볼리비아 대통령궁 무력 진입…'쿠데타 시도' 주동자 체포

前합참의장 "무너진 조국 되찾겠다"
아르세 대통령, 군 지휘부 즉각 교체
강경대응에 회군…시민·주변국 반발도
  • 등록 2024-06-27 오전 10:36:42

    수정 2024-06-27 오후 7:12:43

[이데일리 이소현 기자] 남미 볼리비아에서 군부 일부가 26일(현지시간) ‘쿠데타’ 시도를 위해 대통령궁에 무력으로 진입했다가 3시간여 만에 철수했다. 일촉즉발 상황에서 볼리비아 대통령의 강경 대응 천명과 시민의 반발 움직임 등에 결국 회군했다. 멕시코 등 주변국에서도 쿠데타 시도에 대해 규탄의 목소리가 나왔다.

26일(현지시간) 볼리비아 수도 라파스 도심에 있는 무리요 광장 인근에 사람들이 최루탄 가스를 맞으며 걷고 있다.(사진=로이터)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쿠데타를 시도한 볼리비아 군대가 이날 저녁 수도 라파스 도심 대통령궁에서 철수했으며, 이를 주도한 합참의장이었던 후안 호세 수니가 장군이 경찰에 전격 체포됐다.

볼리비아 검찰청은 수니가 장군과 쿠데타 시도에 연루된 사람들에 대한 범죄 수사에 착수할 것이라고 밝혔다.

쿠데타는 3시간여 만에 종료됐다. 이날 오전 최근 군 지휘권을 박탈당한 수니가 장군이 이끄는 군부대가 대통령궁과 의회가 있는 중앙 광장에 집결했다. 장갑차가 대통령궁의 문을 들이받고 군인들이 달려들었다며 로이터는 당시 긴박했던 상황을 전했다.

수니가 장군은 대통령궁 밖 현지 취재진에게 “수년 동안 소위 엘리트 집단이 국가를 장악하고 조국을 붕괴시켰다”며 “우리 군은 민주주의 체제를 재구성해 국가를 일부 소수의 것이 아닌 진정한 국민의 것으로 만들려고 한다”고 말했다.

루이스 아르세 볼리비아 대통령은 정부에 대한 쿠데타 시도를 비난했다. 아르세 대통령은 이날 자신의 엑스(X·옛 트위터)에 “규정에서 벗어난 군대 배치가 이뤄졌다”며 “민주주의는 존중받아야 한다”고 적었다.

26일(현지시간) 볼리비아 수도 라파스 도심에 있는 무리요 광장 인근에서 시위대가 쿠데타를 시도하는 군인들에 대항해 누워있다.(사진=로이터)


아르세 대통령은 이날 오후 대통령궁 청사 안으로 들어온 수니가 장군과 대면해서는 “군 통수권자로서 이런 불복종을 용납할 수 없으니 철군할 것”을 요구했다.

그는 이후 긴급 대국민 연설에서 “볼리비아가 군의 쿠데타 시도에 직면했다”며 “국민과 함께 민주주의를 수호하기 위해 저와 내각 구성원은 이곳에 굳건히 서 있다”고 역설했다. 군 지휘부를 즉각 교체했으며, 신임 합참의장에 호세 윌슨 산체스를 임명했다.

대법원, 경찰과 소방 노조, 시민사회단체 등은 잇따라 군을 성토하는 성명을 발표했고 광장에 모인 시민도 군을 비판하는 구호를 외쳤다.

멕시코를 비롯한 중남미 주변국과 유럽연합 등 국제사회는 일제히 군부의 무력 행위를 성토했다. 안드레스 마누엘 로페스 오브라도르 멕시 코 대통령은 X에 “볼리비아의 쿠데타 시도를 가장 강력하게 규탄한다”며 “아르세 대통령을 전폭적으로 지지하고 응원한다”고 밝혔다.

내년 대선을 앞두고 볼리비아에서는 정치적 불확실성이 확대되는 등 긴장이 고조되고 있다. 2006년부터 2019년까지 장기 집권하다 선거 부정 의혹으로 물러난 좌파 성향의 에보 모랄레스 전 대통령이 아르세 현 대통령과 대결이 예상된다. 수니가 장군은 모랄레스 전 대통령이 대통령으로 복귀해서는 안 된다며, 반감을 드러낸 것으로 전해졌다. 현지에서는 수니가 장군이 아르세 현 대통령에게도 좌천당할 위기에 처하자 병력을 동원해 쿠데타를 시도한 것으로 분석했다.

한편, 볼리비아 주재 한국대사관은 홈페이지 긴급 안전 공지를 통해 수도 라파스 도심 대통령궁 인근 접근을 삼갈 것을 교민과 여행객에게 당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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