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가 22일 발표한 금융안정보고서에 따르면 글로벌 투자은행 골드만삭스가 발표하는 금융상황지수(FCI)는 신흥국의 경우 미 연준의 긴축이 시작되기 이전 100을 밑도는 수준에서 지난 5월말 기준 103~104선까지 상승하면서 급격히 나빠졌다. FCI는 100을 기준으로 그 이상이면 금융상황이 긴축적인 것으로 평가된다. 이는 미국의 FCI가 지난해 1월 이후 꾸준히 100을 밑돌고 있는 것과 대비된다. 올해 1~5월 중 채권과 주식펀드를 합한 외국인 투자금 유출액은 190억달러를 기록했다.
신흥국의 금융상황이 급격이 나빠진 것은 미국 등 선진국의 통화긴축 급선회 영향이 컸다. 연준이 기준금리를 한번에 0.75%포인트나 올리는 자이언트 스텝을 밟는 등 급격한 통화긴축 전환에 미국 시장금리가 큰 폭 상승하면서 달러화 가치도 20년래 최고 수준 등으로 크게 뛰자 신흥국의 외채 상환 부담액이 늘고 외국인의 증권투자자금 유출 압력이 높아지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올해 중 신흥국의 미 달러화 표시 채권의 만기도래 규모는 3993억달러에 달한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이 길어지면서 국제 유가 등 원자재 가격 급등 현상도 이어지고 있다. 지리적으로 인접하고 교역연계성이 높은 유럽지역에 상대적으로 큰 영향을 줄 것으로 보이나 곡물 수입의존도가 높은 비(非)유럽 지역 신흥국에도 인플레이션 부담을 키우는 중이다. 위험노출자금(익스포저) 비중이 상대적으로 적긴 하지만 서방의 경제제재로 인한 러시아 외화표시 채권의 디폴트 우려도 여전하다. 올 4∼12월중 러시아의 미 달러화 표시 채권의 만기도래 규모는 약 146억달러 수준이다.
한은 관계자는 “우리나라의 경우 중국경제와의 연계성이 높고 국제 원자재 가격과 곡물 가격의 상승에 크게 영향을 받는 만큼 글로벌 리스크 요인의 전개 양상과 신흥국의 경제·금융 상황을 면밀히 모니터링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