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얀 고기(White meat) 시대가 온다"

(CEO탐방)한형석 마니커 회장
침체 모르는 계육 소비 맞춰 시설 `2배로`
"제대로된 바이오산업으로 신성장동력 갖출 것"
  • 등록 2009-09-30 오전 11:41:46

    수정 2009-09-30 오전 11:47:16

[이데일리 윤도진기자] 우선 퀴즈. 한국 사람들은 닭고기, 돼지고기, 소고기 중에 무엇을 가장 많이 먹을까?

답은 돼지고기다. 그 뒤로 닭고기, 소고기 순이다. 전통적으로 우리 나라에서는 돼지고기, 소고기 소비가 많았지만 2005년부터는 닭고기가 소고기 소비를 앞질렀다.

그렇다면 미국은 어떨까? 미국에서는 이미 오래전 닭고기가 사람들 입에 가장 많이 오르는 `육류의 제왕` 자리를 차지했다. 닭고기 소비량은 82년에 돼지고기를, 88년에 소고기를 추월했다.

경기도 용인시 신갈동 마니커(027740) 본사에서 만난 한형석 마니커 회장(60, 사진)은 국내에서도 이런 변화가 이어질 것이라고 확신하는 사람이다. `화이트 미트(white meat)`의 시대가 온다고 말하는 데 전혀 주저함이 없다.

"닭고기는 저지방 저칼로리 저콜레스테롤과 고단백질이라는 `3저(低)1고(高)`의 건강식품이죠. 육류 가운데서도 채식주의자들에게 가장 거부감이 적은 식품이기도 합니다."

그러면서도 `레드 미트(red meat)`로 불리는 다른 육류를 깎아내리는 말은 한마디도 입에 담지 않는다. CEO라면 익숙할 법도 한데 남이 잘 안돼야 내가 잘 될 수 있는 제로섬의 시장 생리가 불편한 탓인 듯하다.

"연령층이 낮이질수록 닭고기 선호도가 높다는 사실, 대표 다이어트 식품으로 닭가슴살이 꼽히는 것만으로도 화이트 미트의 시대가 다가온다는 확신이 있다"는 게 그의 설명이다.

◇ `위기에 투자 감행`..내년엔 효과 가시화

글로벌 금융위기가 닥쳐 기업들이 시설투자라면 엄두도 못내고 있던 작년. 한 회장은 경기도 동두천에 있는 도계공장을 두 배 규모로 증설하는 250억원 규모의 투자를 두고 고심 중이었다.

회사 내부 뿐 아니라 지인들에게서도 걱정하는 목소리가 들려왔다. `요새 같은 때는 현금을 들고 있는 게 낫지 않겠냐, 금융시장이 어떻게 움직일지 모르는데 일단 조금 더 생각을 해보라`는 얘기들이 줄을 이었다.

하지만 투자를 작심한 한 회장은 거침없이 결재판에 사인을 했다.

"투자를 감행한 것은 언젠간 분명히 경기침체에서 벗어날 것이라는 믿음이 있었기 때문입니다. 물론 우리에겐 그만한 투자를 감행할 여유자금이 있었죠."

그는 기본적으로 소비량이 늘어나는 것 뿐 아니라 새로운 시장이 더 열릴 것이 확실하다는 판단아래 투자를 결정했다.

"지금은 통닭 위주의 소비가 많지만 점점 부분육 시장으로 옮겨가면서 소비자들이 좋아하는 부위를 더 많이 먹게 되는 변화가 올 것이라고 봅니다."

실제로 닭고기 국내 소비량은 비약적으로 늘고 있다는 게 그의 설명이다. 지육(기름을 제거하지 않은 고기)기준 연간 닭고기 소비량은 2003년 1인당 10.7kg 정도 였지만 2007년에는 13.3kg으로 약 30%나 늘었다.

