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성년 환자에 성인 기준 강박한 정신병원…“인권침해”

인권위, 격리·강박 시행 최소화 권고
  • 등록 2023-06-09 오후 12:00:00

    수정 2023-06-09 오후 12:00:00

[이데일리 이소현 기자] 국가인권위원회(인권위)는 미성년 환자에게 성인 기준으로 격리·강박을 실시한 정신병원의 행위는 인권침해라고 판단했다.

(사진=게티이미지뱅크)
인권위는 정신의료기관 환자 중에서 특히 미성년 환자를 대상으로 부당한 격리·강박이 발생하지 않도록 A병원장과 B구청장에게 각각 환자 격리·강박 지침 준수, 지도·감독을 철저히 할 것을 권고했다고 9일 밝혔다.

인권위는 A병원장에게 진정인의 주치의를 주의 조치할 것을 권고했다. 환자에 대한 격리·강박은 정신복지법에 따라 최소한으로 시행하되 격리·강박의 연장이 불가피한 경우에는 관련 지침을 준수하라고 요구했다. 특히 미성년 환자를 대상으로 유사한 사례가 발생하지 않도록 정신건강의학과 소속 전 직원에 인권교육을 실시하라고 했다.

이어 인권위는 B구청장에게 관내 정신의료기관에서 미성년 환자의 입원 치료 시 유사 사례가 재발하지 않도록 지도·감독을 철저히 할 것을 권고했다.

앞서 진정인은 A정신병원에 보호입원 되었는데 치료 중 의료진들로부터 여러 차례에 걸쳐 부당한 격리·강박을 당했다며 인권위에 진정을 제기했다.

A정신병원 측은 “진정인에게 자·타해 위험과 행동조절의 필요성이 있었다”며 “미성년자임을 감안해 최소한의 격리·강박을 시행했고 이 과정에서 관련 규정을 모두 준수했다”고 설명했다. 또 “모든 격리와 강박은 시간 간격이 있었으므로 각각 별개의 처치”라고 주장했다.

그러나 인권위 조사 결과 진정인을 대상으로 한 격리·강박이 시간 간격 없이 연속되거나 30분 이하의 짧은 간격을 두고 이루어진 경우 등이 다수 확인됐다. 인권위는 서류상 각각의 개별 격리·강박으로 기록돼 있더라도 독립된 처방이라기보다 연속된 격리·강박으로 봐야 한다고 판단했다.

이어 인권위는 연속 격리·강박을 추가로 연장할 때 대면 진단을 해야 하고, 최대 연장시간을 초과했을 때는 다학제평가팀 회의 개최와 회의록 보존 의무가 있지만, A정신병원 측이 이를 하지 않거나 미흡하게 했다고 지적했다.

또 인권위는 19세 미만인 진정인에게 성인 기준인 1회당 4시간 단위의 강박을 여러 차례 시행하는 등 환자의 신체의 자유를 제한할 때 지켜야 할 피해의 최소성 요건을 위배했다고 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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