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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 위원장은 지난 27일 이데일리와의 인터뷰에서 이러한 인식 하에 소득세의 ‘국민개세주의’ 실현 등 우리 조세체계 전반의 개편 필요성을 주장했다. 부동산정책에선 자신이 노무현정부 때 입안에 관여한 종합부동산세 등 보유세 강화와 거래세 인하는 물론, 유동자금이 부동산 아닌 산업 분야로 흐를 수 있도록 큰 틀에서의 처방이 필요하다고 역설했다.
아울러 일자리 창출을 막고 있는 서비스산업 등 신산업 분야에서의 ‘가치 충돌’을 정치권 밖 토론으로 풀어야 한다고 짚고, 규제프리존 도입 필요성을 언급했다.
다음은 김 위원장과의 일문일답.
-한국당에서 주장해온 법인세 인하엔 어떤 입장인가.
△“조세 부분은 큰 틀의 논의가 필요하다. 개별세목 중 법인세는 우리만 홀로 높이기 어렵다. 지난 15년 동안 OECD(경제협력개발기구) 국가들은 법인세율이 평균 20%대로 떨어졌고, 아일랜드는 12.5%가 됐다. 동남아국가도 1년에 1%씩 떨어지고 일본도 20%대로 내리겠다고 공약했다. 국가간 조세경쟁을 하고 기업들 엑소더스 현상이 일어나니, 법인세 이하는 어쩔 수 없다는 게 내 입장이다.”
-기업들의 상속세 부담이 많다는 지적이 있는데.
△“세계 주요국가의 반 이상이 상속세를 폐지했다. 세금 내면서 모은 돈에 다시 세금을 물려서 이중과세 문제가 있고, ‘택스 플라이트(Tax Flight)’로 돈을 들고 도망가는 문제도 있다. 또 상속세를 내서 경영권이 약해지면 적대적 M&A(인수합병) 대상이 될 수도 있어서 자꾸 없애자는 얘기가 나오는데, 국민감정이 좋을 리는 없다. 국가가 시장과 공동체의 보충제 역할을 할 때 필요한 재정수입을 어디서 가져와야 할지, 전체 틀 속에서 논의가 필요하다. 다른 나라는 소득세에서 많이 가져오지만 우린 소득세가 약하다. 면세자가 40% 이상인 모순이 있어선 안된다. 덴마크는 세계에서 높은 수준의 복지를 구현하지만 소득세 최고세율이 59%다. 근로자 평균소득의 1.2배만 되면, 우리 돈으로 5500만원 이상 벌면 59%를 낸다. 우린 지금 구도를 그대로 가져갈 것인가, 여기서부터 심각한 고민을 해야 법인세, 상속세 방안이 나올 것이다.”
-그렇다면 소득세 수준은 적정하다고 보는가.
△부자들도 인하보단 최소한 유지는 해야 국가가 보충적 역할을 하는 데에 필요한 최소한의 재정을 확보할 수 있다. 국민개세주의, 될 수 있으면 많은 사람이 세부담을 하는 게 맞다. 그런데 여야 떠나서 포퓰리즘에 젖어 못하고 있다. 세금부담이 없으면 정부가 돈 쓰는 걸 방기하게 된다. 고속도로 통행료 면제도 많은 사람들은 공짜라 생각하지만, 누군가는 더 내야 한다. 스웨덴, 덴마크, 핀란드는 공짜가 없이 모두 세금을 내니 정부, 정치인이 제대로 하는지 감시를 한다. 그게 정치개혁, 관료제개혁의 동력이 되지만 우린 아니다.“
-관련 법안도 나왔지만 논의가 되지 않고 있다.
△“겁나기 때문이다. 표가 도망가니까. 고양이 목에 방울을 달기가 힘든 것이다. 이런 부분이야말로 여야가 같이 추진해서 국민들에게 ‘정말 어려워도 참아달라, 억울해도 양보해달라’ 해야 하는 게 아닌가.”
-부동산정책 방향에 대한 견해는.
