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등 지분출자' 1년…일본 닛산·프랑스 르노 엇갈린 명암

닛산 불평등한 자본관계 바로잡았지만
시총, 르노에 역전…시총 2.7조까지 벌어져
닛산 경영자율성 확보…'규모의 경제' 효과는 사라져
르노, 중국 지리차그룹과 협력…매출 2%↑
"닛산 반전 여부, 새 동맹관계 구축에 달려"
  • 등록 2024-07-26 오후 12:28:39

    수정 2024-07-26 오후 12:28:39

[이데일리 양지윤 기자] 지분출자 불균형으로 갈등을 빚었던 일본 닛산과 프랑스 르노가 지분구조 재편 1년 만에 명암이 엇갈리고 있다. 불평등한 자본관계를 해소한 닛산은 북미 시장에서 고전하며 르노에 시가총액이 역전 당했다. 중국 자동차 제조사와 손잡은 르노는 견조한 실적을 내며 닛산과의 시총 격차를 더 벌리고 있다.

(사진= AFP)
26일 니혼게이자이(닛케이)신문에 따르면 르노는 지난 4월 말 기준 시총이 약 2조3200억엔(약 20조9100억원)으로 닛산(2조2700억엔·약 20조4600억원)을 추월한 뒤 이달 24일에는 시총 차이를 3000억엔(약 2조7000억원)까지 벌렸다.

지난해 7월 지분구조 개편 이후 양사 주가가 엇갈린 흐름을 보이면서 시총이 역전된 것으로 풀이된다. 닛산은 지난해 7월 르노의 지분율을 43%에서 15%로 낮추는 계약을 체결했다. 이에 두 회사는 상호 출자 비율을 15%로 동등하게 유지, 자본 관계가 대등해졌다. 닛산은 자본 불평등 구조를 깨기 위한 목적으로 르노와의 지분 관계를 재편했다.

앞서 르노는 1999년 경영 위기를 겪는 닛산 지분을 사들이며 최대주주로 올라섰다. 르노는 완전 합병에는 실패했으나 닛산의 보유 지분을 많이 가져가게 되면서 사실상 회사 경영을 주도하게 됐다. 그러나 판매량 등 사업 규모에서는 닛산이 르노보다 앞선다는 등의 이유로 닛산은 자본 관계를 재검토할 것을 계속 주장했고, 마침내 지난해 7월 지분 관계 조정에 이르렀다. 닛산은 경영 자율성이 커졌지만, 1년 뒤 시장의 평가는 싸늘했다.

양사의 지분 재편 후 느슨해진 협력 관계가 닛산에 더 불리하게 작용한 것으로 분석된다. 닛산과 르노는 기술개발과 구매 등 포괄적인 협력관계였지만 자본 관계가 대등해진 뒤부터는 프로젝트 단위로 협력하는 관계로 바꼈다. 이에 닛산은 르노와 함께 저비용으로 조달했던 부품을 단독으로 조달하고 있다. 문제는 그간 누렸던 규모의 경제 효과가 사라지게 됐다는 점이다. 북미 지역의 판매 부진과 중국 시장에서 가격 경쟁 심화 등 급격한 환경 변화도 수익성에 발목을 잡았다.

닛산이 고전하는 사이 르노는 새로운 파트너 관계를 구축하며 활로를 찾았다. 중국 최대 민영 완성차 제조사인 지리자동차그룹과 손잡고 엔진 생산 합작 회사를 설립했다. 르노의 올 상반기 신차 판매량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2% 증가했고, 영업이익률은 8.1%를 기록했다. 견조한 실적과 새로운 제휴 전략에 대해 시장이 긍정적 평가를 내리면서 주가 상승에 탄력이 붙고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닛산이 반전을 꾀할 수 있는지 여부는 동맹관계에 달려있다고 닛케이는 보도했다. 닛산은 현재 혼다와 제휴 협상을 진행하고 있으며 전기차와 차량용 소프트웨어 등 분야에서 경쟁력을 높이겠다는 복안이다.

닛케이는 “현재 같은 판매 감소가 지속되면 실적 악화와 주가 부진은 불가피하다”며 “혼다와의 협업을 얼마나 속도감 있게 진행할 수 있느냐가 중요하다”고 짚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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