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국 "대출 총량 규제 없다"에도 커지는 시장 우려[금융포커스]

김병환 금융위원장 "대출 총량제, 경험상 적절하지 않다"
대출 총량제 폐지, 尹 대통령 공약…시행에 정치적 부담
'부동산PF 안정화 vs 가계대출 급증'…대출 조정 딜레마
대통령실 "건전성 규제로 대출 늘지 않게 총량 관리" 촉각
  • 등록 2024-08-05 오후 12:29:15

    수정 2024-08-05 오후 12:29:15

[이데일리 문승관 기자] “지금보다 훨씬 더 긴장감 있게 가계대출을 관리해 나가겠다. 대출 총량제 논의는 경험상 적절하지 않다.”

김병환 신임 금융위원장이 지난 1일 가계대출 증가세 대응과 관련해 기자들에게 밝힌 발언이다. 지난 2022년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은 후보시절 내걸었던 ‘가계대출 총량관리’ 규제를 폐지했다. 지난 2021년 문재인 정부에서 가계대출 연 증가율을 4~5% 안팎으로 관리했던 총량 관리제는 부동산 가격 급등세를 잡기 위해 꺼내 든 고육지책이었다. 이 때문에 집값 상승세가 소폭 꺾이는 등 효과를 봤지만 은행 대출이 중단돼 전세보증금, 분양 잔금을 구하지 못한 소비자가 발을 구르는 부작용도 나타났다.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규제를 시행하면서 가계대출 증가세를 잡을 수 있다고 판단한 금융당국은 더는 총량 관리제를 유지할 필요가 없다고 판단했다.

(사진=연합뉴스)
현재 상황을 살펴보자. 2년이 지난 지금 금융당국이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안정화와 가계부채 증가 제한 사이에서 당국도 시장도 딜레마에 빠진 모습이다. 기준금리 인하 분위기로 하락한 시장금리는 내림세를 이어가는 중이다. 반면 금융당국의 가계부채 관리 압박으로 대출금리는 오르고 있다. 예금 금리는 떨어지고 대출금리는 오르는데도 은행 창구로는 고객이 몰리고 있다. 내달 시행예정인 스트레스 DSR 2단계 전에 미리 대출을 받아놓겠다는 대출 수요에 더해 최근 서울과 수도권의 집값 상승에 따른 대출까지 맞물린 결과다.

부동산PF 안정화를 위해서는 금리 인하가 필요하지만 집값 상승에 따른 가계부채 증가세를 제한하기 위해서는 대출금리 상승이 불가피하다. 다국의 이중적인 잣대 탓에 일선 은행 창구와 금융소비자는 혼란스럽다. 한 시중은행 지점장은 “시장금리가 하락하면서 예·적금 금리는 자연스레 하락하는데 대출금리는 이와 반대로 오르니 대출을 문의하러 온 소비자의 원성을 체감한다”고 했다.

당국이 대출금리를 올리라고 압박하지만 증가세에 제동이 걸리지 않고 있다. 여기서 고민거리는 ‘총량 규제’를 적용할 것인가다. 가계부채 억제에 총량 규제만 한 게 없기 때문이다. 대출 총량 규제는 금융당국이 주택담보대출 한도를 금융사별로 규제하는 제도다. 정부가 금융사별 1년 대출 총량을 미리 정해놓고 이를 넘지 않도록 관리하는 식이다. 내달 도입하는 스트레스 DSR 2단계 외 딱히 가계부채 관리 전략이 없고 새로 취임한 김병환 금융위원장의 최우선 과제가 가계부채 관리인 만큼 강도 높은 규제가 나오지 않겠느냐는 우려가 커지는 이유다.

금융당국은 아직 ‘총량규제’에 대해서는 확실히 선을 긋고 있다. 윤 대통령의 공약이기도 하거니와 문재인 정부 시절 규제 정책을 적용하는 것도 정치적인 부담이다. 아울러 은행들의 불필요한 대출 경쟁만 지양해도 현재의 대출 목표관리로도 대출 증가세를 관리할 수 있다는 것이다. 가계대출을 무리하게 억제하면 분양수요도 줄어 미분양 아파트 물량 해소에도 도움이 되지 않는다. 총량규제는 전체적인 부동산 시장에 대한 불안감이 가중된다는 문제로 이어진다. 다만 대통령실에서 건전성 관련 규제를 통해 대출이 늘어나지 않도록 하는 총량 관리를 할 수 있다는 기류가 흐르고 있어 시장과 금융권에서는 대출 총량 규제 시행에 촉각을 곤두세우며 피로감을 느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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