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이성재 윤종성 기자] 고(故) 이병철 삼성그룹 창업주의 장남인 이맹희 씨가 동생인 이건희 삼성 회장을 상대로 상속 소송을 제기했다.
재계에서는 대한통운 인수로 빚어진 삼성과 CJ간의 깊어진 골이 소송으로까지 이어졌다는 분석이다. 이맹희 씨는 이재현 CJ그룹 회장의 부친이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이맹희 씨가 제기한 상속 소송은 그 동안 억눌러왔던 삼성가(家) 내부의 집안 싸움이 처음 외부로 표출된 것으로, 한솔·신세계 등 범(凡) 삼성가의 갈등을 알리는 신호탄이 될 것으로 분석했다.
삼성가에 정통한 재계 한 관계자는 "몇년 전부터 상속문제를 두고 갈등을 빚어온 삼성가 2세들이 결국 소송이란 극단적인 방법을 선택한 것 같다"라며 "이명희 신세계 회장의 경우 아버지 제사에도 참석하지 않을 정도로 문제가 심각한 상황이다"고 말했다.
▲고(故) 이병철 삼성그룹 창업주의 장남인 이맹희 씨가 동생인 이건희 삼성 회장을 상대로 상속 소송을 제기했다. 사진은 이맹희 씨(좌)와 이건희 회장 |
◇이맹희 씨 "이건희 회장, 내 상속분 돌려달라"..7000억 소송
고 이병철 회장의 장남인 이맹희씨는 14일 "아버지가 생전에 제3자 명의로 신탁한 재산을 이건희 회장이 단독 명의로 변경했다"며, 서울중앙지법에 소송을 냈다.
이맹희 씨는 소장에서 "아버지가 타계한 이후 이건희 회장이 명의신탁사실을 다른 상속인에게 알리지 않고 단독 명의로 변경했으므로 내 상속분만큼 주식과 배당금을 돌려달라"고 요구했다.
이맹희 씨는 삼성생명 주식 824만주와
삼성전자(005930) 주식 20주 및 1억원의 지급을 요구했다. 또 삼성에버랜드를 상대로도 삼성생명보험 주식 100주와 1억원을 청구했다. 총 소송 금액은 7000억원을 넘어선다.
지난해 6월 이씨는 자신의 장남인 이재현(52) 회장이 경영하는 CJ그룹 재경팀 임원을 통해 고 이병철 회장의 차명재산 존재를 알게된 것으로 전해졌다.
이맹희 씨가 삼성에버랜드를 상대로 추가 소송을 제기한 것은 `상속재산 분할 관련 소명` 문서에 언급된 차명 재산 중 일부가 삼성에버랜드 소유였기 때문인 것으로 파악된다.
◇삼성-CJ 깊어진 골 때문?..삼성家 전면전 될 수도
삼성 안팎에서는 이번 소송이 대한통운 인수전에서 불거진 두 그룹간의 가시지 않은 앙금이 단초가 된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두 그룹은 지난해 6월
CJ(001040)가 대한통운 인수에 나선 가운데 삼성이 삼성SDS를 내세워 포스코와 손잡고 인수전에 뛰어들면서 갈등이 커졌다. 지난해 12월에는 CJ헬로비전의 이동통신재판매(MVNO) 사업 시작을 앞두고도 스마트폰 공급 문제를 두고 갈등을 빚은 바 있다.
하지만 재계에서는 이번 소송은 시작일 뿐 앞으로 한솔과 신세계 등으로 확산될 가능성도 크다고 내다봤다. 한솔과 신세계 또한 상속문제로 소송을 준비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재계 고위 관계자는 "지난해 한솔, 신세계를 포함해 범 삼성가가 상속 문제로 내부적으로 심한 갈등과 다툼이 있어 왔다며 "집안 다툼후 이재현 회장과 정용진 신세계 부회장, 이재용 삼성전자 사장 등 3세들간의 왕래도 확연히 줄었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또 "이맹희 씨가 제기한 소송은 시작에 불과할 수 있다"며 "이맹희 씨처럼 범 삼성가가 이건희 회장을 압박할 가능성도 있다"고 덧붙였다.
이와 관련 삼성과 CJ그룹은 "개인간의 소송으로 그룹이 이 사안을 두고 뭐라 말할수 있는 상황은 아니다"라며 "그룹과 연관해 확대 해석을 하지 말아달라"고 당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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