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쩐의 전쟁` 제목부터 범상치 않았던 이 드라마는 지난해 전국 관객 670만명을 모은 영화 `타짜`와 같이 만화를 원작으로 한 작품으로 방송 2회만에 시청률 20%를 가볍게 돌파했습니다.
파리의 연인 이후 3년 만에 브라운관에 복귀한 탤런트 박신양씨의 복귀작으로 관심을 모은 `쩐의 전쟁`은 주요 연기자들의 호연과 독특한 소재로 고공행진을 하고 있습니다.
`쩐의 전쟁`은 엘리트 펀드 매니저에서 하루 아침에 거지가 된 주인공 금나라(박신양 분)의 분노와 슬픔, 그리고 절치부심의 재기를 그린 드라마입니다.
얼추 줄거리만 보면 상투적이면서 통속적인 이 드라마가 주목을 받는 것은 단지 박신양씨의 연기력이나 성공한 엘리트의 추락과 같은 자극적인 소재 때문만은 아닌 것 같습니다.
먼저 아버지의 빚 때문에 삶이 파탄난 주인공의 모습에 공감이 갑니다. 우리 주변에는 작은 빚이 눈덩이처럼 불어나 가정이 파탄난 사례가 워낙 흔하지 않습니까.
지난 8일 금융감독원은 최근 사금융을 이용한 경험이 있거나 현재 이용 중인 5750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를 발표한 적이 있습니다. 응답자들이 부담하는 평균 금리는 연 197% 였습니다. 대부업법상 이자율 상한(연 66%)을 넘어서는 고금리였던 셈이죠.
최근 금감원에 접수된 사례 가운데, 서울 강남의 한 대부업체에서 25만원을 대출받아 2주 뒤 65만원을 갚아야 했던 경우가 있었다고 합니다. 4160%에 달하는 이자율입니다.
또 다른 대부업체에서는 105만원을 빌려주고 1주일에 20만원씩 이자를 받았습니다. 이것은 이자율이 연 990%에 달합니다.
현재 대부업 시장 규모는 40조원, 등록대부업체 수는 1만7000개정도. 이 가운데 중소형 업체들은 편법으로 금리를 올려 받는 경우가 허다한 실정입니다.
물론 드라마에 나오는 내용은 현실보다 상당히 과장된 측면이 있습니다. 드라마에서의 살인적 고리대, 욕설과 폭행을 동반한 불법 추심(빚 독촉)은 현행 `대부업의 등록 및 금융 이용자 보호에 관한 법률`을 정면으로 위반하는 형사 범죄이기도 합니다.
하지만 사채 이용자들은 대부업체와 사채업자의 불법행위를 잘 모르거나 알면서도 겁을 먹고 대응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고 합니다. 심지어는 무단 가출, 치명적 질환 등 가정 파괴로 이어지고 심할 경우 집단 자살이라는 극단적 선택에 이르기도 한다는군요.
재경부는 현재 대부업법에 규정된 이자상한선(연 66%)을 10% 가량 낮추는 내용의 법률 개정을 마련하고 있다고 합니다. 하지만 금감원 발표에서도 드러났듯이 대부업체들의 현실은 법과 동떨어진 것이어서 이런 식으로 법률규정을 강화하는 것만으로 실효를 거둘 수 있을지는 의문입니다.
서민들을 고리(高利)의 늪에서 구해주겠다는데도 박수소리가 들리지 않습니다. 정책입안자들을 향한 무언의 시위가 아닐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