-종합부동산세 강화 입장 그대로인가.
△“다른 나라는 보유과세가 높고 양도소득세, 취득세가 낮아서 시장기능이 살아있다. 우리는 정반대여서 보유과세가 다른나라의 3분의 1, 4분의 1 수준으로 낮고 거래과세가 높다. 보유과세는 늘리는 대신 양도세 등을 내리면 국민 부담이 줄어든다. 당장 나부터 10억원짜리 집을 팔고 이사가야 하는데 양도세를 2억원 냈다. 다른 나라는 10억원 집 팔고 10억원 집으로 이사가면 양도세 부과 안한다. 이건 당의 입장과 다른데, 앞으로 당에서 얘기해볼 것이다.”
-당의 노동정책은 어디로 가야 할까.
△“진보의 기본원칙인 동일노동 동일임금 원칙이 우리사회에선 지켜지지 않는다. 노동자간 임금구조를 균형화하는 게 큰 과제다. 우리 노동자를 지식노동자, 지식근로자로 바꾸는 것도 큰 문제 중 하나다. 4차산업혁명 말들 하지만 우린 전문적인 지식노동자, 근로자가 20%다. 앞으로 30~40%는 돼야 하는데, 이를 교육시킬 중소기업이 지식근로자로 만들지 않는다. 만들어 놓으면 임금 더 주는 다른 데로 이동하니까. 지식노동자, 근로자 키우지 못하면 아무리 신산업 외쳐봐야 안 된다.”
이 부분이 정치권에서 논의할 과제다.
-일자리 창출에 대한 해법이 있는가.
△“산업이 제대로 돌아가야 일자리가 만들어지는데, 우리는 산업을 고치려 해도 가치적 충돌이 있어서 이념에 막혀 버린다. 영리병원이 대표적인 예다. 김포에 영리병원 만들어서 중국 환자들 많이 오면 일자리 생길 걸 알아도 국민 입장에선 용납 못한다. 서비스산업 육성하려 하면 호화, 사치, 도박산업이라고 안 된다고 한다. 바이오도 일자리 많이 생길 수 있지만 인간의 존엄을 해친다는 등의 이유로 안 된다고 한다. 가치적 충돌이 새로운 산업의 성장을 막고 있는 게 많다. 이걸 정치권에서 토론하려고 하면 충돌 밖에 안 되니, 밖에서 심각하게 토론해줘야 한다. 일자리는 담론의 기반이 있고, 가치적 합의가 있을 때에 만들어진다. 서비스산업 고용구조를 보면 우린 종사자가 60%지만, 다른나라는 70%다. 서비스산업을 통해 일자리 만들 수 있는 영역이 있다는 얘기인데 들어가다보면 탁탁 막힌다. 그런 부분을 풀어줘야 한다.”
△“개별 법안 하나하나는 다 파악을 못했다. 기본적으로 기업 활동을 자유롭게 할 수 있게 해야 한다.”
-앞으로 국회에서 중점 처리 법안을 꼽는다면.
△“규제프리존법안 같은 걸 한 번 해봤으면 한다.”
-우리나라가 지향해야 할 모델 삼는 나라가 있다면.
△“지향점이 있다면 스웨덴을 생각해볼 수 있다. 스웨덴은 경제자유도가 세계 15위 정도로 시장이 자유롭고, 영리병원도 다 허용된다. 시장소득 지니계수는 0.4에 달하지만 국가가 조세를 걷어 재분배한 뒤엔 지니계수가 0.27~0.28로 떨어진다. 우린 0.34에서 0.31 정도로 떨어지는 수준이다.”
◇김병준 위원장 주요약력
-1954년 경북 고령 출생
-1976년 영남대 정외외교학과
-1979년 한국외대 정치학 석사
-1984년 미국 델라웨어대 대학원 정치학 박사
-1986~2018년 국민대 행정학과 교수
-2004~06년 노무현정부 청와대 정책실장
-2006년 노무현정부 교육부총리
-2016년 박근혜정부 국무총리 후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