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아온 은희경… 낯선 도시서 나의 민낯 마주하다

장미의 이름은 장미|문학동네|256쪽
미국 뉴욕 배경으로 쓴 소설 4편
작가의 말 통해 “타인 공감·연대 바라”
  • 등록 2022-02-02 오후 7:53:20

    수정 2022-02-11 오후 3:18:11

[이데일리 김미경 기자] ‘타인’(他人). 사전적 의미는 ‘나 외에 다른 사람’을 뜻한다. 은희경의 무려 15번째 책 ‘장미의 이름은 장미’는 여행자의 눈으로 바라보는 ‘나’와 ‘타인’에 대한 탐구이다. 외국이라는 낯선 장소와 타인을 경유해 결국 작가는 그 속에서 선명해진 ‘나 자신’에 대해 이야기한다. ‘타인을 어떻게 이해해야 하는가’라는 근원적 질문인 동시에 타인을 향한 은희경식 성찰이다.

이번 소설집은 ‘중국식 룰렛’(2016) 이후 6년 만의 소설집이자, 장편 ‘빛의 과거’(2019) 이후 3년 만의 신작이다. 지난해 오영수문학상을 받은 표제작 ‘장미의 이름은 장미’를 포함해 총 네 편의 소설이 실려 있다. 2020년과 2021년에 문학잡지에 발표했던 작품으로 모두 미국 뉴욕 여행을 다뤘다는 점에서 ‘뉴욕 4부작’으로 묶인다.

‘문학동네’에서 6년 만의 신작 ‘장미의 이름은 장미’를 출간한 은희경 작가(사진=연합뉴스).
은희경은 최근 12년 동안 미국 뉴욕에 자주 갔다고 했다. 뉴욕에 살고 있는 지인 K의 집을 꽤나 드나들었고 그 시간들이 이번 소설에 담겼다고 말했다.

작가는 ‘낯선 도시 뉴욕’이라는 배경을 노련하게 차용한다. ‘외국-여행자-타인’이라는 세 점을 교차하며 관계에 대한 탐구, 자신을 들여다보는 새로운 창으로 확장한다. 작가가 뉴욕이라는 낯선 도시로 훌쩍 떠나 발견한 잔상들인 것이다.

표제작 ‘장미의 이름은 장미’의 주인공은 이혼을 하고 홀로 뉴욕으로 떠난 마흔 여섯 살의 ‘나’다. 어학원에서 만난 세네갈 대학생 ‘마마두’와 짧은 영어로 친해지지만, 그와의 첫 나들이는 삐걱거리기 시작한다.

오랜 친구 사이인 ‘민영’과 ‘승아’가 뉴욕에서 함께 보낸 나날을 그린 ‘우리는 왜 얼마 동안 어디에’도 각자가 알지 못하는 서로의 사정과 그로 인한 오해를 긴장감 있게 그려낸다. 두 인물이 함께 보낸 나날을 각각의 시점에서 팽팽하게 다루면서, 어떻게 관계의 균열을 만드는지 보여준다. 공항에서 만난 날부터 미묘하게 삐걱거리던 두 사람은 결국 서로를 향해 이렇게 읊조리게 된다. “도대체 뭐가 문제일까.”(승아) “도대체 쟤는 왜 저러는 걸까.”(민영)

또 다른 두 편의 연작소설 ‘양과 시계가 없는 궁전’과 ‘아가씨 유정도 하지’ 속 ‘나’도 다르지 않다. ‘양과 시계가 없는 궁전’에서 현주는 길고 짧게 네 번이나 뉴욕에 방문했지만, 여전히 이곳에서 이방인이다. 80대 어머니와 함께 문학 행사의 일환으로 뉴욕을 찾은 ‘아가씨 유정도 하지’의 주인공도 어머니와 함께해야 할 닷새간의 일정이 부담스럽기만 하다. ‘타인’으로 감각되는 순간들을 작가 특유의 어법으로 형상화한다.

책은 코로나19가 전 세계를 휩쓴 지난 2년 동안 쓰였다. 은희경은 ‘작가의 말’에서 “이 소설들이 나의 편견과 조바심을 자백하는 반성문인 셈이자, 쓰는 자로서 더 자유로워질 수 있기를”, “소설 속 인물들이 위축되고 불안한 가운데에서도 스스로를 방치하지 않으며 타인에게 공감하려고 애쓰기를”, “고독 속에서 연대하기를” 바랐다고 적었다.

6년 만의 신작 ‘장미의 이름은 장미’를 출간한 은희경 작가(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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