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 무인항만을 가다]④'실직 없는 자동화' 난제..고심하는 文·김영춘

해수부, 연말까지 '자동화 항만' 로드맵 추진
文대통령 "피할 수 없는 추세인데 일자리 걱정"
부산항운노조 반발..로드맵 발표 '가시밭길'
자동화 도입 中 맹추격 "4분기에 韓 뛰어넘을 것"
'4차 산업혁명-일자리' 두 마리 토끼 잡기 난제
  • 등록 2018-05-22 오후 6:00:18

    수정 2018-05-22 오후 6:00:18

문재인 대통령이 3월16일 부산 신항을 방문해 김영춘 해양수산부 장관과 함께 자동화 컨테이너터미널 모형을 둘러봤다. 문 대통령은 이 자리에서 “자동화는 4차 산업혁명 시대에 피할 수 없는 추세이고 세계적 경쟁을 하게 되는데 한편으로는 일자리가 줄지 않냐는 걱정도 있다”고 말했다.[사진=연합뉴스]
[상해=이데일리 최훈길 기자] 문재인정부가 ‘실직 없는 자동화’라는 난제를 안고 고심하고 있다. 정부는 부산신항에 4차 산업혁명 일환으로 자동화를 도입, 생산성을 높이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자동화는 세계적인 기류인데 중국 등 해외보다 우리의 산업 경쟁력이 뒤처졌다는 판단에서다. 반면 노조는 실업자가 양산되고 정부의 일자리 정책에 역행한다며 반발하는 상황이다. 정부는 빠르면 연내에 결론을 낼 방침이어서 결과에 따라 업계·사회적 파장이 예상된다.

文대통령 “자동화, 피할 수 없는 추세..일자리 걱정”

22일 해양수산부에 따르면, 해수부 항만국 관계자는 “올해 12월까지 스마트 항만 중장기 로드맵을 수립할 것”이라며 “자동화 항만 도입을 위한 세부 액션플랜을 연내에 확정해 추진할 것”이라고 밝혔다.

해수부는 △노·사·정 상설협의체 구성 및 공동 연구용역 추진(5월) △연구용역 및 노·사·정 협의결과 등에 따라 도입대상, 시기 등을 반영해 신항만 건설기본계획 수립(12월)을 진행하기로 했다. 앞서 해수부는 지난 16일부터 18일까지 중국을 찾아 아시아 최대 자동화 항만인 상해 양산항 등을 살펴봤다.

자동화 항만 정책은 박근혜정부 때에도 검토됐던 사안이다. 해수부는 2016년8월부터 작년 12월까지 자동화 항만과 관련한 ‘부산항 신항 메가포트 구축 용역’을 추진했다. 이어 작년 11월 관계부처 합동 혁신성장 전략회의에서 ‘4차 산업혁명 대응계획’ 관련해 스마트항만 구축 계획을 보고했다.

특히 문재인 대통령도 관심을 가졌다. 문 대통령은 지난 3월16일 부산신항에서 열린 ‘부산항 미래비전 선포식’에 참석했다. 당시 문 대통령은 김영춘 해수부 장관에게 “자동화는 4차 산업혁명 시대에 피할 수 없는 추세이고 세계적 경쟁을 하게 되는데 한편으로는 일자리가 줄지 않냐는 걱정도 있다”며 “두 가지 조화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문 대통령이 이같이 밝힌 것은 부산신항이 국내 처음으로 항만 자동화 도입이 검토되는 곳이기 때문이다.

현재 정부는 부산항 북항통합개발 구상에 따라 부산신항으로 부산북항의 운영사 이전을 추진 중이다. 부산신항으로 이전하면 부산북항에서 일하고 있는 근로자(부산항운노조 조합원 1700명+α)의 일자리를 어떻게 할지가 관건이다. 가장 빠른 이전·폐쇄 시점은 내년 6월이다. 이 ‘데드라인’을 앞두고 해수부는 부산신항에 항만 자동화 도입을 검토 중이다. 하지만 부산항운노조는 “자동화 터미널을 구축하면 관련 직원 80% 이상이 일자리를 잃는다”며 반발하고 나섰다.

자동화 쟁점은 생산성과 일자리

중국 업계는 중국 상해의 양산항을 운영하는 상해국제항만그룹(SIPG)과 세계 시장 1위의 크레인 제조업체인 ZPMC, 한국 노조는 부산항운노조, 한국 정부는 해양수산부 입장을 정리한 것이다. [출처=각 업계·노조·부처]
쟁점은 크게 두 가지다. 첫째는 생산성이다. 해수부는 자동화를 도입하면 항만 생산성이 높아질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해수부는 시장조사기관 테크나비오 연구(2017년)를 인용해 자동화 컨테이너 터미널 시장이 2016년 20억4000만달러에서 2021년 62억2000억달러로 연평균 25% 성장할 것으로 내다봤다. 또 시장조사기업인 다이나마르(2015년) 연구를 인용해 초대형 선박 물류를 처리하려면 자동화가 유일한 대안이라고 밝혔다.

