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엔 `씨티發 위기` 터지나

"제2의 리먼 되는 건 아닌가".. 전세계 `촉각`
`슬픈 공룡`.. 몸집 키우다 부실 확대
신뢰 떨어지고 불확실성 높아져
  • 등록 2008-11-21 오후 4:03:33

    수정 2008-11-21 오후 4:07:26

[이데일리 피용익기자] 씨티그룹이 새로운 금융위기의 불씨가 될까 우려되고 있다.
 
주가는 연일 폭락하고 있고, 이런 가운데 매각설까지 나오고 있는 상황. 올 들어 베어스턴스, 리먼브러더스 등 월가 주요 금융회사들이 차례로 쓰러진 데 이어 씨티그룹마저 무너질 수 있다는 우려다.

일각에서는 씨티그룹의 매각은 불확실성을 해소해준다는 점에서 호재가 될 것으로 보고 있다. 21일 아시아 증시는 이같은 기대감을 반영하며 상승했다.
 
하지만 씨티그룹은 한 때 미국 은행업을 대표하는 최대 은행이었다는 상징성만으로도 매각이 현실화될 경우 그 파장은 상당할 전망이다.
 
특히 씨티그룹이 매물로 나오더라도 이를 인수할 만한 여력이 있는 기업이 없다는 점, 일부 사업부 매각으로 과연 부실을 메울 수 있을 것인지에 대한 우려 등이 증폭되는 와중에 자칫 금융위기를 확대시키는 불씨가 될 것이란 우려도 크다.

◇ 씨티그룹 위기..매각 수순 밟나

20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씨티그룹이 사업부문의 일부를 매각하거나 회사 전체를 매각하는 방안을 고려중이라고 보도했다. 

매각 논의는 아직 초기 단계지만, 현재 스미스바니 주식중개 부문과 신용카드 부문 등을 매각하는 것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또한 부분 매각이 여의치 않을 경우 회사를 통째로 파는 것도 고려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씨티그룹 이사회는 21일 모여 매각 여부와 방법 등을 논의할 예정이다.

씨티그룹이 회사 매각까지 고려하게 된 것은 최근 주가가 급격히 하락한 점이 원인으로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비크람 팬디트 최고경영자(CEO)는 주가 하락에 대해 "좌절감과 어리둥절함을 느낀다"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씨티그룹 주가는 이번 주 50% 하락한 것을 비롯해 이번 달 들어 무려 66% 내렸다. 현재 주가는 14년 전 수준인 4.55달러다.

렌 블룸 웨스트우드캐피털 이사는 "주가가 이렇게 하락하는 것을 보면 씨티그룹 경영진은 시장에 신뢰를 주지 못한 것 같다"고 평가했다.

◇ 신뢰 상실..부도위험 높아져

씨티그룹은 매각설이 제기되자 이례적으로 긴급 해명을 발표했다. 회사측은 "자본금과 유동성이 매우 강한 상태에 있다"며 "투자자산 매각 등의 전략을 통해 수익을 창출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이 같은 해명이 시장에 어떻게 읽힐 지는 미지수다. 씨티그룹은 이번 주에만도 투자자들을 안심시키기 위해 다양한 조치를 내놨지만, 주가는 전혀 안정되지 않았다. 

5만2000명 감원 계획과 헤지펀드 청산 등 구조조정 방침이 나왔고, 기존 주주였고 올해 초에도 증자에 참여했던 사우디 아라비아의 알 왈리다 빈 타랄 왕자는 씨티그룹 보유 지분을 5%로 늘리겠다고 발표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씨티 경영진에 대한 투자자들의 신뢰는 회복되지 않았다.
 
투자자들은 오히려 씨티그룹이 헤지펀드를 청산하는 대신 구조화투자회사(SIV)로부터 174억달러의 부실 자산을 인수할 것이란 발표에 주목했다.

전일 씨티그룹의 신용디폴트스왑(CDS) 프리미엄은 360bp로 치솟았다. 채권 1000만달러에 대한 부도 위험을 막기 위한 비용이 연간 24만달러에서 36만달러로 상승했다는 의미다.
 
