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 100일)`못믿을 정부`..국민은 촛불로 말하고

美쇠고기 파동, 국민 설득도 홍보도 없었다
잇따른 여론무시,정책오류, 대책 미비로 정부불신 누적
거리시위 잠재우려면 소통 먼저 나서야

  • 등록 2008-06-03 오후 2:39:49

    수정 2008-06-03 오후 2:39:49

[이데일리 박옥희기자] 새정부 출범 100일 동안 이명박 대통령과 실용정부를 가장 곤경에 빠뜨린 사건은 미국산 쇠고기 파동이었다.
 
지난 4월 미국측과 쇠고기 수입협상을 타결지은 이후 국민들의 저항은 갈수록 커져갔다. 연일 전국에서 미국산 쇠고기수입 반대 촛불시위가 이어졌고 시위대 규모는 더욱 불어나면서, 시위 현장에서는 최근 '미 쇠고기수입 반대'를 넘어 '정권퇴진'의 구호까지 등장했다.
 
이명박 대통령의 지지율이 최근 폭락한 것도 쇠고기 파동이 시발점이었다. 최근 한 여론조사기관의 대통령 국정지지도 조사결과 10% 후반대까지 떨어진 것으로 나타났다. 정부의 정책 오류를 뛰어넘어 정권의 위기까지 불러 온 것이다.
 
미 쇠고기 파동은 우리 정부의 '졸속협상 의혹'이 도화선이 되기는 했지만, 자세히 들여다 보면 역시 정부의 대국민 '소통부족'과 정부가 잇따라 국민에게 안겨준 실망감이 더 큰 작용을 했다는 게 중론이다.
 
쇠고기 협상 타결 전후 국민들에게 어떤 사전설명이나 이해도 구하지 않았고 홍보도 부족했다. 심지어 협상을 담당했던 관료들의 입에서조차 이런 지적이 나온다. 연일 수만명이 광화문 앞에 촛불을 켜고 모여들었지만 정부는 초기부터 귀를 막고 일방통행식 정책추진을 계속한 것이 화를 불렀다.  
 

◇`쇠고기 파동`..초기부터 '소통' 없이 추진 


미국산 쇠고기 수입 문제에 대한 여론은 처음 한미간 협상이 진행되고 타결됐을 때까지만 해도 비교적 조용한 편이었다.

하지만 몇몇 언론과 시민단체 등이 광우병 불안감과 정부 협상의 문제점을 보도하면서 완전히 달라지기 시작했다. 
 
언론과 시민단체, 야당은 "작년까지만 해도 미국산 쇠고기에서 뼈 조각 하나만 나와도 검역을 중단했는데 이번 협상에서 정부가 '모든 연령의, 뼈를 포함한 쇠고기 수입'을 허용한 것은 굴욕, 졸속 협상"이라는 주장을 내놨다. '미국에서 광우병이 발병해도 수입을 중단하지 않는다'는 합의내용도 문제였다.  
 
이런 협상 내용은 우리 나라의 검역주권과 함께 정부가 국민들의 건강와 안전을 최우선시 하는지에 대해서도 의구심을 갖게 했다. 

협상 내용에 대한 의혹과 불만, 광우병에 대한 불안감은 일부 언론과 인터넷을 타고 전 국민들에게 퍼졌다. 국민들의 반발이 거세지자 정부는 미국산 쇠고기수입조건 장관고시를 연기하기도 했지만 역부족이었다.
 
정부가 국민들의 문제제기를 '괴담'수준으로만 폄하하고, 반발에 대해 '진압'이라는 처방을 내놓았다. 귀를 열고 들으려 하지 않았고 설득하려 하지도 않았다. 그럴수록 저항은 더욱 커졌다.  
 
정부 관계자는 "정부가 만약 미국측과 협상을 타결하기 전 광우병에 대해 국민들에게 조금이라도 이해를 시켰다면 상황이 이처럼 악화되지 않았을 것"이라고 말했다. 협상 이전 또는 협상타결 직후 나이어린 중고등학생들이 거리로 뛰쳐나오게 만든 정부의 '소통부족'을 스스로 인정한 것이다. 

◇ 때늦은 후회..국민 실망과 불안감 해소할수 있을지 의문
 
미국산 쇠고기 수입을 찬성하는 국민들도 "정부가 광우병, 미국산 쇠고기의 안전성, 광우병위험통제국 관련 국제적 기준 등에 대해 사전 설명을 제대로 했다면 광우병 파동이 이렇게 확산되지는 않았을 것"이라고 말한다. 정부의 정책 추진방식에 문제가 있다는 지적이다. 

들끓는 국민들의 비판과 반발이 심각한 수준에 이르자 정부는 그제서야 미국과 추가협의를 해 일부 합의 내용을 보완하는 방안을 선택했다. 하지만 이 역시 '정부만의' 생각이었다. 갈수록 정부를 비판하는 시위대는 늘었고 급기야 과거 군사정부 시대에나 나왔던 '정권퇴진' 구호가 등장하기도 했다.
 
정부는 3일 또 한 차례 장관고시를 연기하고 미국과 '재협상' 논의에 들어가겠다고 밝혔다. 이날 마침 이명박 정권 출범 100일이 되는 날이기도 했다. 그러나 이런 수습책 또는 보완책이 극에 달한 국민들의 반발과 불안을 누그러뜨릴 수 있을지 의문이다. 또 정부에 대한 불신을 해소할 수 있느냐에 대해서도 답을 내리기 힘들다.
 

◇ 국민들의 누적된 실망감과 불안감..소통부터 시작해야 


최근 위기국면으로 치닫고 있는 국민들의 저항은 단지 정부의 부실한 미국산 쇠고기 협상에만 기인하는 것이 아니다. 또 쇠고기 파동에서만 비롯된 것도 아니다.
 
정부는 그동안 출범 이후 영어몰입식 교육, 대운하 추진, 공기업 민영화 등 중차대한 정책 추진과정에서 번번히 국민의 여론을 무시하고 일방적 추진 의지를 보여왔다.
 
청와대 비서진부터 정부의 장관급까지 이른바 '강부자 내각''고소영 비서실'이란 비판을 들어왔다. 경제를 살리겠다면서 서민경제는 돌보지 않고 경기부양 정책만 추진하다보니 물가폭탄이 서서히 국민들의 목을 조여오기도 했다.
 
정부가 외환시장과 금리결정에 전례없이 노골적으로 개입하기도 했다. 유가가 치솟는데도 그동안 안이한 전망만을 내놓는가 하면, 고유가-고물가에 대해 이렇다할 대책도 내놓지 못했다.
 
광우병 불안에 앞서 일부 지역에 조류인플루엔자(AI)가 확산되고 급기야 서울에 까지 AI가 발병했지만 역시 정부는 뒷북을 쳤다.  
 
잇따른 정부의 상황판단 오류와 대책 부재에 '소통부재'까지 겹치면서 국민들의 정부에 대한 불신감은 마침내 하룻밤에만 수만명의 국민들을 거리로 내몰았다. 물대포에도 수그러들지 않고 연일 새벽까지 이어지는 최근의 국민들의 반발과 저항에 정부는 이제 겸손해 질 필요가 있다. 
 
지금부터라도 국민과 소통을 시작해야 한다. 국민의 불신을 안고는 국정을 운영하기 힘들다. 여당 한 의원의 말처럼 '국민을 이길 수 있는 정부는 없다.
 
 

이데일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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