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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데일리 강경록 기자] “다시 출근하는 직원들 표정을 보니 너무 반갑다” “그동안 너무 힘들었는데 다시 출근하니 설레고 기쁘다”
1일 오전 8시30분께 찾은 서울 종로구 인사동 하나투어 본사 정문 입구. 이날 이곳에서는 ‘전직원 출근체제로 복귀 행사’가 열렸다. 직원들은 하나둘 대중교통이나 자가용을 이용해 회사로 들어왔고, 하나투어 임직원들이 미리 준비한 엽서를 출근하는 직원들에게 건넸다. 엽서에는 ‘새로워질 하나투어의 여정, 오늘 시작합니다’라는 문구가 적혀 있었다. 건물 입구에서는 커피를 나눠주는 행사가 이어지자 분위기는 한껏 고조됐다. 첫 정상출근을 위해 송미선 하나투어 대표가 직접 준비한 깜짝 이벤트였다. 오랜만에 만난 동료 직원들은 하나둘 커피를 들도 서로 악수를 하거나 안부를 물었다. 일부는 어깨를 두드리며 격려하기도 했다.
웃음꽃 활짝핀 1년 8개월만의 출근길
하나투어 직원들이 일터로 복귀했다. 지난해 4월 이후 1년 6개월만이다. 하나투어는 코로나19 여파로 지난해 4월부터 전 직원 유·무급을 시행했다. 하지만 코로나19가 장기화되면서 보릿고개가 이어지자, 고강도 구조조정에 나섰다. 2019년 2500명에 달했던 하나투어의 직원 수는 1100명대(1일 현재)로 줄었다.
하지만 하나투어는 조금씩 일상복귀를 위한 움직임에 나섰다. 올해 4월부터 근무인력을 조금씩 늘리더니 이달부터 전직원 정상근무 체제로 전격 전환하기로 했다. 이번 조치로 장기 무급휴직 상태이던 직원 500여명도 100% 유급으로 현장으로 복귀했다.
정상출근 첫날인 1일 오전, 하나투어 본사 앞은 모처럼 웃음꽃이 넘쳤다. 그동안 적막했던 주변 상가나 거리도 오랫만에 활기를 띄었다. 1년 6개월만에 일터로 돌아온 직원들의 얼굴에는 하나같이 밝았다.
직원들은 엽서와 커피를 들고 곧장 이전의 자신의 부서와 현장으로 돌아가 먼지 쌓인 책상과 서류를 정리했다. 이들 중 일부는 바뀐 부서 업무도 숙지해야 하고, 새로 바뀐 시스템에도 적응해야 하는 등 정상 근무를 위한 교육을 한달간 받을 예정이다. 경영진들도 회사 구석구석을 돌면서 일터로 돌아온 직원들을 반기며 격려와 함께 이제부터 합심해 같이 회사를 정상화 시킬 것을 당부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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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상화를 위한 출발점에 서 있는 것 같아 설렌다”
이날 출근한 공급본부의 A씨는 “그동안 근무자도 휴직자도 모두 오랫동안 힘든 시기를 보냈는데, 다시 회사가 정상화되서 설레고 기대도 크다”면서 “아직도 힘든 시기인 것은 분명하지만 우리가 힘을 합치면 위기도 극복하고 좋은 시너지를 발휘해 회사가 성장하는 원동력이 될수 있다고 믿는다”고 소감을 전했다. 대리점판매본부에 근무하는 B씨는 “오랫만의 출근이라 조금 어색할 수 있을 것 같지만 그래도 기쁜 마음이 크다. 뭔가 제자리를 찾아가는 기분이 든다. 여행시장도 하루빨리 정상화되었으면 한다”고 말했다.
휴직기간 생활비 마련을 위해 아르바이트를 했다는 공급본부의 C씨는 “신입사원처럼 첫 출근하는 기분처럼 설렘과 두려움이 공존한다. 복직이 반갑기도 하지만, 장기간 휴직으로 업무 적응에 대한 두려움도 있다”고 걱정했다.
스스로를 정비하는 시간으로 휴직 기간을 보냈다는 상품기획본부의 D씨는 “그동안 내일배움카드로 많은 것을 새로 배웠고, 업무에 도움 될만한 자격증 공부도 병행했다”면서 “출근에 대한 설렘은 크지만, 코로나 재확산 등으로 다시 휴직할수 있다는 불안감도 있다.”며 “하지만 위드 코로나로 일상 회복에 대한 기대가 크기에 설레는 마음으로 업무에 임할 생각이다”고 각오를 전했다. 이어 그는 “하나투어는 위드코로나에 맞춰 새로운 전략을 짜고 새로운 여행트렌드를 만들고자 준비 중이다”면서 “이번 조치가 여행업계 전반에 긍정적인 변화를 이끌었으면 하는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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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월 전직원 복직 통보, 위드 코로나 선제 준비
하나투어는 9월초 각 본부를 통해 직원들에게 10월 복직을 통보했다. 최근 백신 접종률 상승 추세와 정부의 위드 코로나 전환 검토 등 해외여행 재개에 대한 기대감이 커졌다고 판단해서다. 이번 조치는 하나투어가 해외여행 시장 회복시 선제적으로 대응에 나서기로 한 출발선인 것이다. 박철 하나투어 인사부서장은 “코로나19로 인한 불확실성은 여전하지만, 해외여행 시장 회복 조짐에 맞춰 발 빠르게 대응하고자 전 직원 정상근무 체제 전환을 결정했다”고 했다.
코로나19 펜데믹으로 하나투어는 직격탄을 맞으며 재정난에 시달렸다. 2019년 7632억원이었던 하나투어의 매출은 2020년 1096억원으로 급감했다. 올해 상반기 매출도 159억원에 그쳤다. 상반기 영업손실만 무려 665억원, 순손실은 863억원에 달했다. 재정 상황이 악화하자 하나투어의 부채비율은 2018년 266%에서 지난해 696%까지 뛰었다.
이에 하나투어는 부동산을 팔아 자금 수혈에 나섰다. 지난 6월에는 하나투어가 운영하는 서울 시내 2개 호텔 중 한 곳인 ‘티마크 호텔 명동’을 950억원에 매각했다. 이어 8월에는 서울 종로구 공평동 본사사옥 등 인근 대지와 건물을 1170억원에 매각해 자금을 마련했다.
계열사도 수술대에 올렸다. 하나투어는 2019년 말 국내·외 53개에 달했던 계열사를 올해 상반기 37개로 절반 가까이 줄였다. 하나투어가 사업 다각화를 위해 심혈을 기울였던 면세사업도 정리했다. 인천공항 T1과 T2, 입국장면세점, 시내면세점까지 총 4개의 사업장을 운영하던 SM면세점은 사업권을 반납하고 전 사업장을 철수하며 영업을 종료했다.
송 대표는 “10월 1일 정상 출근일이 하나투어엔 제2의 창업이나 마찬가지”라며 “여행 플랫폼 1위를 위한 만반의 준비를 마치고 조직 문화의 완전한 변신을 임직원 전체에 이식하기 위해 위드 코로나를 선제 시행하기로 했다”고 당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