◇ 씨티그룹 무엇이 문제인가

씨티그룹에 대한 신뢰가 떨어진 것은 무리한 인수합병(M&A) 요인도 있다. 씨티는 뱅크오브아메리카(BoA)에 밀려 와코비아 인수에 실패한 후 지역은행 체비체이스 인수전에 뛰어든 상태다. 한편에선 구조조정 계획을 발표하면서 다른 한편에선 외형 확장에 나섬에 따라 투자자들을 혼란스럽게 만들었다는 평가다.

이와는 별도로, 비즈니스위크(BW)는 씨티그룹에 대한 시장의 불안감은 크게 두 가지 원인에 기인한다고 지적했다. 첫 번째는 파생상품 손실의 규모가 불확실하다는 점이고, 둘째는 신용경색이 어디까지 이어질 것이냐는 점이다.

씨티그룹의 신용카드 및 개인은행업 부문은 전체 매출의 67%를 차지한다. 그러나 이 부문은 3분기에 166억8000만달러를 벌어들이는 데 그쳤다. 전년동기 대비 40% 감소한 수준이다.

대출에 대한 채무불이행은 급증하는 추세다. 주택 모기지 관련 체납 비율은 1년 전 1.76%에서 3.85%로 치솟았다. 자동차 대출 체납은 1.26%에서 1.78%로 높아졌다.

씨티그룹의 파생상품 손실에 대한 우려도 높다. 씨티그룹은 파생상품 가운데서도 위험도가 가장 높은 신용파생상품 포트폴리오가 3조6000억달러에 달한다. 여기서 발생할 수 있는 손실은 투자자들의 우려를 키우고 있다.
 
무엇보다도 위기의 근본 원인은 조직이 지나치게 비대해진 상태라는 데 있다. 존 리드 전 씨티그룹 회장은 지난 4월 씨티 합병 10주년을 앞두고 파이낸셜타임스(FT)와의 인터뷰에서 "씨티그룹은 `슬픈 이야기`로 판명됐다"고 말한 바 있다. 씨티코프 은행과 보험·증권 기업인 트래블러스가 합병하는 과정에서 덩치가 너무 커졌고, 비대해진 조직의 효율적인 경영이 어려워진 것이 문제의 근원이었다는 것이다.

◇ 씨티그룹 인수할 수 있는 기업 있나

씨티그룹이 비대해지면서 경영만 어려워진 것은 아니다. 씨티그룹이 매각을 결정할 경우 `슬픈 공룡`을 인수할 여력이 있는 기업이 마땅치 않을 것으로 보인다. 씨티그룹은 `망하기엔 너무 큰(Too Big To Fail)` 기업이 아니라 `인수하기엔 너무 큰(Too Big To Buy)` 기업이 된 상태란 점에서다.

WSJ는 이와 관련, 모간스탠리는 씨티그룹 인수에 관심이 없으며, 양사의 접촉도 전무하다고 전했다.
 
현재로서는 씨티그룹이 매각을 결정할 경우 누가 인수에 관심을 나타낼 지 거론조차 되지 않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씨티그룹이 실제로 매각 결정을 내릴지는 미지수다. 특히 주가가 4.55달러까지 내려간 상황에서 회사를 매각하기로 결정하기는 쉽지 않을 것으로 파악된다. 결국 리먼브러더스처럼 파산하게 될 것이란 우려가 나오는 이유다.

일각에서는 엄청난 파장을 불러일으킬 씨티그룹의 파산 가능성을 조심스럽게 점치고 있다. 회생도 매각도 여의치 않다는 점에서다.

마틴 와이스 와이스리처시 대표는 "씨티그룹과 같은 대형 은행은 은행 시스템 그 자체라는 점에서 파산할 경우 파장이 상당할 것"이라며 "그 이후에 어떤 일이 일어날 지는 아무도 예측할 수 없다"고 말했다.

이데일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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