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 찾은 36명 학생들, 정치권 화답할 수 있을까

11개 관련법안 계류…대부분 논의조차 안돼
  • 등록 2014-07-18 오후 1:55:59

    수정 2014-07-18 오후 5:19:43

[이데일리 정다슬 기자] 서울 성심여중·고등학교 학생 36명이 지난 17일 국회 기자회견장을 찾았다. 학교에서 235미터 떨어진 곳에 들어선 용산 화상경마장(장외마권발매소)를 철회하고, 국회에 계류된 관련 법률안을 조속히 통과시켜 달라는 호소를 하기 위해서였다. 학생들은 도박과 음주를 즐기는 경마객들이 학생들이 안전하게 교육을 받을 수 있는 권리를 침해한다며 이를 방지할 법안을 촉구했다.

현재 학교보건법에는 학교로부터 200미터 이내에는 장외마권발매소를 설치할 수 없도록 돼 있다. 그러나 이조차도 해당 교육장에게 금지시설물을 허용해줄 것을 심의요청하면 학교로부터 50미터 밖의 범위 내에서는 설치 가능하게 돼 있다. 실제로 현재 있는 장외발매소 30개 중 7개는 학교·주거지역 200미터 이내에 있고, 범위는 1킬로미터로 넓히면 29개로 늘어난다.

이에 주민들의 불안과 민원을 반영해 현재 국회에는 이와 관련된 법안이 모두 11개 법안이 발의돼 있지만 논의는 멈춰져 있는 상태다. 국회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에 계류된 한국마사회법 일부개정안(김동철·박인숙·박범계 의원안)은 세부내용은 다르지만 장외발매소를 학교경계 1~2킬로미터 이내에 설치하지 못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그러나 이 법은 2012년 11월을 마지막으로 법안심사소위에서 논의되지 않았다.

해당 시·군·구의 주민 동의를 받게 하는 한국마사회법 개정안(김광진 의원안), 학교환경위생정화구역을 현 200미터에서 250미터로 확대하는 학교보건법 개정안(황주홍 의원안), 장외발매소 감축계획을 3년마다 발표하도록 하는 한국마사회법 개정안(진영 의원안) 등도 현재 국회에 상정만 돼 있거나 법안소위에서 장기간 논의되지 않은 채 잠자고 있다.

성심여자중·고등학생들과 새정치민주연합 을지로위원회 소속 의원들이 17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정론관에서 마사회의 화상경마장 철회를 위한 호소문을 낭독하고 있다(뉴시스 제공)
논의가 쉽지 않은 이유는 ‘현실성’과 ‘이해관계’ 때문이다. 사행성이 높은 장외마권발매소는 상업지역에만 설치하도록 돼 있다. 그러나 상업지역에서 1킬로미터 밖에는 대부분 학교가 있어 사실상 상업지역에 설치된다고 하더라도 주거지역과 근접하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실제 지금 논란이 되고 있는 용산 화상경마장도 이전 전에도 한강초등학교와 불과 230미터 거리에 있었다. 사실상 산 속에 들어가지 않는 이상 학교지역과 인접하지 않기는 어렵다는 볼멘소리가 나오는 이유다.

아울러 관리·감독 권한을 가지고 있는 농림축산식품부도 미온적인 태도를 보이고 있다. 농식품부 산하 공공기관인 마사회의 수익금 일부가 농식품부 축산발전기금에 사용되기 때문이다. 지난해 축산발전기금에 들어온 마사회 수익금은 1924억원으로 전체 기금 1조172억원의 19%에 달했다.

마사회 측은 왜 자신들만 문제를 삼느냐고 불만을 토로하고 있다. 스포츠토토·로또복권 등 다른 사행성 상품들이 학교 앞 문구점에서도 팔리고 있는 상황에서 자신들만 ‘뭇매’를 맞는 것은 억울하다는 것이다. 2012년 2월 법안소위 과정에서도 당시 농해수위 법안소위원장이었던 김재원 새누리당 의원이 “(장외마권발매소를 규제하려면) 사행행위총량제에 의해 모두 규제하든가 해야하지 않냐”고 언급한 바 있다.

사행사업 전반에 대한 개선이 동반되지 않는 한 법안 처리가 어렵다는 전망이 나오는 이유다. 현재 사행사업을 감독하는 사행산업통합감독위원회 사무처는 소속 공무원을 대부분 사행사업 소관부처로부터 파견받고 있어 ‘고양이에게 생선을 맡겼다’는 비판을 벗어나기 어렵다. 이에 진영 새누리당 의원이 지난해 12월 위원회의 사무처를 국무총리실에 두고 독립성을 확보하는 사행산업통합감독위원회법 개정안을 제출했으나 교육문화체육관광위원회에 상정조차 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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