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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황의 그늘이 깊어지면서 미래가 불확실해진 데다 전 세대 오너들의 노령화까지 겹치면서 안정적인 경영 체제 구축에 주력하고 있는 모습이다.
‘3040’ 새 주역으로 부상
한화(000880)는 6일 실시한 정기 임원인사를 통해 김승연 회장의 장남인 김동관(32) 한화큐셀 상무를 전무로 승진 임명했다.
이에 앞서 지난달 27일에는 현대중공업(009540) 대주주인 정몽준 아산재단 이사장의 장남인 정기선(33) 상무가 전무로 승진했다. 이달 1일에는 허만정 GS(078930) 창업 회장의 장손인 허준홍(40) GS칼텍스 상무와 허창수 회장의 외아들인 허윤홍(36) GS건설(006360) 상무가 전무 승진 대상에 포함됐다.
30대 초반에서 40대 초반까지의 젊은 오너들이 경영 전면에 나선 것이다. 김동관 전무와 정기선 전무는 상무가 된 지 1년 만에 전무로 뛰어올랐다. 해당 직급의 최소 승진 연한이 3~4년인 점을 감안하면 이례적이다.
이같은 초고속 승진은 경영권을 안정시키려는 전 세대 오너들의 의지가 작용한 결과다. 김승연 회장은 장기 투옥으로 인해 건강이 악화했고 정몽준 이사장은 국제축구연맹(FIFA) 회장직 도전에 실패한 뒤 일각에서 제기된 경영 복귀설을 일축했다. 다른 기업들도 상황은 비슷하다. 글로벌 경기 침체가 지속하는 등 녹록치 않은 경영 환경이 이어지면서 새로운 리더십 구축이 절실한 시점이다.
파격 승진에 정당성을 부여하기 위한 작업도 진행되고 있다. 한화는 김동관 전무의 승진 이유로 태양광 사업의 성공을 제시했다. 정기선 전무의 사내 직함은 기획·재무 및 조선·해양영업총괄부문장이다. 최근 아람코와의 업무 제휴를 진두지휘하는 등 경영 전반을 챙기고 있다. 코오롱은 입사 후 3년 만에 임원으로 승진한 이규호 상무보에 대해 직원들과 적극 소통하는 현장형 리더라는 수식을 붙였다.
그룹 핵심 요직으로 진출
박용만 두산(000150) 회장의 장남인 박서원(36) 오리콤 부사장은 지난달 23일 인사를 통해 두산 면세점전략담당 전무로 자리를 옮겼다. 두산이 차세대 먹거리로 육성 중인 면세점 사업을 이끄는 중책을 맡았다. 한화생명(088350)은 지난 1일 김승연 회장의 차남인 김동원(30) 부장을 전사혁신실 부실장으로 임명했다. 전사혁신실은 미래 성장동력을 발굴하는 조직이다. 한화생명이 부실장 직함을 만든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한 재계 인사는 “경영 여건이 악화하고 있는 가운데 기존 오너들의 노쇠화도 진행 중”이라며 “이른 시일 내에 자녀들이 안정적인 경영 체제를 구축할 수 있도록 지원에 나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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