌓아왔던 미국식 자본주의는 단단히 자존심을 구겼다.

이데일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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