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상 M&A'' 국내에선 유죄

인수 예정 기업 담보로 한 푼 안내고 인수
법원 "기업에 손해 끼쳐"… 회장 집유 확정
  • 등록 2008-06-12 오후 2:29:03

    수정 2008-06-12 오후 2:29:03

[조선일보 제공] 자기 돈 한 푼 없이, 자산 1000억원대 기업을 살 수 있을까.

집을 살 때 구입할 주택을 담보로 대출을 받는 것처럼, 인수할 예정인 기업을 담보로 대출을 받는다면? 실제로 이런 방식으로 기업을 인수해 중견기업의 회장이 된 '21세기 봉이 김선달'에게 법원이 처음으로 유죄 확정 판결을 내렸다.

미국에선 폭넓게 허용되고 있는 기업 인수·합병(M&A)의 한 방식으로 'LBO(후불제 인수·Leveraged Buy Out)'라 불리는 이 기법은 M&A 활성화에 기여하고 있지만, '날강도 수법'이라는 비판도 받아왔다. M&A에서 '뜨거운 감자'였던 LBO에 대해 우리 법원은 판결을 통해 "기업에 손해를 끼치는 '업무상 배임(背任)'죄에 해당한다"는 입장을 확실히 했다.

건설회사 ㈜신한의 김춘환(59) 회장은 지난 2001년 서류상으로만 존재하는 '페이퍼 컴퍼니' A회사를 설립한 뒤, 부도 후 법원에서 회생 절차를 밟고 있던 ㈜신한을 700여억원에 인수했다. 그러나 그의 돈은 한 푼도 들지 않았다. ㈜신한의 부동산과 예금 등 900여억원을 은행 등에 담보로 제공하고, 대출을 받았기 때문이다.

대출을 받을 때는 "회사 자산을 담보로 제공하겠다"는 약속을 먼저 하는 방식을 썼다. 적은 돈으로도 큰 기업을 인수하는 '지렛대 효과(leverage effect)'를 이용한 LBO 방식을 100% 활용한 것이다.

지난 4일 서울고법 형사6부(재판장 박형남)는 "회사에 상당한 손해를 끼칠 위험을 초래했다"며 김 회장에게 징역 3년에 집행유예 4년, 벌금 20억원을 선고했다. 김 회장은 같은 사건으로 지난 2004년 2심에서 '무죄'를 선고 받았지만, 대법원이 2차례나 유죄 취지로 사건을 파기 환송을 하면서 이번에 유죄가 확정됐다.

M&A 전문 변호사들은 "세계적으로 활성화된 M&A 기법을 원천 차단했다"며 법원 입장을 비판하고 있다. 지난 2005년 하이트의 진로 인수, 2004년 크라운제과의 해태 인수, 같은 해 상해기차의 쌍용자동차 인수 등이 LBO 방식이 활용된 사례로 알려져 있다.

법무법인 '화우'의 이숭기 변호사는 "LBO는 자기자본이 조금 부족할 때 쓸 수 있는 유용한 기법인데, 법원이 자기자본 한 푼 없는 기업인수를 처벌하기 위해 LBO 자체를 위법하다고 판결하면서 가지를 쳐내기 위해 뿌리까지 잘라낸 것 같다"고 말했다.

김앤장에서 M&A 전문변호사로 이름을 날렸던 신희택 서울대 법대 교수는 "미국과 달리 우리나라는 주주 이익과 법인 이익을 너무 엄격히 구분하고 있다"며 "이번 판결 때문에 M&A가 전반적으로 위축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LBO에 대한 법적 제재는 투기자본의 기업 사냥을 막고, 기업의 경영권 방어에도 도움이 된다는 의견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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