지난 7월 가동을 재개한 마니커 동두천 공장은 도계 생산 능력을 기존 하루 8만마리에서 20만마리로 늘렸다. 부분육 시설도 하루 10톤에서 23톤 규모로 확대해 운영된다.
▲ 마니커 동두천공장 증설 효과 예상

아직까지 설비가 풀 가동에 들어가진 않았지만 오는 2011년에는 원가절감과 수율개선 효과를 통해 내년 34억원, 2011년에는 80억원 가량의 손익개선 효과를 볼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미국의 1인당 닭고기 소비량이 국내에 비해 3배가 넘는 것을 감안하면 식생활 변화와 함게 성장 가능성이 무한하다고도 볼 수 있습니다. 생산 설비 확대한 만큼 닭고기 소비 성수기에 들어서면 곧바로 규모의 경제 효과를 누릴 수 있을 겁니다"

◇ `200억 실탄` 상시준비..신성장동력 찾기 `골몰`

한 회장이 강조하는 마니커와 닭고기 산업의 변화는 규모뿐이 아니다.

마니커는 천연 DHA를 함유한 계육, 사육과정에서 항생제를 전혀 사용하지 않은 무항생제 계육 등 이른바 현대인에게 맞춘 `프리미엄 닭고기`을 속속 시장에 선보이고 있다.

1980년대 축산업에서 시작해 제조업으로, 다시 생명공학을 주도하는 바이오 산업으로 변화하겠다는 의지도 말끝마다 내비친다.

"신규 사업으로 이미 오래전부터 바이오 산업에 관심을 갖고 있습니다. 얼마전에도 투자 협력 제안서를 받아 둔 것이 있지만 아직까지 제대로 된 파트너를 만나지 못한 듯합니다."

마니커는 한때 국내 한 바이오디젤 생산업체에 직접투자를 진행한 경우도 있다. 하지만 투자가 생산을 통한 수익으로 이뤄지지 않고 `머니 게임`으로만 변질되는 모습을 보고는 이내 철수했다.

AI(조류 인플루엔자)로 어려움을 겪었던 이후 항상 200억원 가량의 가용자금은 회사에 유보해 두고 있다는 그는 "서두르진 않겠지만 언제든 확실한 사업성을 보이는 투자대상을 찾아 신성장 동력으로 삼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 2배 규모 증설을 완료한(현재 조경공사중) 마니커 동두천 도계공장 조감도

■ 마니커는 어떤 회사?

닭을 파는 회사? 맞는 말이지만 정확히는 틀리다. 마니커는 `육계계열화 회사`다.

육계계열화사업이란 우수한 품종의 육계 병아리를 부화시켜 양계 농가에 사육을 맡긴 뒤 이를 거둬들여 닭고기 및 육가공품을 생산하고 유통하는 일련의 사업과정을 말한다.

85년 건축설계사였던 한 회장이 창업한 대연식품은 90년 농림부에 의해 육계계열화사업체로 선정된 뒤, 98년에는 덩치가 10배에 이르는 대상그룹의 대상마니커를 인수해 지금의 마니커로 재탄생 했다.

현재 전국 3곳에 원종계장, 4곳에 종계장을 가지고 있으며 용인, 동두천 등에 하루 25만마리를 생산할 수 있느 도계장을 가지고 있다.

플러스푸드, 목우촌과마니커 등 협력회사를 합치면 하루 생산하는 닭고기는 35만마리 규모다. 통닭, 부분육 등 일반 계육제품 뿐 아니라 냉장, 냉동식품 및 레토르트 삼계탕 등의 제품을 공급한다.

마니커는 2000년 코스닥 시장에 등록한 뒤 사업규모를 키워 2002년에는 유가증권시장으로 옮겨 왔다.

2006년 이후 2년간 평균 매출 성장률은 19%를 기록하고 있다. 작년 2536억원의 매출을 기록한 데 이어 올해는 상반기까지 매출 1548억원, 영업이익 59억원, 순이익 25억원의 실적을 거두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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