앞서 1993년 네덜란드 로테르담항이 세계 최초로 자동화를 도입한 이후 독일 함부르크항, 싱가포르항, 중동에서 제일 큰 항구인 아랍에미리트(UAE)의 제벨 알리, 미국의 LB(롱비치) 항만, 양산항을 비롯한 중국의 11개 항만이 자동화 터미널을 건설했거나 준비 중이다. 해수부 항만국 관계자는 “부산항은 스마트항만 준비가 미흡하고 자동화 관련 하드웨어 분야의 국내산업은 침체돼 있다”고 밝혔다.

반면 중국은 급속도로 자동화 항만 시장을 잠식 중이다. 중국의 다국적 엔지니어링 회사이자 크레인 제조업체인 ZPMC는 76개국에 진출해 관련 세계시장 점유율이 75%에 달한다. 이 회사는 부산 신항만의 1-1단계 컨테이너터미널 공사에서 크레인 18기를 수주하는 등 국내 항만공사의 크레인 입찰을 싹쓸이하기도 했다. 장 지안 ZPMC 부총재는 기자와 만나 “올해 4분기만 돼도 무인 터미널의 효율·생산성이 유인 터미널을 뛰어넘을 것”이라며 ‘한국 추월’을 예고했다.

그러나 문제는 일자리다. 자동화 도입 시 일자리가 대폭 줄어든다는 점이 두 번째 쟁점이다. 아시아 최대 자동화 항만인 중국 상해의 양산항을 운영하는 상해국제항만그룹(SIPG) 관계자는 기자와 만나 “양산항은 인력을 70% 정도 줄였다. 기존에 1000명이 하던 일을 300명 정도가 한다”고 말했다. 김 장관이 “실직자 없는 자동화를 꼭 이루겠다”고 약속했지만, 중국 사례만 놓고 보면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김형진 부산항운노조 쟁의부장은 통화에서 “실직자 없는 자동화는 어불성설”이라며 “초기 투자액이 많이 들어가는데 여전히 각국에서 테스트 중인 자동화 터미널이 이를 회수할 수 있을지 미지수다. 중국과 같은 사회주의 국가와 우리나라 현실은 다르다”고 꼬집었다. 지용수 전국항운노조연맹 위원장은 지난 1월 문 대통령과 한국노총 산별대표자 간담회에서 “현재 자동화 터미널 도입은 시기상으로 맞지 않다”며 “우선 이에 따른 고용대책을 수립하고 항만 여건을 감안해 자동화 터미널을 도입해도 늦지 않다”고 밝혔다.

中, 시장 잠식 중인데...노조 반발-해수부 고심

아시아 최대 자동화 항만인 중국 상해의 양산항 모습. 직원들이 오른쪽 건물에서 원격조정을 하기 때문에 항만에 사람이 보이지 않는다. [사진=ZPMC 한국지사]
운전자 없이 컨테이너를 운반하는 자동운반차량(AGV).[사진=이데일리 최훈길 기자]
정부는 일단 검증부터 해보겠다는 입장이다. 김영춘 장관은 통화에서 “‘중국 자동화 항만의 생산성이 높지 않다는 노조의 주장에 대해 검증을 잘 해보라’고 (직원들에게) 지시했다”며 “‘자동화 항만의 가동률, 컨테이너 화물 처리 속도가 우리나라의 반자동화 항만보다 실질적인 생산력이 높지 않다’는 노조의 주장이 맞다면 우리가 굳이 무리하게 서둘러 도입할 필요는 없다”고 말했다.

임현철 항만국장은 “노사정협의체를 통해 노조와 함께 충분히 끝까지 논의를 하겠다”고 말했다. 부산항만공사 관계자는 “4차 산업혁명, AI 시대의 흐름에 따라 자동화에 대한 대비나 준비를 해야 하나 도입 시기를 잘 정해야 한다”며 신중한 입장을 밝혔다.

최상희 한국해양수산개발원(KMI) 항만·물류기술연구실장은 “우리 중공업 회사들이 조선플랜트라는 눈 앞의 이익을 좇는 사이에 중국 정부·기업들은 항만 자동화에 꾸준히 공을 쏟았다”면서 “첨단 항만 산업과 정부 정책이 하나로 가야 성과를 낼 수 있다”며 자동화에 대한 산업적 지원을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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