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막 오른 ‘김학의 불법 출금’ 재판 쟁점은?

'김학의 불법 출금' 이광철, 13일 첫 재판
法, 공판 준비 절차 진행…차규근·이규원과 함께 재판
'급박했던 출금 절차' 이견…"명백한 위법" vs "적법"
이르면 이달 본격 심리…조국·봉욱 증인 소환 가능성
  • 등록 2021-08-06 오전 11:00:00

    수정 2021-08-08 오전 9:29:30

[이데일리 한광범 기자] 이 기사는 이데일리 홈페이지에서 하루 먼저 볼 수 있는 이뉴스플러스 기사입니다.

불법적으로 김학의 전 법무부 차관의 출국을 막은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이광철 전 청와대 민정비서관에 대한 첫 재판이 오는 13일 열린다. 그는 같은 혐의로 먼저 기소된 차규근 전 법무부 출입국외국인정책본부장(현 법무연수원 연구위원), 이규원 검사와 함께 재판을 받게 된다.

막오른 ‘김학의 출금’ 재판 쟁점은? [그래픽=이데일리 김일환 기자]
이 전 비서관 등이 모두 “김 전 차관 출국을 막는 과정에서 불법은 없었다”며 혐의를 완강히 부인하는 만큼 향후 법정에서의 치열한 공방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7부(재판장 김선일)는 오는 13일 오후 2시 이 전 비서관 등에 대한 공판준비기일을 진행한다. 공판준비기일은 공판에 앞서 증거 신청 등 심리 방향을 결정하는 절차다. 이를 통해 향후 법정에 출석할 증인 등이 결정된다. 본격적인 심리가 이뤄지는 공판은 이르면 이번 달 내에 시작할 것으로 보인다.

공판준비기일은 공판기일과 달리 피고인의 출석 의무가 없다. 앞서 차 전 본부장과 이 검사는 두 차례 공판준비기일에 출석하지 않았다. 이 전 비서관 기소 이후 처음 열리는 이번 공판준비기일에도 세 사람 모두 출석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이번 재판에선 검찰의 공소 사실에 대한 이 전 비서관의 간략한 입장이 나올 전망이다. 준비 절차에선 변호인을 통해 간략하게 혐의에 대한 피고인의 입장을 밝힌다. 앞서 차 전 본부장과 이 검사는 지난 5월 열린 첫 재판에서 혐의를 전면 부인했다.

이광철 전 청와대 민정비서관. (사진=뉴스1)
전격적인 김학의 출금…檢 “배경엔 靑·법무부·대검”

이 전 비서관 등은 지난 2019년 3월 22일 김 전 차관의 태국 방콕 출국을 불법적으로 막은 혐의를 받는다. 당시 출국 금지 조치가 내려지지 않았던 김 전 차관이 늦은 밤 공항에 나타나 출국을 시도하자 이 전 비서관 등이 허위 서류를 통해 출국을 막았다는 것이 주된 혐의 내용이다.

김 전 차관이 출국을 시도한 날은 그가 대검찰청 산하 과거사진상조사단 출석 요구에 불응한 지 1주일이 지난 시점이었다. 아울러 출국 시도 4일 전엔 문재인 대통령이 직접 김 전 차관 사건에 대한 철저한 진상 규명을 지시하기도 했다.

검찰은 김 전 차관의 출국을 막는 과정에서 조직적인 불법이 있었다고 판단하고 있다. 검찰의 공소장에 따르면 김 전 차관의 출국 시도를 확인한 이 전 비서관이 자신의 사법연수원 동기이자 당시 대검 과거사진상조사단 소속이었던 이 검사에게 ‘긴급 출국 금지 요청을 해야 한다’고 전달했다.

‘대검 승인이 있어야 한다’는 이 검사의 요구에 이 전 비서관은 상급자였던 조국 당시 민정수석에게 연락했다. 이후 조 전 수석이 법무부 및 대검과 관련 논의를 진행했고 이 전 비서관은 “법무부·대검 승인이 났다”고 이 검사에게 연락했다. 이 검사는 이후 23일 새벽 허위 사건 번호를 기재한 출금 요청서를 법무부에 송부했다.

차 전 본부장은 이 같은 허위 출금 요청서를 승인했다. 결국 김 전 차관은 비행기 탑승 직전 출국이 무산됐다. 차 전 본부장은 이 밖에도 김 전 차관의 출국 동향 감시를 위해 김 전 차관 개인 정보를 불법적으로 조회한 혐의도 받는다.

김학의 전 법무부 차관이 지난 2019년 3월 23일 새벽 출국 시도가 무산된 후 공항을 빠져나가고 있다. (사진=JTBC뉴스 갈무리)
하지만 이 전 비서관 등은 이 같은 공소 사실을 완강히 부인하고 있다. 이 전 비서관은 지난달 2일 사의를 표명하며 “(검찰) 기소는 법률적 판단에서든, 상식적 판단에서든 매우 부당한 결정이다. 유감스럽게 생각한다”고 밝혔다.

차 전 본부장 변호인도 지난 5월 첫 재판에서 “심야에 짧은 시간 내 결정 내려야 했던 공무원에게 사후에 정리된 전지전능의 완전무결한 잣대를 들이대고 있다. 그러지 말라는 게 대법 판례”라고 주장했다. 이 검사 변호인은 “봉욱 당시 대검 차장검사의 사전 지시를 받았다”며 “문제가 있었다면 권리 주체는 봉 전 차장검사”라고 주장했다.

피고인들 “적합한 직무” 주장…입증 여부 관건

이에 따라 향후엔 △청와대 개입의 적법성 △봉욱 전 대검 차장 등을 포함한 법무부·대검 승인 여부 △법무부·대검 의사 결정 적법성 △출금 요청서 위법 여부 등을 두고 검찰과 변호인 간 치열한 공방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조 전 수석과 봉 전 차관 등 주요 인사들의 증인 소환도 줄줄이 이뤄질 것으로 예상된다.

부장판사 출신 한 변호사는 “김 전 차관 출국을 막는 과정에서 이 전 비서관 등의 행위가 적합한 직무 범주에 속할 수 있는지가 쟁점이 될 것으로 보인다”며 “이 전 비서관 등이 자신의 주장을 입증할 반박 증거를 얼마나 내놓을 수 있을지가 관건”이라고 내다봤다.

대전고검장 출신으로 박근혜 정부 초대 법무부 차관이었던 김 전 차관은 지난 2013년 3월 사업가 윤중천 씨로부터 별장 성접대를 받았다는 의혹으로 임명 1주일 만에 자리에서 물러났다.

그는 박근혜 정부 당시 성접대 등 뇌물 의혹에 대해 검찰에서 무혐의 처분을 받았으나, 문재인 정부 들어 재수사를 거쳐 지난 2019년 6월 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뇌물 혐의로 구속 기소됐다.

김 전 차관은 1심에서 무죄를 선고 받았지만 2심에서 일부 혐의가 인정돼 징역 2년 6개월에 벌금 500만 원, 추징금 4300만 원을 선고 받았다. 다만 성접대 혐의는 공소시효 만료로 무죄 판단이 유지됐다.

대법원은 지난 6월 “유죄 판단에 결정적이었던 일부 증인의 진술을 믿을 수 없다. 심리를 다시 하라”며 원심을 파기하고 사건을 서울고법으로 돌려보냈다. 파기환송심 첫 재판은 다음달 2일 열릴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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