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TSMC, 퀄컴·브로드컴 맞손..5나노 파운드리 경쟁 본격화

TSMC, 차세대 패키징 기술로 브로드컴과 협업
업계 최첨단 패키징 앞세워 5나노 양산 추진
삼성전자, '超격차' EUV 전용 'V1라인'으로 대응
  • 등록 2020-03-08 오후 8:15:51

    수정 2020-03-08 오후 8:15:51

삼성전자가 지난달부터 본격 가동한 EUV 전용 ‘V1 라인’. (사진=삼성전자)


[이데일리 양희동 기자] ‘코로나19’ 확산세 속에서도 삼성전자(005930)와 세계 1위 파운드리(반도체 수탁 생산) 대만 TSMC의 5나노미터(nm·10억분의 1m) 공정 양산 경쟁이 이달부터 본격화될 전망이다. 지난달 화성에서 극자외선(EUV) 전용 ‘V1 라인’ 가동을 시작한 삼성전자는 팹리스(반도체 설계전문회사) 최강자인 퀄컴과 손잡고 5나노 공정 기반으로 올 1분기 중 5세대 이동통신(5G) 모뎀칩 양산에 돌입한다. TSMC도 세계 5위 반도체 회사(매출 기준) 브로드컴과 협력해 차세대 패키지 기술 협력에 맞춰 5나노 공정 생산 추진에 나섰다. 두 회사는 모두 올해 미국과 중국 등 전 세계 5G 본격 상용화에 맞춰 EUV 5나노 공정에서 우위를 점해 파운드리 시장 지배력을 높이겠다는 전략이다.

TSMC, 차세대 패키징 기술 앞세워 美 브로드컴과 5나노 맞손

8일 업계에 따르면 TSMC는 이달부터 미국 통신용 반도체업체 브로드컴에 차세대 반도체 패키징(칩 포장) 기술인 ‘칩-온-웨이퍼-온-서브스트레이트(CoWoS·Chip-on-Wafer-on-Substrate)’를 제공, 협업에 나서기로 했다. CoWoS는 IC칩과 PCB(인쇄회로 기판) 상호 간의 회로 폭 차이를 완충시키는 역할을 하는 ‘인터포저(Interposer)’란 판을 사용, 기존보다 면적을 줄이면서도 칩 간 연결은 빠르게 할 수 있는 패키징 기술이다.

TSMC는 메모리와 시스템반도체의 연결성을 극대화한 이 패키징 기술을 바탕으로 딥러닝(스스로 학습하는 인공지능)과 5G, 데이터센터, 고성능컴퓨팅(HPC) 등 초미세 파운드리 공정 수요에 대응한다는 구상이다. 이를 위해 통신용 반도체가 주력인 브로드컴과 협업해 이 기술을 5나노 공정에 접목, 관련 시장 확대에 나설 것으로 예상된다.

업계에선 TSMC가 독자적 차세대 패키징 기술을 앞세워 삼성전자와의 5나노 공정 경쟁에서 우위를 점하려는 의도로 보고 있다. 초미세 공정 기술력 자체는 두 회사가 대등한 수준이지만, 패키징 등 양산 측면에선 세계 1위인 TSMC가 오랜 경험과 노하우를 바탕으로 삼성전자보다 앞서 있는 것으로 평가된다. 삼성전자도 올해부터 중국의 대형 인터넷 검색엔진 기업 바이두(Baidu)와 ‘아이-큐브’(I-Cube)라는 인터포저 패키징 기술을 적용해 인공지능(AI)칩 ‘쿤룬(KUNLUN)’을 양산하고 있지만 EUV가 아닌 14나노 공정 기반이다.

대만 TSMC와 미국 브로드컴이 차세대 CoWoS 패키징 기술을 통한 5나노 협업에 나선다.
삼성전자, 7나노 이하 초미세공정서 TSMC와 ‘시장 양분’ 전략

삼성전자는 초미세공정 기술에서 TSMC를 한발 앞서나가는 동시에 EUV 전용 V1 라인을 통한 양산 능력 확대도 추진한다는 전략이다. 이를 위해 올 초 3나노 공정 개발도 TSMC보다 먼저 세계 최초로 성공했다. 또 퀄컴의 5G모뎀칩 ‘스냅드래곤 X60’을 올 1분기 중 V1 라인에서 업계 첫 5나노 공정 기반으로 양산에 나선다. 삼성전자는 올 연말까지 7나노 이하 제품 생산 규모도 전년 대비 3배 이상 늘릴 계획이다.

삼성전자와 TSMC가 7나노 이하 공정에 역량을 집중하고 있는 이유는 전 세계에서 이들 두 곳만 기술을 갖고 있는 사실상의 독점 시장이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7나노 이하 제품의 웨이퍼 당 매출 증가세도 뚜렷하다. 반도체 시장조사업체 IC인사이츠는 최근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고성능 마이크로프로세서 △모바일 AP △기타 로직 제품 등에서 7나노 이하 초미세화 공정 수요가 늘며 TSMC의 지난해 웨이퍼당 수익은 5년 전에 비해 13%가 증가했다.

삼성전자 입장에선 파운드리 후발업체로서 5G, AI, 사물인터넷(IoT) 등 고부가 제품 중심인 7나노 이하 공정에 집중, 이 시장을 TSMC와 양분하는 전략이 효과적이란 분석도 나온다. 실제 D램 메모리 반도체에선 ‘초(超)격차’ 기술을 바탕으로 삼성전자가 시장의 전체 절반을 차지한 가운데 SK하이닉스, 미국 마이크론 등 ‘빅(BIG)3’ 가 전체 95%를 과점하고 있다.

삼성전자는 코로나19 확산세 속에서도 파운드리 등 시스템반도체 분야의 지속 투자 의지도 밝혔다.

반도체 사업을 총괄하는 DS(디바이스솔루션)부문장 김기남 부회장은 오는 18일 정기 주주총회를 앞두고 주주들에게 보낸 최고경영자(CEO)메시지에서 “지금 우리는 데이터, 5G, AI 기술이 주도하는 지능화 혁신기에 진입하고 있다. 파괴적 기술 혁신은 더욱 심화되고 기업 간 경쟁은 더욱 치열해지고 있다”며 “미래 성장 기반인 시스템반도체에 2030년까지 연구개발(R&D)과 생산설비 등에 133조원의 중장기 투자를 지속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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