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타락한` 월가, 신뢰 회복 발버둥

  • 등록 2002-12-26 오후 2:35:54

    수정 2002-12-26 오후 2:35:54

[edaily 안승찬기자] 세계 최대 투자은행들이 밀집해 있는 미국 월가에서 느끼는 올해는 그야말로 잊고 싶은 `악몽`같은 한 해였다. `신뢰`로 상징되던 월가는 `부패의 본고장`으로 돌변했고 미국 증권감독위원회(SEC)와 뉴욕주 검찰, 미국 증권업협회(NASD) 등 감독당국들은 `부패와의 전쟁`을 선포하며 월가 개혁의 칼자루를 휘둘렀다. 또 월가 투자은행들은 비용절감이라는 미명하에 수많은 직원들을 길거리로 내몰며 회생의 몸부림을 쳤다. 부패로 `타락한` 월가가 내년엔 투자자들의 `신뢰`를 회복할 수 있을까? ◇시티그룹 스캔들..e메일 증거로 드러나 올해 월가 투자은행들은 연일 신문지면의 헤드라인을 장식했다. 잇따라 터지는 투자은행들의 비리 관련 소식이 세간의 이목을 집중시켰던 것. 그 중에서도 특히 눈에 띄는 것은 바로 미국 금융계의 `3대 제왕` 중 하나로 꼽혔던 시티그룹의 샌포드 웨일 회장과 통신업계의 스타 애널리스트 잭 그룹먼의 투자자 오도 사건이었다. 웨일은 세계 최대 투자은행의 회장으로 미국 월가를 좌지우지했던 인물이었고, 그룹먼 역시 IT 붐을 이끌며 당대 최고의 애널리스트로 주가를 높이던 터여서 이들에 대한 이들의 부패 스캔들은 처음부터 관심을 집중시켰다. 사건의 발단은 지난 99년말 시티그룹의 자회사인 살로먼스미스바니(SSB)에서 통신업종을 당담하던 스타 애널리스트 잭 그룹먼이 오랫동안 `보유`로 유지하던 AT&T의 투자의견을 갑자기 `매수`로 상향조정한 데서 시작됐다. 시장에서는 AT&T의 갑작스런 등급 상향이 시티그룹의 웨일 회장이 압력을 행사했기 때문이라는 의혹이 제기됐고, 이후 시티그룹이 106억달러에 달하는 AT&T의 주식공모발행의 주간업무를 담당하게 됨으로써 이 같은 의혹은 더욱 증폭됐다. 의혹으로 끝나버릴 사건을 한바탕 뒤집어 놓은 것은 바로 `e메일`이었다. 등급 압력설이 제기된 후 웨일 회장은 그룹내 리서치부문 완전히 분리하며 적극적인 방어책에 나섰지만 AT&T의 투자의견 상향이 회장을 돕기위한 것이었다는 내용이 포함된 잭 그룹먼의 e메일이 발견되면서 사건은 웨일 회장의 부분적 인정으로까지 급진전했다. 시티그룹 뿐 아니라 골드만삭스와 크레딧스위스퍼스트보스톤(CSFB) 메릴린치 등에서도 등급 조정 압력을 받았다는 애널리스트들의 `e메일` 증거가 속속 포착되면서 e메일은 월가의 `태풍의 눈`으로 떠올랐다. 한편 최근 월스트리트저널(WSJ)은 개인 조사를 받아온던 웨일 회장이 시티그룹과 별도의 개인 비리에 대해서는 책임을 지지 않게 될 것이지만 그룹먼은 투자자 오도 보고서를 제출했다는 별도의 혐의가 적용될 것이라고 보도해 세간의 이목을 다시 한번 끌었다. ◇감독당국·월가 합의 성공..아쉬움은 여전 시티그룹 등 월가 투자은행들의 비리를 조사해오던 감독당국들과 투자은행들 사이에서 벌어졌던 수개월간의 줄다리기 끝에 이들은 지난 20일 이른바 `글로벌 합의`에 성공했다. 미국 월가의 10개 주요 투자은행들은 투자은행업무를 따내기 위해 투자자를 오도하는 보고서를 제출해왔다는 이른바 `이해상충` 혐의와 관련해 SEC, 뉴욕검찰총장 엘리어트 스피처 등 감독당국에 10억달러의 벌금을 내기로 합의한 것. 감독당국과 투자은행들은 벌금과 함께 투자자들에게 손해를 배상하고 독립 리서치회사에게 자금을 지원키로 했다. 이는 SEC가 1934년 설립된 이래 월가 관행에 대한 가장 강력한 제재조치다. 또한 리서치업무와 투자은행업무간에 내부 장벽을 견고히 하고 고객회사 경영진에 대한 신규공개(IPO)주식 배정금지도 포함됐다. 이로써 수개월을 끌어온 감독당국과 투자은행간의 합의금 문제가 올해를 넘기기 전에 타결됐다는 점에서 일단 긍정적으로 평가되고 있다. 특히 투자은행들의 신뢰가 바닥까지 추락한 상황에서 내부 장벽 강화와 독립 리서치회사에 대한 지원 합의를 이끌어냄으로써 향후 월가의 신뢰회복에 크게 도움이 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전문가들은 이같은 조치가 지난 75년 증권거래 수수료의 자유화 조치에 버금가는 대대적인 개혁으로 평가하면서 기대감을 내비치고 있다. 하지만 별 효과가 없을 것이라는 우려의 목소리도 만만치 않다. 감독 당국이 당초 계획하던 투자은행과 리서치업무간의 완전 불리에게 크게 뒤로 물러나 투자은행들은 여전히 투자 보고서를 제출할 수 있기 때문이다. 또 당초 독립리서치사들을 감독할 패널을 설치하겠다는 계획도 수포로 돌아가 감독당국이 너무 많이 양보한 게 아니냐는 비판이 일고 있다. 