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범모 국립현대미술관장 끝내 물러나나

임기 1년 10개월 남기고 문체부 장관에 사퇴 의사
'문체부 특정감사' 부담에 '학예실장 임명건' 갈등
지난해 2월 재임명 직후 '알박기인사' 비난 일기도
  • 등록 2023-04-13 오전 10:16:30

    수정 2023-04-13 오전 11:41:54

13일 사퇴 의사를 밝힌 것으로 알려진 윤범모 국립현대미술관장이 지난 1월 국립현대미술관 서울에서 열린 ‘2023 미술관 전시와 중점사업’을 공개하는 자리에서 문화체육관광부가 내놓은 특정감사 결과에 대한 입장을 밝히고 있다. 전날 문체부는 “소속기관인 국립현대미술관을 특정감사한 결과, 16건의 위법·부당한 업무처리를 확인했다”고 발표했다(사진=오현주 문화전문기자).


[이데일리 오현주 문화전문기자] 임기를 1년 10개월 앞둔 윤범모(72) 국립현대미술관장이 사의를 표명했다. 윤 관장은 지난 10일 박보균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을 만나 관장직에서 물러나겠다는 의사를 전한 것으로 알려졌다.

윤 관장이 사의를 표명한 배경에는 지난 1월 ‘문화체육관광부 특정감사’ 결과 발표 이후 가중돼온 부담감이 작용했던 것으로 풀이된다. 국립현대미술관 내 학예실장 임명을 두고 생긴 안팎의 갈등도 요인으로 꼽힌다. 하지만 총체적으로 결국 문체부의 사퇴 압박을 이겨내지 못한 게 아니냐는 목소리가 미술계에서 나오고 있다. 윤 관장 사의 표명에 대해 국립현대미술관 측은 “사실 확인 중”이라고만 밝힌 상태다.

윤 관장은 2019년 2월 국립현대미술관장으로 임명, 3년 임기를 마친 뒤 지난해 대선 이전인 2월 재임명됐다. 2025년 2월까지 임기를 남겨두고 있다. 관장공모를 통해 지원해 재임명됐으나 직후부터 낙하산 인사라는 비난이 일었고 정권 말기 ‘알박기 인사’라는 말까지 들었다.

하지만 결정적으론 지난 1월 ‘문화체육관광부 특정감사’에서 지적된 내용이 압박한 것으로 보인다. 당시 문체부가 파고든 16건에는 ‘규정과 다르게 미술작품을 구입’하고, ‘미술관문화재단이 국고에 납입할 수익금 3200만원을 직원 격려금으로 지급’했으며, ‘경매로 소장품을 구입할 때 학예직 7~8명에게만 경매 일정과 작품안내를 해 작품 구입 제안을 일부 소수 학예직 직원이 독점’했다는 항목이 들어 있다. ‘미술관의 일부 부서장들이 직원에게 비인격적인 행위를 하는 이른바 ‘갑질’을 인지하고도 관장은 이를 방관해 직무를 소홀히 했다’는 내용도 포함됐다.

이 같은 지적에 대해 윤 관장은 지난 1월 ‘2023 국립현대미술관 전시와 중점사업’을 공개하는 자리에서 “감사로 지적 당해 안타깝다”며 “열심히 하라는 채찍과 격려로 알겠다”고 사퇴할 뜻이 없음을 분명히 밝히기도 했다. 하지만 전날 있었던 문체부 발표에 대해 “감사결과를 숙지하지 못했다”는 윤 관장의 발언이 의문을 키우기도 했다.

학예실장 임명을 놓고도 문체부와 갈등을 빚어왔다. 전 학예실장의 임기 만료로 지난해 여름부터 공모를 진행, 국립현대미술관 직원인 내정자를 최종 합격자로 통보했으나, 내정자의 음주운전 중징계처분, 직장 내 괴롭힘 등으로 인사혁신처 중앙징계위원회에 회부된 사실이 드러나며 논란이 일었다. 이에 지난 1월 같은 자리에서 윤 관장은 “이러저러한 사정으로 늦춰졌지만 며칠 내 임용할 것”이란 말과 함께 “학예실장은 공모로 진행돼 관장의 의지나 의사는 개입할 수 없다”며 임명 의지를 꺾지 않았다. 하지만 여전히 실장직은 공석이다.

문체부가 윤 관장의 사의를 수용하면 새로운 관장 임용 공모 절차가 바로 진행된다. 개방형 계약직 고위공무원 가급인 국립현대미술관장직은 인사혁신처에서 서류심사를 통해 응모자를 4~5배수 걸러내고, 면접을 통해 2~3명을 추려 최종 후보로 추천한다. 이렇게 추천 받은 후보를 놓고 신원조회와 역량평가를 한 뒤 최종적으로 문체부 장관이 임명한다.

한편 윤 관장은 11일 국립현대미술관 서울에서 진행한 전시 ‘서스펜스의 도시, 워치 앤 칠 3.0’ 언론공개회에 여느 때처럼 나섰고, 다음날인 12일 이날 개막한 화랑미술제에도 모습을 비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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