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촐싹대고 코믹한 홈즈 의도했다"

뮤지컬 `셜록 홈즈: 앤더슨가의 비밀` 배우 송용진
유명 캐릭터에 `내 색깔 입혀` 성공
9월부턴 `셜록 홈즈 시즌 2` 도전
  • 등록 2012-04-02 오후 1:40:35

    수정 2012-04-02 오후 1:41:00

이데일리신문 | 이 기사는 이데일리신문 2012년 03월 30일자 33면에 게재됐습니다.
▲ 배우 송용진(사진=권욱 기자 ukkwon@)
[이데일리 오현주 기자] “자네는 밥을 3주마다 먹나.” 사건 없는 심심한 일상을 못 견디고 몸을 비틀어대던 홈즈가 애꿎은 왓슨을 타박한다. 그런데 뮤지컬 `셜록 홈즈`의 이 대사는 비단 극 중 홈즈 만의 것이 아니다. 아니 정작 주인은 극 밖에 따로 있겠다 싶다. 그 주인은 잠시도 가만있지를 못한다. 하루를 토막내 쪼개 쓰고, 좋아하는 일엔 미친 듯 몰입하며, 굳이 사생활이 있어야 할 필요를 못 느낀다.

`셜록 홈즈` 송용진(36). 뮤지컬배우 14년차, 록 뮤지션, 연출·제작자에 이젠 연극배우라고도 불러야 한다. 세상에 팔방미인이 어디 한둘인가. 그럴 수 있다. 그러나 그에겐 좀 더 특별한 것이 있다. 이 역할 대부분을 거의 동시에 진행한다는 거다.

지난 27일 늦은 오후. 그날 공연을 준비 중인 그를 `셜록 홈즈`가 오르고 있는 서울 청파동 숙명아트센터 씨어터S에서 만났다. 어느 길가에서 마주칠 듯한 친근한 인상. 그는 의외로 차분했다.   어떤 홈즈를 만들 것인가 고민 `셜록 홈즈`를 모른다 하는 사람은 없다. 그래서 유명인물을 극화할 때 항상 부딪히는 문제는 한 가지다. 어떻게 모두가 안다는 그 형상에 밀착하는 동시에 산산이 깨뜨릴 것인가. 그래서 어렵다. “누구나 자기만의 셜록 홈즈가 있다. 소설로 영화로 드라마로 생긴 이미지들이다. 그래서 고민이 됐다. 어떤 홈즈를 만들 것인가.”

그렇다면 촐싹대고 코믹한 역발상의 `송용진 표 홈즈`는 어떻게 만들어졌을까. “무게를 잡으면 극이 지루해질 거라는 우려가 컸다. 노우성 연출은 `캐릭터가 있는 캐릭터`를 요구했다. 영화 `캐리비언의 해적`에서 배우 조니 뎁이 연기했던 잭 스패로우 같은 인물이었다.” 하지만 처음부터 정하고 들어갔던 건 아니다. 고심 끝에 결론을 냈다. 공연 시작 두 주 전이었다.   초연 멤버 뭉쳐 올린 앙코르

그리고 대학로 소극장에서 아무도 예상치 못한 일이 벌어졌다. 딱히 기대 없이 `셜록 홈즈`가 주는 향수를 좇아 찾아간 관객들을 그만 압도해버린 것이다. 순식간에 입소문이 퍼졌다. 앙코르 공연을 안할 수 없었다. 요청이 쇄도해서다. 게다가 지난해 11월 `한국뮤지컬대상`에서 최우수작품상과 작곡상·극본상까지 휩쓸었던 터다.

“초연 때부터 모두가 올인했던 터라 다시 뭉치는 건 자연스러웠다. 왓슨에 4명이나 캐스팅 된 것도 이런 이유다. 초연을 같이 했던 구민진은 5회만 출연할 수밖에 없는 일정에도 불구하고 합류했다.”

앙코르 공연서 결정적으로 달라진 건 극장이다. 500석 규모의 중극장으로 옮겨갔다. 초연 때 가장 아쉬워했던 좁은 무대를 해결한 것이다. “영상을 제대로 보이게 됐고 동선도 늘어났다. 하지만 밀도로만 따지면 소극장이 낫다.” 관객의 반응은 물론 친밀감이 더 잘 와닿았다는 얘기다.

▲ 배우 송용진(사진=권욱 기자 ukkwon@)
  “뮤지컬 창법 해야 할 이유 모른다”

`셜록 홈즈`는 3년간 몰두해 준비한, 말 그대로 탄탄하게 만들어진 창작뮤지컬이다. 원작의 설정을 따왔을 뿐 구성과 드라마, 음악 전부가 `창작`됐다. 하다못해 핵심인물의 성별까지 바꿔 놨다.

“왓슨이 여자란 소릴 들었을 땐 `미친 거 아니냐` 했다. 하지만 진행을 하다보니 좋은 선택이었다는 생각이 든다.” 그렇게 의사 존 왓슨은 셈도 밝고 싸움도 잘하는 홈즈의 여비서 제인 왓슨으로 태어났다.

홈즈 같은 고집스런 면모는 의외의 지점에서 발견됐다. 뮤지컬엔 뮤지컬 창법이란 것이 있다. 뮤지컬배우를 하려면 따라갈 수밖에 없나보다 싶을 만큼 `다들 그렇게 부른다`. 그런데 송용진은 다르다. `셜록 홈즈`에서도 그는 록을 고수한다. 인디밴드 `쿠바` 메인보컬의 파괴력을 옮겨놓은 듯 하다. “뮤지컬 창법을 못한다. 할 이유도 없고 할 필요도 없다.”

`칠수와 만수` 이어 `셜록 홈즈2`까지

1999년 `락햄릿`이 뮤지컬 데뷔작이다. 배우로 확실히 도장을 찍은 건 `헤드윅`(2005)에서다. 초연 멤버로 최장기 공연을 했다. 200회를 넘겼다. “제일 잘하진 못했지만 제일 사랑받은 배우”라고 자신한다. 이후 `렌트` `로키호러쇼` `율슉업` `온에어` 등 화려한 배우이력을 쌓아가다 근래엔 1인 뮤지컬 `치어걸을 찾아서’(2010), `노래를 불러주는 남자`(2012)를 연출·제작하고 출연까지 했다. 또 `셜록 홈즈` 틈틈이 연습한 연극 `칠수와 만수`가 5월 무대에 오른다. 밴드활동은 생활이다.

이데일리가 주최한 `셜록 홈즈`의 서울 공연은 5월13일까지다. 이후 두 달간 전국 공연이 예정돼 있고 9월부턴 `시즌 2`가 올라간다. 이번엔 `잭 더 리퍼의 부활`이다. 홈즈 송용진이 다시 나서는 건 물론이다. “쉽진 않을 거다. `시즌 1`으로 인한 기대가 큰 탓에.” 어느 새 연출적인 부담까지 안게 됐다. 하지만 그리 걱정할 필요는 없을 듯하다. 결국 그는 자신을 자극하는 그 도전에 이끌려 또 해내게 될 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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