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北매체 ‘비핵화’ 명시..핵실험장 폐기는 대내외 공개
선언문 3조4항의 ‘북측이 취하고 있는 주동적인 조치’에 대해 북한이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는 움직임이 감지된다. 북한은 지난 28일 조선중앙통신과 노동신문 등을 통해 ‘완전한 비핵화’를 못박은 기사를 게재했다. 대외적인 확인은 있었어도 대내적으로 처음 이를 알렸다는 점에서 전향적인 조치로 풀이된다.
여기에 함경북도 풍계리 핵실험장을 폐기하고 이를 대외적으로 공개하기로 한 것 역시 비핵화의 첫걸음을 내딛는 상징적 조치로 해석이 가능하다. 북한은 이미 수명이 다했다는 일각의 지적에 맞서 “아직 사용 가능하다”는 입장을 강조했다. 지난 2008년 영변 냉각탑 폭파와는 다르다는 점을 강조하려는 의도로 보인다.
북부 핵시험장인 풍계리 핵실험장은 지난해 9월 3일까지 북한이 모두 6차례 핵실험을 한 장소로 북한 핵무력 개발의 상징과 같은 곳이다. 이곳을 폐기한다는 것은 북한이 미래핵에 대한 동결을 선언한 것과 다름 없다. 협상이 틀어져 다시 북핵 개발에 나선다고 가정하더라도 핵실험장을 복구하는 데는 오랜 시간이 걸릴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규모면에서 핵실험장 폐기는 지난 2008년의 영변 핵시설의 냉각탑 해체와는 비교할 수 없다. 핵실험장으로 들어가는 갱도가 사방으로 널리 분포하고 있어 이를 폐쇄한다는 것은 영변 냉각탑 폭파와는 차원이 다른 규모의 비핵화 의지다. 풍계리 핵실험장은 최소 4개의 갱구를 가지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국제사회 지지도 얻어낼까
선언문 3조4항에는 ‘남과 북은 한반도 비핵화를 위한 국제사회의 지지와 협력을 위해 적극 노력하기로 하였다’는 내용도 포함했다. 국제 사회의 지지 역시 한반도 비핵화에서 빼놓을 수 없는 부분이다. 북미 정상회담을 앞둔 북한이 적극적으로 비핵화에 대한 실천적 조치들을 내놓음으로써 미국과 유엔 안전보장이사회를 압박하는 효과도 노리는 것으로 풀이된다. 특히 한미 전문가와 언론인을 초청하겠다는 대목에서 추후 북미 정상회담 역시 투명하게 진행하겠다는 의지가 읽힌다.
남북 정상회담을 전 세계에 생중계한 것처럼 풍계리 폐쇄도 같은 방법을 통해 전 세계에 투명하고 확실하게 공개하면서 미국에도 투명한 댓가를 요구할 가능성이 점쳐진다. 일각에서 북미가 정상회담을 놓고 의제 문제 등으로 샅바싸움을 벌일 것이라는 관측을 무력화하는 전략이라는 얘기도 나온다. ‘신경전’이나 ‘기싸움’으로 시간을 소모하는 대신 곧바로 의제를 중심으로 담대하고 포괄적인 조치를 이행하자는 재촉으로 받아들여진다. 북한의 전향적 조치에 따라 중국이나 러시아, 유럽 국가들을 중심으로 미국에 대한 견제도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 북한의 비핵화가 가시적 성과가 드러난 순간 미국을 중심으로 한 대북제재 공조가 약해질 수밖에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