업무용 카톡, ‘퇴근후 연결되지 않을 권리’ 보장해줄까?

카톡와 달라..실시간성보다는 ‘업무 연결성’ 강조
특정시간 알람 가능하다지만..퇴근 후 자유엔 한계
카톡금지법은 좌절..코로나로 재택근무 카톡 지시 늘어
고용부, 퇴근후 단순 카톡 업무지시는 연장근로아냐
  • 등록 2020-09-17 오전 9:56:04

    수정 2020-09-18 오후 4:57:05

[이데일리 김현아 기자]
[디자인=문승용 이데일리 부장]


카카오가 어제(16일)업무용 카카오톡이라고 할 수 있는 ‘카카오워크’를 내놓았습니다.

벌써 구글플레이에서 1만 명이상 다운로드 받고 60건 이상의 리뷰가 올라올 만큼 관심이지요. 별도로 학습하지 않아도 친숙한 ‘카카오톡’의 사용자 인터페이스(UI)를 가져다 써서 친근하기 때문일 겁니다.

저도 어젯밤 카카오워크 앱을 깔아 회사 동료를 초청해 봤더니 정말 멤버를 추가하거나 말풍선 답장 등을 할 수 있는 게 카톡과 비슷했습니다.

대화방에서 인공지능(AI) 비서를 이용하려면 ‘/캐스퍼 0000 해줘’라고 물어야 합니다. 이 때 ‘/’를 꼭 붙여야 합니다.

‘카카오워크’는 카톡과 비슷하기도 하지만 업무에 특화된 기능들도 있었습니다. 하지만 ‘업무와 일상의 분리’가 업무용 카톡(카카오워크)을 까는 것으로 해결되긴 어려워 보였습니다.

▲카카오가 10년 만에 내놓은 업무용 카톡 ‘카카오워크’ 마크
카톡와 달라..실시간성보다는 ‘업무 연결성’ 강조

카카오톡과 가장 다른 점은 ‘실시간성’보다는 ‘업무 연결성’이 강조된 부분으로 보입니다.

회사 차원에서 구매했거나 깔았다면(참고로 카카오워크는 무료도 있지만 1인당 월 6500원부터 월1만 5900원까지 상품이 있음), 조직도와 전체 멤버 연동이 가능한데 이때 임직원 목록 프로필에서 근무 중인지, 퇴근했는지, 휴무일인지 알 수 있습니다. 연차인데 카카오톡을 받아 몇 시간 뒤 확인하는 상황이 사라지겠죠.

채팅 방에 나중에 합류한 사람도 채팅방에서 오간 대화 내용을 알 수 있어 회사 프로젝트에 중간에 투입된 사람도 과거 논의 이력을 보고 이해할 수 있습니다.

프로젝트 매니저가 방장이 된다면 그는 ‘멤버 내보내기 기능’을 이용해 프로젝트 참여자를 제한할 수도 있습니다. 이것도 카톡에는 없는 기능이지요.

▲업무용 카톡 ‘카카오워크’ 요금제(출처:카카오워크 홈페이지)


이 밖에도 △화상회의 기능 △근태관리 기능 △전자결재 시스템 연결 △AI 어시스턴트 ‘캐스퍼’ 등의 기능이 있다는데, 당장 전부 쓸 수 있는 것은 아니었습니다.

또, 0원 모델(공용 저장공간 5GB)부터 1인당 월 6500원(공용저장공간 10GB/1인), 월 9900원(공용저장공간 20GB/1인), 월 1만5900원(공용저장공간 1TB/인) 등 상품별로 기능도 달랐습니다.

카톡은 무료이지만 업무용 카톡은 유료 상품도 있는 것입니다. 어제 백상엽 카카오엔터프라이즈 대표는 “협약을 맺은 기업은 사실상 카카오워크를 다 이용한다고 보면 된다”며 HMM(구 현대상선)과 교보생명, NH투자증권 등이 카카오워크 사용을 결정했거나 긍정적으로 검토 중이라는 사실을 알렸습니다.

▲다우오피스 메신저의 특정시간 메시지 수신 설정 기능(출처: 다우오피스 블로그)


특정시간 알람 가능하다지만..퇴근 후 자유엔 한계


‘카카오워크’에는 카카오톡과 달리 특정시간만 알람을 받도록 설정하는 기능이 있습니다. ‘바로 근무시간 외 알림받지 않기’ 옵션이지요.

이런 기능을 내세우며 카카오는 ‘일은 (카카오톡이 아닌)카카오워크에서 하자. 업무와 일상을 분리하자’고 말합니다.

그런데 이는 다우오피스 메신저 등 다른 메신저에도 있는 기능입니다.

다우메신저에서도 세부설정을 통해 특정시간만 메시지를 받도록 자유롭게 푸쉬 알림을 설정할 수 있죠. 다우오피스 역시 이런 기능을 ‘사적 메신저’와 ‘업무 메신저’의 완벽한 분리라고 설명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업무용 카톡이든, 다우메신저든 메신저 홍수에 사는 우리로선 부담스럽기는 마찬가지입니다.

회사 그룹웨어나 전사적자원관리(ERP) 등과 연동된 업무용 메신저와 카카오톡을 함께 써왔던 회사라면, 업무용 카톡이 또 다른 짐이 될 수도 있죠. 회사가 정책적으로 쓰던 업무용 메신저를 버리고 업무용 카톡으로 갈아타지 않는다면요.

▲카카오의 업무용 카톡 ‘카카오워크’가 출시된, 16일 오후 이재갑 고용노동부 장관이 서울 중구 서울지방고용노동청에서 열린 ‘재택근무 종합 매뉴얼 발표-재택근무 활용 우수기업 간담회’에서 재택근무 기업 관계자들과 화상회의 시스템을 활용해 간담회 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카톡금지법은 좌절..코로나로 재택근무 카톡 지시 늘어

중요한 것은 기업 문화가 아닌가 합니다. 지난 20대 국회에서 신경민 의원(더불어민주당)이 ‘퇴근 후 문자나 SNS 등 통신수단으로 업무 지시를 내릴 수 없도록 하는 내용을 담은 근로기준법 개정안(일명 퇴근 후 업무 카톡 금지법)’을 발의했지만 통과되지 않았죠. 각 회사마다 자율적으로 퇴근 후 카톡 금지에 노력할 일이지 법까지 만들어 규제하는 건 과잉 규제라는 지적때문이었습니다.

그런데 코로나19 사태가 장기화되면서 재택근무가 일상화되자 ‘업무 시간 이후 카톡 업무지시’가 다시 논란이 되고 있습니다. 재택근무가 늘어나면서 출퇴근 개념이 희미해진데다 비대면 업무로 카카오톡 업무 지시가 늘었기 때문이죠.

그래서 정부도 어제 ‘재택근무 종합 매뉴얼’을 공개하며 궁금증 해소에 나섰습니다. 업무용 카톡 ‘카카오워크’가 출시된 날이군요.

고용노동부가 16일 공개한 매뉴얼에 따르면 업무 시간이후 상사가 전화나 카톡으로 업무를 지시했을 때 단순한 업무지시로는 연장근로수당을 받기 어렵고, 상사가 ‘지금 해라’ 같은 시급성을 언급하고 재택 근무자가 이를 이행했을 때만 연장근로수당을 받을 수 있다고 합니다.

단순한 업무지시를 듣는 것만으로는 근로 행위로 볼 수 없다는 의미인데, 늦은 밤 카톡때문에 생긴 스트레스까지 책임져주지는 않는 것 같습니다.

이데일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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