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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사 원인이 된 공장 2층에 적재됐던 전지들은 이틀 전 폭발했던 전지와 동일한 시점에서 생산된 제품이었던 것으로 밝혀져 유해화학물질 관리 기준 강화에 대한 목소리가 더욱 커질 전망이다.
23일 경기남부경찰청 화성아리셀공장 화재사고 수사본부는 화성서부경찰서에 이 같은 내용의 수사결과를 발표했다. 경찰은 지난 6월 24일 아리셀 화재 이후 60일에 걸친 수사 끝에 업무상과실치사상과 업무방해 등 혐의로 18명을 입건, 아리셀 박중언(35) 운영총괄본부장과 안전보건관리 담당 A(48)씨 등 2명에 대한 구속영장을 신청했다.
고용노동부 경기지청 또한 중대재해처벌 등에 관한 법률과 산업안전보건법, 파견근로자 보호 등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로 아리셀 박순관 대표와 박중언 본부장, 인력파견업체 메이셀 대표 등 3명에 대한 구속영장을 신청했다. 이번 사고로 구속영장이 청구된 인원은 총 4명이다.
납기 지연에 ‘日5000개 생산’ 강행, 불량률 급증
경찰 수사결과 아리셀은 올해 1월 방위사업청과 34억원 상당의 계약을 체결하고 리튬전지를 납품했으나, 지난 4월 납품분이 국방기술품질원 품질검사에서 국방규격 미달 판정을 받아 납품을 중단하고 재생산에 착수했다.
이후 아리셀은 지연된 납품일정을 맞추기 위해 5월 10일부터 ‘1일 5000개 생산’ 목표를 설정하고 공장이 보유한 기존 자원으로는 감당하지 못할 무리한 제조공정 가동을 결정했다. 납품이 지연되면서 매일 70만7169원의 지체상금이 부과됐기 때문이다. 화재 발생일 기준 아리셀이 지급해야 할 지체상금은 3800여만원이었다.
아리셀은 목표 달성을 위해 5월부터 인력파견업체인 메이셀로부터 근로자 53명을 신규 공급받아 충분한 교육 없이 메쉬 절단·라미네이션·와인딩·시팅 등 리튬전지 내·외부 단락의 원인이 될 수 있는 주요 공정에 투입했다. 경찰은 아리셀 제조 리튬전지 불량률이 3~4월 평균 2.2%에서 신규 인력이 투입된 5월 3.3%, 6월 6.5%로 늘어난 점을 바탕으로 비숙련공 투입으로 인한 불량률이 급증한 것으로 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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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히 참사 이틀 전 전해액 주입이 완료된 발연전지 1개가 폭발하는 사고가 발생했지만, 원인 분석이나 조치 없이 생산라인은 계속 가동됐다. 화재 발생 당일 최초 발화점으로 지목된 공장 2층에 적재돼 있다가 폭발한 전지들도 이틀 전 폭발한 전지와 동일한 시점에 전해액이 주입됐던 제품들이었다.
국립과학수사연구원의 감정 결과 이번 리튬전지 폭발은 메쉬 절단면에서 확인된 끝단 뾰족한 형태의 버(Burr, 크기 100㎛)와 젤리롤에서 확인된 금속 이물질(크기 140㎛)이, 분리막 등의 전지 구조물에 영향을 줬을 가능성이 제기됐다.
다만 국과수는 “전지의 발열은 미세단락 과정에서 발한 전기적 발열에 기인한 것으로 화재와 관련이 있을 수 있고, 미세단락의 크기나 지속 조건에 따라 발열 시점과 폭발 시점은 다를 수 있다”고 부연했다.
정규직과 비정규직의 벽, 인명피해 키웠다
아리셀 화재로 인한 사망자 대다수는 최초 발화지점인 공장 2층에서 작업을 하다 변을 당했다. 리튬 및 염화티오닐 등 위해·위험물질을 취급하는 아리셀은 관계 법령에 정한 기준의 비상구가 설치돼야 하고, 근로자들에 대한 안전과 소방교육이 필수다. 하지만 경찰과 노동부 조사결과 아리셀은 어느 하나 제대로 지켜지지 않았던 것으로 확인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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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재가 발생한 3동 건물은 2급 소방안전관리대상물임에도 피난계획 등이 포함된 소방계획서 작성은커녕 피난훈련을 포함한 소방훈련 및 교육도 실시하지 않았다. 화재 당시 2층에는 정규직 20명, 비정규직 23명이 근무하고 있었다. 이중 정규직원을 따라 피난한 2명을 제외한 비정규직 21명이 현장에서 목숨을 잃었다.
김종민 수사본부장은 “최초 발화 이후 37초라는 골든타임 동안 누군가가 대피하라는 유도만 했더라도 한 자리에서 21명이 숨지는 일은 없었을 것”이라며 “통상 화재 현장에서는 탈출시도 등이 발견돼야 하나 21명이 사망한 곳에서는 그런 흔적이 없었다”고 말했다.
국방기술품질원 검사 시료 바꿔치기까지
경찰이 아리셀에 적용한 업무방해 혐의의 구체적 범죄사실은 ‘군납비리’다. 아리셀은 올해 4월 17일 국방기술품질원 검사자가 미리 선정해 봉인한 ‘샘플 시료전지’를 별도 제작한 ‘수검용 전지’로 몰래 바꿔치기했다. 아리셀은 지난 2021년 최초 군납 때부터 수검용 전지를 별도 제작, 용량검사 통과를 위해 시료 바꿔치기 및 조작된 데이터를 활용해 국방기술품질원 검사를 통과한 것으로 밝혀졌다. 아리셀은 2021년 12월부터 2024년 2월까지 47억원 상당의 전지를 군에 납품했다. 이 같은 행위는 모두 박중언 본부장의 지시 하에 장기간 다수 관계자들이 공모해 조직적으로 이뤄졌다.
김종민 수사본부장은 “화재사고에 대한 보강수사와 함께, 장기간 조직적으로 이뤄진 군납전지 납품 관련 업무방해 혐의에 대해서는 집중적인 수사를 추가로 진행하겠다”며 “수사과정에서 확인된 군납전지 납품 과정 문제점과 리튬전지 관련 규정 미비 등은 해당 기관에 통보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한편, 지난 6월 24일 오전 10시 30분께 화성시 서신면 일차전지 제조업체 아리셀 공장에서 발생한 불로 23명이 숨지고, 8명의 중경상자가 발생했다. 경찰은 화재원인 규명·현장감식·피해자보호팀 등으로 구성된 123명 규모 수사본부를 구성해 3개 13개소 압수수색과 합동감식 4회 및 관련자 103명 조사를 진행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