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래 위에서도 천장에서도 ‘거뜬’…보행로봇 힘주는 KAIST

[로봇, 일상 속으로]
평탄치 않은 표면서도 안정적 보행로봇 ‘눈길’
철제 지형 보행 가능한 로봇도, 초속 50cm 속도
생체모방형 두더지 로봇, 실용성 높은 로봇기술
  • 등록 2023-03-30 오전 10:29:20

    수정 2023-03-30 오전 10:29:20

철로 이뤄진 천장과 벽면을 오가는 KAIST 사족보행 로봇. (사진=KAIST)
[이데일리 김정유 기자] 한국과학기술원(KAIST)이 특수목적용 로봇부터 속도를 높인 사족보행 로봇까지 다양한 로봇 기술 개발에 나서고 있다.

KAIST에 따르면 기계공학과 황보제민 교수 연구팀은 올 1월 모래와 같은 변형하는 지형에서도 최대 3.03m/s로 고속 주행이 가능한 사족보행 로봇 제어기술을 개발했다. 사전 정보없이도 다양한 지반 종류에 스스로 적응하며 보행하는 인공신경망 구조를 도입해 강화학습에 적용했다.

강화학습은 임의의 상황에서 여러 행동이 초래하는 결과의 데이터를 수집, 이를 사용해 임무를 수행하는 기계를 만드는 학습방법이다. 연구팀은 접촉에서 발생하는 힘을 예측하는 접촉모델을 정의하고, 센서에서 나오는 시계열 데이터를 분석하는 순환신경망을 사용했다.

학습이 완료된 제어기는 연구팀이 직접 제작한 로봇 ‘라이보’에 탑재돼 해변 모래사장에서 최대 3.03m/s의 고속 보행을 선보였다. 또한 에어 매트리스에서 1.54 rad/s(초당 90도)의 회전을 안정적으로 수행했다. 이런 기술은 향후 다양한 보행로봇이 극복할 수 있는 지형 범위를 확대, 로봇의 실제적 임무 범위를 수행하는데 기여할 것으로 보인다.

철로 이뤄진 벽면과 천장을 빠른 속도로 이동 가능한 사족보행 로봇도 KAIST 기술로 개발돼 눈길을 모은다. KAIST 기계공학과 박해원 교수 연구팀은 전자기력을 끄고 켤 수 있는 영전자석과 탄성체에 철가루 같은 자기응답인자를 섞은 탄성체 ‘자기유변탄성체’를 이용했다. 이를 통해 평탄하지 않은 표면에서 높은 접착력을 지닌 발바닥을 제작했다.

연구팀의 사족보행 로봇은 초속 70cm의 속도로 직벽을 고속 등반했고, 최대 초속 50cm의 속도로 천장에 거꾸로 매달려 보행 가능하다. 이는 보행형 등반 로봇으로는 세계 최고의 속도다.

이같은 보행로봇은 배, 교량, 송전탑, 대형 저장고, 건설 현장 등 철로 이뤄진 대형 구조물에 점검, 수리, 보수 임무를 수행하는 등 폭넓게 이용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KAIST는 로봇에 사용될 수 있는 새로운 인공근육도 개발했다. 이 인공근육은 현재까지 과학계에 보고된 것 중 인간 근육과 가장 유사하면서도 최대 17배 강한 힘을 나타낸다. 온도변화에 따라 동물 근육과 같이 크게 수축을 일으키는 액정 물질에 고품질 그래핀을 적용, 레이저로 원격제어가 가능한 신소재를 만들어냈다. 이를 통해 인간 근육의 작업 수행능력(17배)과 출력밀도(6배)를 크게 능가하는 운동능력을 구현했다.

연구를 주도한 신소재 분야 석학인 KAIST 김상욱 교수는 “최근 세계적으로 활발히 개발되고 있는 인공 근육들은 비록 한두 가지 물성이 매우 뛰어난 경우는 있으나 실용적인 인공 근육으로 작동하는 데 필요한 다양한 물성들을 골고루 갖춘 경우는 없었다”며 “이번 연구를 시발점으로 실용성 있는 인공 근육 소재가 로봇 산업 및 다양한 웨어러블 장치에 활용할 수 있으며 4차 산업 혁명에 따른 비대면 과학기술에서도 크게 이바지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또한 KAIST는 2020년에도 지하 공간 탐사를 위한 생체모방형 두더지 로봇을 개발해 화제를 모으기도 했다. 두더지의 생물학적 구조와 굴착 습성을 모방해 무인 지하 탐사나 극한지역 또는 우주행성 탐사에 효율적으로 활용 가능한 로봇이다. KAIST 전기및전자공학부 명현 교수 연구팀이 개발한 ‘몰봇’(Mole-bot)이 주인공이다.

몰봇은 크게 드릴링부, 잔해 제거부, 허리부, 이동 및 고정부로 구성된다. 무게는 26kg에 불과하다. 연구팀은 지하에서 로봇 위치를 측정할 수 있는 센서시스템과 알고리즘을 탑재했다. 자기장 센서가 포함된 관성항법 센서를 탑재했는데, 지구 자기장 데이터 변화를 측정해 로봇 위치를 인식할 수 있는 구조다.

두더지 로봇 ‘몰봇’. (사진=KAIS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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