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를 처음 찾는 사람들에게 서울에 이어 내가 꼭 보여주고자 하는 도시가 춘천이며, 춘천에 소시적 한 번 와 봤다는 사람들에게 꼭 추천하는 곳이 의암호 따라 가는 길이다.
춘천에서 당신이 정말 해야 할 일은 닭갈비 시식만은 아니다.
아슴아슴 떠오르는 안개와 호수, 그리고 산의 조화를 돌아봐야만 한다. 그게 춘천이다.
물과 산이 연이어진 춘천 가는 길은 그 자체가 목적이라 할 만큼 아름답다.
경강대교 지날 즈음 창 밖 풍경을 보며 나는 내게 말했다.
"당신은 지금 세계 어디에서도 보기 드문 아름다운 풍경을 눈 앞에 담고 있다우."
1. 호수와 낚시
2. 삼악산장
삼악산에 흰 돌멩이처럼 박혀있는 한 채의 산장. 어떻게 저 산에다가 뭐 하나 심은 듯 자리를 잡았을까. 등선폭포 쪽에서 시작해 삼악산을 다 넘고 하산할 즈음, 고생한 보람으로 이 산장(‘삼악산장’·033-243-8112)에 들러 라면 먹거나 커피를 마시며 의암호를 내려다보면, 행복하다,라는 말이 휘파람처럼 나온다.
3. 서면 옛 뱃터
서면뱃터에 서서 강을 바라보는 아가씨와 저기 낚시하러 가는 사람들. 2000년 신매대교가 생기면서 더 이상 배가 뜨지 않아 지금은 옛 뱃터의 정취만 남아있다. 예전엔 이곳 농민들이 아침마다 농작물을 리어카에 실어 배에 싣고 나가 도시 사람들에게 팔고 돌아오곤 했다.
4. 오미나루터 그림지도
5. 새와 석유통 우체통
서면 신매리의 카페 지붕 위에 올려진 새와 거두리에서 본 창의적인 우체통. 석유통이 재치 있고 검박한 사람 손에서 우체통으로 변신.
6. 복숭아철·옥수수철
아기 볼처럼 발갛게 부풀어오른 복숭아 좀 보라지. 척박하게 고단하게 과일을 디자인 손, 그 손으로 자녀들을 박사로 만든 사람들이 산다. 이곳이 그 유명한 박사마을. 한 손엔 복숭아, 또 한 손엔 옥수수… 토속적인 길을 토속적인 먹거리와 함께 달린다. 울랄라. 서면 길가를 따라가다 보면 천막을 치고 옥수수를 삶아서 파는 아주머니들을 만나게 된다. 내 입에서 찰찰찰, 이거야말로 어린 시절 먹던 햇옥수수다. 냉동 옥수수가 아닌 저 밭에서 나온 춘천 옥시기가 여기에! 냄새며 맛, 이보다 더 구수한 디자인은 없다네. 큰 놈 하나에 1000원.
7. 감자떡과 촌떡
의암호를 일주하고 시내로 나가게 되면, 동부시장 샬롬분식(시장 안, 큰 메리야스 가게 건너편)에 가서, 커트머리(검은 염색) 할머니에게 강원도 감자떡과 촌떡을 사야 한다. 뜨거운 감자떡은 입 안에서 쫄깃하고 달작하며, 촌떡은 매콤하다. 촌떡은 메밀을 동그랗게 부친 후 그 속에 매운 무채를 넣고 돌돌 말아서 구워낸다. 그 맛이며, 돌돌 말은 모양이며, 노릇한 냄새며, 할머니의 분위기며, 착한 가격까지, 여러모로 가장 완성도 높은 디자인이다. 때론 그게 먹고 싶어서 기차를 타기도 하니, 중독성이 있는 디자인이 아닌가. (조선일보 미술작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