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이창균 기자] 국제유가가 배럴당 90달러를 넘어서는 고공행진을 지속하면서 국내 휘발유 가격도 천정부지로 치솟고 있다. 서울 지역 주유소의 보통 휘발유 평균 가격은 ℓ당 1900원선에 육박해 자가용 운전자들의 부담을 늘리고 있다.
4일 한국석유공사의 유가정보서비스 웹사이트 오피넷(www.opinet.co.kr)에 따르면 전국 주유소 보통 휘발유 평균 판매가격은 오후 2시 현재 ℓ당 1816.4원으로 전일대비 0.26원 올랐다. 서울 지역의 경우 ℓ당 1884.6원으로 나타났다.
휘발유 가격은 지난해 10월 둘째주 이후 11주 연속 오름세를 타고 있다. 지난 2009년 보통 휘발유 평균 판매가격은 1600.7원이었지만 올들어 10월 이후 가파르게 상승했다. 11월에는 평균 가격이 1716.2원으로 1700원대를 뚫었고, 지난주에는 1804.8원으로 1800원선도 돌파했다.
지난주 보통 휘발유는 전주대비 ℓ당 17.8원, 자동차용 경유는 16.9원씩 올라 휘발유는 1800원, 경유는 1600원선을 각각 넘어섰다. 보통 휘발유를 ℓ당 2000원 이상에 판매하는 주유소 숫자도 갈수록 늘어나고 있다.
| ▲ 지난 12월 한 달간 서울 지역 주유소 평균 기름값 추이. 보통 휘발유의 경우 ℓ당 1900원에 육박했다. (한국석유공사 제공)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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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유가 상승에 따라 휘발유 가격은 앞으로 당분간 오름세를 탈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3일(현지시간) 뉴욕상품시장에서는 2월 인도분 서부텍사스산 원유(WTI)가 배럴당 91.55달러로 거래 마감되면서 지난 2008년 10월 3일(93.88달러 종가) 이후 27개월 만에 최고치를 경신했다.
석유공사는 전날 발표한 `국내 석유제품 가격동향` 보고서에서 "경기 회복에 대한 기대감으로 석유 수요가 증가할 것이라는 전망에 따라 최근 국제유가가 강세를 지속하고 있다"면서 "국내 제품 가격도 현재의 상승세를 계속 이어갈 것"이라고 분석했다.
한편 국제유가가 올해 배럴당 100달러를 넘어설 것이라는 전망도 나왔다. 글로벌 투자은행 골드만삭스는 지난달 "석유수출국기구(OPEC)가 생산량을 줄이는 과정에서 잉여 생산 능력도 줄어들 것"이라며 "이 여파로 2011년 연평균 국제 유가는 배럴당 100달러선을 돌파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반면 국제유가 상승세가 완만한 선에서 멈추거나 다소 누그러들 것이라는 관측도 있다. 이달석 에너지경제연구원 실장은 "북미 지역에서의 이상 한파 요인으로 국제 유가가 과도하게 상승한 면이 있다"면서 "현물 시장에서 차익을 실현한 자금이 이탈하는 과정에서 이르면 이달중으로 유가가 재조정될 것"이라고 말했다.
정유업계 관계자는 "기름값 폭등에 대한 소비자들의 우려와 불만이 늘고 있어 내부적으로도 조심스러워 하고 있다"며 "국제유가 상승세가 다소나마 꺾일 것이라는 전망에 기대를 걸고 있다"고 분위기를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