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리스찬 디올, 릭 오웬스 등의 컬렉션에서 중세풍의 체인 장식, 다크 로맨틱 의상들이 제안되기도 했지만 하라주쿠의 고스로리 족이라면 모를까, 마녀와 어울리는 고딕 룩이 패션트렌드로 받아들여지긴 어려울 듯한데, 대신 마녀들은 방송매체를 통해 시선을 모으며 신드롬을 일으키고 있다.
프릴, 레이스 장식의 블라우스와 수트로 고딕풍의 클래식 패션을 의상으로 선택한 아이비는 주술을 부리는 듯한 손짓과 파워플한 댄스로 팬들의 마음을 빨아들이며 가요차트를 평정하고 있다.
또한 원더걸스는 `아이러니` 뮤직비디오에서 부두인형을 가지고 저주를 거는 장면을 연출하기도.
마녀는 주로 동화나 만화 속에서 주인공 소녀를 괴롭히는 역할을 맡아왔다. 고깔모자와 검은 망토 차림으로 빗자루를 타고 날아다니던 마녀는 심술궂은 할머니의 모습으로 많이 그려졌었지만, 때때로 영화 속에선 매력적으로 변신하기도 했다.
이외에 코미디 영화 `호커스 포커스`에서는 귀여운 마녀 사라 제시카 파커, 마녀 재판을 소재로 한 `크루서블`에서는 광기어린 소녀 위노나 라이더를 만나며, 판타지 영화 `사자, 마녀, 그리고 옷장`에서는 빅터 앤 롤프의 뮤즈이기도 한 틸다 스윈튼이 신비로운 하얀 마녀로 등장한다.
현대물에서는 니콜 키드먼이 `프랙티컬 매직`, `그녀는 요술쟁이`를 통해 마녀로서 맹활약했다.
마녀 트렌드는 영화 `악마는 프라다를 입는다`가 불을 당겼다고 볼 수 있다. 메릴 스트립이 연기한 미란다 프레슬리는 마법을 부리진 않았지만 마녀로 불리기에 손색없는 악역이었는데, 한편으론 냉철한 파워우먼의 긍정적 이미지도 함께 보여주면서 강한 여성이 지닌 아름다움을 새로운 시각으로 바라보도록 했다. 영화 `타짜`의 김혜수에서 비롯된 팜므 파탈의 재해석은 치명적인 아름다움으로 남성을 파멸에 이르게 하는 악녀를 트렌디한 여성상으로 끌어올렸다.
이러한 현상은 좀 더 나아가 선악 이분법이 흐릿해지는 것으로도 해석된다. 영화나 드라마 속 캐릭터들이 절대적 선과 악이 아닌 각자 고유의 색깔을 내면서 복잡하고 다양한 현대인들을 대변하고 있는 것은 아닐까. 드라마 `마왕`이 바로 이러한 컨셉에서 출발했으며 곧 촬영이 시작되는 소지섭 주연의 `카인과 아벨`도 마찬가지. 이는 데스노트의 두 미소년, 라이토와 L의 경쟁구도에서도 만날 수 있었다.
너무 거창하게 선과 악의 대결까진 생각하지 않아도 되지만 주술에 걸린 듯한 이번 시즌, 보다 적극적으로 봄의 기운을 느끼기 위해선 마녀로부터 카리스마 넘치는 매력만큼은 빌어오자.
김서나 비바트렌드(www.vivatrend.com) 기획팀장 및 패션 칼럼니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