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료대란 피해 환자, 손해배상 청구 가능할까?

의료대란 법적쟁점 ⑥손해배상 청구 대상
계약 상대는 병원…고의·과실 입증 어려워
“피해자 존재한다면 정부에 책임 물어야”
  • 등록 2024-03-15 오전 11:43:21

    수정 2024-03-15 오전 11:44:53

지난 11일 오후 서울대 종로구 연건캠퍼스 앞에서 한국중증질환연합회 주최로 전공의 사직과 의대 교수 의료현장 이탈 중단 촉구 기자회견이 열리고 있다.(사진=연합뉴스)
[이데일리 성주원 기자] 중증질환자와 보호자들이 전공의와 의대 교수들을 향해 의료현장 이탈 중단을 호소하고 있다. 정부와 의료계가 타협이나 대책 마련 없이 환자들에게 희생을 강요하고 있다고도 비판했다.

지난달 첫 항암치료가 미뤄진 뒤 암 전이가 발견됐다는 환자 가족, 입원이 중지되고 항암치료가 연기된 후 등 통증과 간 수치가 올라갔다는 환자 등 전공의들의 집단사직 이후 피해를 호소하는 사례가 알려지고 있다.

의료계 집단행동으로 피해를 봤다고 생각한 환자 및 가족들이 손해배상을 청구할 수 있는지, 또 해당 의료진에 대해 업무상과실치사상죄를 적용할 수 있을지도 이번 사태와 관련한 중요한 쟁점이다.

법조계에서는 환자가 전공의 또는 병원을 상대로 한 손해배상 청구와 관련해 △법을 엄격하게 적용할 경우 집단행동을 주도한 의사들의 경우 법적 책임을 질 가능성이 상당히 커질 수 있다는 의견 △소송의 대상에게 고의 또는 과실이 있어야 하고, 소송 대상은 병원이기 때문에 청구가 어려울 것이라는 의견으로 갈린다.

자료: 신현영 의원실
임무영법률사무소의 임무영 변호사는 지난 14일 서울 여의도 국회의원회관 제1세미나실에서 열린 ‘의료대란 관련 법적쟁점 어떻게 해석할 것인가?’ 간담회에서 “환자 입장에서는 예정된 수술이 취소, 지연됨으로 인해 신체와 건강에 심각한 피해를 입을 수 있고 손해가 발생했다고 주장할 수 있다”며 “그러나 이 소송이 성립되려면 상대방에게 고의 또는 과실이 있어야 하는데 여기서 중요한 점은 소송의 상대방이 병원이라는 것”이라고 짚었다.

환자와 수술계약을 체결한 당사자는 병원이고, 병원은 수술 지연이나 취소에 대한 고의가 없다고 판단된다. 병원이 전공의들의 사직을 유도했거나 방임한 것으로 보기도 어려운 상황이다.

임 변호사는 “병원의 과실을 굳이 따져보자면 전공의들의 사직을 막지 못한 것”이라며 “하지만 병원은 전공의들의 사직을 막을 권한이나 수단을 갖고 있지 않기 때문에 병원을 상대로 한 불법행위 소송은 고의와 과실이 전부 인정되지 않으므로 기각될 가능성이 매우 높다”고 관측했다.

임 변호사는 “환자 측이 병원이 아닌 전공의 개인을 상대로 소송을 제기하더라도 인과관계가 인정되지 않기 때문에 청구가 기각될 것”이라고 봤다. 전공의가 자신의 사직으로 인해 병원의 수술 일정에 차질이 생길 거라는 사실을 인식했다 하더라도, 자신의 건강과 미래를 희생해 가면서 계속 근무해야 할 의무는 없기 때문이라는 것이 임 변호사의 의견이다.

그는 “전공의들의 사직을 초래했고, 이를 막을 권한이나 수단을 보유하고 있던 측은 정부, 그 중에서도 보건복지부”라며 “만약 피해자가 존재한다면 그 피해자가 불법행위 책임을 물어야 할 대상은 병원이 아니라 정부”라고 지적했다.

이민 대한변호사협회 인권위원회 위원(법률사무소 헤아림 변호사)은 “손해배상 청구의 요건을 갖추기 위해서는 고의, 과실, 그리고 가해행위의 위법성, 가해행위와 피해 발생 사이의 인과관계, 손해발생 등이 필요한데 인과관계가 가장 큰 쟁점이 될 것”이라며 “인과관계를 어떻게 구체적으로 입증하느냐에 따라 결과가 나뉠 것 같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개인적인 판단으로는 손해배상 인용 가능성이 없지 않다”면서도 인용 가능성이 50%에는 미치지 못할 것으로 예측했다.

한편 업무상과실치사상죄와 관련해 임 변호사는 “병원이나 전공의에 대해서는 민사에서도 불법행위가 인정될 수 없다고 봐야 하기 때문에 형사적인 업무상과실치사상죄는 성립되지 않는다고 봐야 할 것”이라며 “오히려 보건복지부 장·차관이 형사처벌 대상자로서 직권남용죄가 충분히 성립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업무상과실치사상죄와 관련해 형법 제268조는 ‘업무상 과실 또는 중대한 과실로 사람을 사망이나 상해에 이르게 한 자는 5년 이하의 금고 또는 20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이번 간담회는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소속 더불어민주당 신현영 의원실이 개최했다.

신현영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지난 14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의원회관에서 열린 ‘의료대란 관련 법적쟁점 어떻게 해석할 것인가?’ 간담회에서 발언을 하고 있다. (사진= 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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