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름한 듯 맛있는 먹자골목, 예쁜 카페, 담쟁이덩굴 가득한 골목 담벼락까지 소박한 볼거리들이 아기자기한 모습으로 남산과 맞닿는 곳까지 펼쳐진 ‘길 건너 숨은 명동’이 중구 남산동 2·3가 일대다. 관할 중구청 사람들도 “명동의 참 맛을 느끼려면 명동역을 건너 남산쪽으로 가봐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명동역 남쪽의 프린스호텔이 ‘숨은 명동’의 시작점이다. S자 모양으로 부드럽게 휜 길을 따라 한옥 지붕을 얹은 명동 주민센터(옛 동사무소)와 만나게 되고, 그 뒤로는 ‘없는 것 빼고 다 있는’ 먹자골목이 펼쳐진다. 그 중 아담한 호두과자 가게인 ‘호두사랑’, 핸드그립 커피전문점 ‘전광수 커피하우스’ 등 여학생 취향의 깔끔하고 예쁜 가게들이 눈에 띈다.
드문드문 여관과 술집 정도이던 남산동 일대가 활기 넘치는 거리로 변하게 된 것은 학교 덕분이다. 남산 어귀의 숭의초교·숭의여대·리라초교·리라컴퓨터고교와 명동역 인근 남산초교, 지금은 안산으로 이전한 서울예술대까지 이 일대는 학생들이 주름잡는다. 골목은 자연스레 ‘학원가’와 지하철역을 이어주는 통학로 역할을 하게 되며 번화해갔다. 맛집과 카페들이 하나 둘 생겨났고, 여학생들이 수적으로 많다 보니 아기자기하고 예쁜 느낌의 가게들이 적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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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연스레 남산동 일대는 서울애니메이션센터·케이블카 승강장·드라마 센터와 돈가스 골목 등 남산 명소와 명동 번화가를 연결시켜주는 보행축 역할까지 하게 됐다. 이 중 빼놓을 수 없는 곳이 바로 남산초교 뒤편의 골목들. 서울애니메이션 센터 건너편 한옥 종탑이 인상적인 한양교회와 적십자 혈액관리본부·남산초교가 맞닿는 지역의 골목은 담벼락과 주택, 가파른 계단이 마치 70년대 영화의 한 장면을 연상시킬 정도다. 대규모 재개발로 사라지는 ‘골목’에 대한 관심이 높아가면서 나름의 가치도 적지 않다는 평가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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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페와 레스토랑에서 식사를 한 뒤 케이블카를 타고 N서울타워로 가거나 애니메이션센터에서 추억의 만화와 희귀 애니메이션을 보는 ‘문화 데이트’족들이 꾸준히 늘자 관할 중구도 이 ‘숨은 명동’을 본격적인 ‘걷고싶은 거리’로 가꾼다는 구상이다. 중구는 이미 남산동 일대 길목의 가로등을 예쁜 새 모양으로 바꿔놓고 전선도 땅에 묻어 거리를 말끔하게 정비했다. 정동일 중구청장은 “밀리오레 주차빌딩을 이용해 남산으로 향하는 리프트를 놓는 방안을 추진 중”이라며, “명동의 옛멋은 그대로 살리면서도 시민들이 더 쉽게 남산에 오를 수 있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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