독립 리서치회사가 활성화된다고 하더라도 투자은행의 투자 리포트보다 질적으로 낫다는 것을 보장할 수 없다는 지적도 제기되고 있는 실정이어서 월가 개혁의 과제는 내년으로 바통을 넘겨줄 가능성이 높아졌다. ◇월가의 감원 `칼바람`..내년에도 지속될 듯 3년간의 약세장과 사상 유례없는 기업인수·합병(M&A) 부진 등으로 쌀쌀한 겨울을 맞은 월가에서는 올해 매서운 감원 칼바람이 몰아쳤다. 월가의 감원바람은 침체장이 지속되면서 표면화되기 시작했지만 올들어 그 정도가 더욱 심해졌다. 최근 700여명의 감원을 발표한 메릴린치는 감원대상에 `간판스타`였던 브루스 스타인버그 수석 이코노미스트를 포함시켜 충격을 더했다. 메릴린치는 또 비용절감을 위해 세계 전지역의 리서치 부문 규모를 축소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감원보다는 감봉`을 표방하며 상대적으로 감원에 소극적이던 리먼브라더스 역시 유럽내 투자은행부문에서 80명을 감원했다. JP모건은 2000명 가량의 감원계획을 발표했고 크레딧스위스퍼스트보스턴(CSFB)도 전체인력의 5∼7%의 감원을 계획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시티그룹은 미국 본사 및 전세계 투자은행 부문 인원 200명을 포함해 1000명 가량을 줄일 계획이다. 미국의 대표적인 온라인증권사 찰스 슈왑도 예외가 아니다. 찰스 슈왑은 지난해부터 미국 전역에서 전체인력의 30% 이상을 축소해왔지만 이번엔 본사 인력을 중심으로 감원 칼을 뽑아들고 있다. 미국 노동통계청의 발표에 따르면 월가 투자은행들은 10월 기준으로 지난 1년반 동안 총 6만1000명의 감원을 단행한 것으로 조사됐다. 이처럼 월가의 감원 바람이 수그러들지 않고 있는 것은 지난 1년6개월 동안의 약세장에서 힘겹게 지탱해왔던 수익성을 그나마 맞추지 못하게 됐기 때문으로 분석되고 있다. 미국 기업들은 경영난을 겪게 될 때 가장 먼저 감원부터 취하는 것으로 알려져있다. 이번 월가 감원바람의 또 하나 특징은 투자은행부문에 감원이 집중되고 있다는 점이다. 이는 전세계적인 경제 침체로 인수·합병(M&A) 등과 같은 투자은행업무가 급격히 위축됐기 때문으로 풀이되고 있다. 월가의 감원 추세는 올해로만 그치는 않을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미국 증권업협회(SIA)의 조사에 따르면 월가의 엄청난 감원 추세에도 불구하고 투자은행들의 비용은 크게 줄어들지 않고 있다. 올해 투자은행들은 대규모의 인력 감축에도 개인당 매출은 2년전에 비해 더 낮은 것으로 집계되고 있다. 모건스탠리의 애널리스트 헨리 맥베이는 기업 구조조정이 가시화되면서 향후 2년간은 더욱 강도 높은 감원 바람이 월가를 뒤덮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신뢰회복`이 무엇보다 급선무 지난달 SIA는 최근 월가 투자은행들에 대한 고객 만족도를 조사한 결과, 월가 투자은행에 대해 호의적인 의견을 가지고 있는 투자자들는 전년 같은 기간 62%보다 떨어진 55%를 기록한 것으로 나타났다고 밝혔다. 이는 SIA가 조사를 시작한 지난 95년이후 가장 낮은 수치다. 월가의 각종 스캔들이 줄을 이은 데다 경기마저 침체되면서 투자자들의 신뢰가 그야말로 땅에 떨어진 셈이다. 이와 관련, 전문가들은 월가 개혁에서 무엇보다 시급한 점은 투자자들의 신뢰를 회복하는 것이라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지난 5월 미국의 경제주간지 비즈니스위크(BW)는 `월가는 얼마나 부패했는가`라는 제목의 기사를 통해 세계 자본주의의 심장부인 월가가 최악의 신뢰성 위기를 맞고 있다면서 월가 부패의 문제점을 다음과 같은 지적한 바 있다. 월가의 투자은행들의 `이해상충` 혐의가 단지 투자은행과 애널리스트들의 신뢰에만 금이 가는 것이 아니라 전체적인 금융 시스템 붕괴를 가져올 수 있다는 것. 금융시스템은 신뢰할 수 있는 정보에 기반해 구축되기 때문에 그같은 믿음이 깨어지기 시작한다면 금융시스템 전체가 마비될 수도 있다는 얘기다. 따라서 무엇보다 월가의 개혁의 강도롤 높여 투자자들의 신뢰를 하루빨리 회복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는 지적이다. BW는 "투자은행 산업은 신뢰의 산업"이라며 "만약 월가 투자은행들이 투자자들의 신뢰를 읽어버리게 된다면 그것에는 아무것도 남지 않는 것이나 다름없다"고 말했다. 내년에는 월가 투자은행들이 투자자들의 `신뢰`를 성공적으로 회복할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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