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라젠이 이 시점에 유상증자하는 까닭은

임상 확대 결정적....추가적 글로벌 협상도 있어 자금 확보 필요
  • 등록 2024-03-25 오전 10:48:33

    수정 2024-03-25 오전 10:48:33

[이데일리 김승권 기자] 신라젠(215600)이 지난 22일 1300억원 유상증자를 발표했다.

25일 금융감독원에 공시된 증권신고서에 의하면 조달된 자본은 거의 대부분 연구개발에 투자할 계획이다. 즉 부채 상환을 위한 자본조달이 아니라는 의미다.

신라젠은 현재 금융 부채가 전무하기에 온전히 연구개발에 투자할 수 있는 여건이다. 그리고 신라젠은 작년 기말(연결기준)까지 492억원의 현금을 보유하고 있다. 그런 의미에서 이번 전격적인 자본조달 발표는 예상보다 빠른 시기에 이뤄졌다는 것이 업계의 중론이다.

그렇다면 신라젠은 왜 한 박자 빠른 자본조달을 진행한걸까. 우선 기존 파이프라인 연구들이 예상보다 더 긍정적으로 흘러가고 있다는 점이다. 이는 역설적으로 말하면 기존 계획보다 자금 소요가 더 빨라진다는 의미다.

이번 자금 사용 계획에는 재작년 스위스에서 도입한 항암제 BAL0891에 가장 많은 금액이 배정됐다. 미국과 한국에서 임상을 진행하고 있는 BAL0891은 위암, 삼중음성유방암을 타깃으로 진행하고 있으나 이번 자본조달 계획에서 밝혔듯이 급성 골수성 백혈병(AML)으로도 적응증을 확대한다는 방침이다. 아직 공식 발표는 없으나 기존 국내 임상 기관인 서울대학교 및 연세대학교 병원 외에도 빅 5병원이 임상에 참여한다는 소문이 무성하다. 업계 추측에 의하면 급성 골수성 백혈병 치료로 유명한 국내 대형병원이 참여할 것이란 전망이 우세하다. 그리고 BAL0891은 지난달 신라젠이 공시를 통해 임상이 확대되었다고 발표했는데 이는 기존에 진행한 초기 연구, 즉 용량 증량 실험을 무사히 성공적으로 마쳤다는 의미라고 임상 전문가들은 얘기한다.

신규 플랫폼 기술 SJ-600시리즈도 마찬가지다. 공시 자료를 보면 투입될 자금이 주로 독성 시험 및 대량 생산을 위한 투자에 투입된다고 밝혔다. 이는 곧 임상에 본격 착수할 바이러스에 대한 선별을 마무리했다고 방증이고 이를 토대로 약물로 대량생산을 추진하는 단계로 진입했다는 것이다. SJ-600시리즈는 플랫폼 기술이기에 일반 신약에 비해 가치가 최소 몇 배는 된다는 것이 업계 추론이다.

그리고 이런 연구개발 성과 외에도 자본시장을 고려한 전략적인 판단이라는 점도 주목된다. 우선 올해 상반기는 공매도가 제도적으로 금지된다. 아직 매출보다는 성장성에 기대는 국내 제약바이오 주가는 공매도에 매우 취약할 수밖에 없는 구조다. 전체적인 제약바이오장이 하락세라면 신라젠도 유상증자를 진행하는데 여러 가지 측면에서 어려움을 겪을 것이기에 모든 절차가 상반기에 마무리되게 설계를 한 것으로 보인다. 그리고 보통 국내 자본시장도 하반기보다는 상반기가 자본조달에 유리한 것도 투자 업계의 정설이다.

글로벌 기업과 협상에서도 자금력이 탄탄할수록 유리하다는 측면이 있다. 신라젠은 현재 리제네론과 펙사벡 관련 비즈니스 협상을 진행하고 있다. 그리고 공시된 증권신고서에 의하면 BAL0891이 면역항암제와 임상에 돌입한다고 기재됐다. 이는 곧 면역항암제를 보유한 글로벌 기업과 협상을 시작한다고 이해할 수 있는 대목이다. 만약 글로벌 기업이 국내 바이오 기업과 임상을 공동으로 진행한다면 약물의 효능 못지않게 상대방 회사의 자금력을 유심히 살펴볼 수밖에 없는 구조다.

이번 신라젠의 유상증자 발표에 대해 업계 관계자는 “생각보다 이른 시점이라 놀라긴 했으나 불확실성이 가득한 제약바이오 시장에서는 이런 선제적인 조치가 오히려 낫다”라며 “결국은 신라젠이 자본조달이 완료되면 1500억원 내외의 온전한 자본금을 갖추게 되는데 국내 바이오기업 중에서 이렇게 현금을 쌓아둔 회사는 없는 것이 사실이며 결국 증자가 마무리되는 시점에서 회사 가치가 성장할 것”이라고 예측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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