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부가 유료방송에 대한 시청자들의 불만이나 민원을 방통위가 볼 수 없게 차단하면서, 방통위의 시청자권익보호위원회가 안건을 만들지 못해 활동이 중단된 것이다.
미래부의 지나친 ‘권위주의’ 때문이라는 비판과 함께, 정부조직개편 당시 두 부처로 쪼개진 방송 정책의 문제점이 이번에 날 것으로 드러났다는 평가도 나온다.
올해 3월 4일 미래부 감사관실은 방통위에 이메일로 “지금까지 부여된 (민원처리시스템) ID/PW는 삭제했다”는 내용을 통보했다. ‘민원인은 미래부의 민원처리시스템에 자신의 민원내용과 개인정보 등을 남겼는데, 그 민원인의 동의없이 제3자인 방통위가 그 정보를 보는 것이 개인정보보법 등을 위반할 수 있다’는 게 이유였다.
그러면서 “그러나, 업무상 꼭 필요한 사항이라 판단되시면 개인정보보호법 및 민원사무처리에 관한 법률 등을 검토하여 문서(법률자문 결과 또는 내부변호사의 검토자료 등 첨부)로 3.14일까지 요청하시기 바란다”며 “기한 내 요청이 없을 경우, OCS권한이 필요없는 것으로 처리하겠다”고도 통보했다. 또한 이 과정에 “사전 협의 부탁”한다고도 덧붙였다.
방통위 역시 문제가 있었다. 방통위는 미래부 담당자와 협의를 시도했으나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고, 복수의 민간 로펌에 법률 검토를 의뢰한 것이 미래부에서 통보받은 날부터 무려 4개월 뒤인 7월 4일이었다.
로펌들은 7월 15일 ‘법률적으로 문제없다’는 검토 결과를 방통위에 냈다. 한 로펌은 “미래부가 방통위에 직속된 시청자권익위에게 해당 시청자의 불만 내용 및 개인정보를 제공하더라도 이는 유료방송에 관한 시청자불만을 처리하기 위한 목적으로서 당초 미래창조과학부가 개인정보를 수집한 목적 범위에서 개인정보를 제공한 것이라고 볼 수 있다”는 결론을 내렸다.
최민희 의원 “미래부 갑질에 시청자권익위 마비”
그리고 방통위는 4일 뒤인 8월 12일 미래부에 열람신청서를 보냈고, 미래부는 곧 방통위에 대해 사용권한을 부여해 ‘유료방송에 대한 시청자 민원’을 둘러싼 협의는 드디어 마무리됐다.
국회 미래창조과학방송통신위원회 소속 최민희 의원(새정치민주연합)은 “같은 부처내에서 ‘법률검토는 니네가 해라’는 식으로 일방적인 통보를 하는 것은 산하기관을 대하는 듯한 비정상적인 태도”라고 비판했다.
또 “방송법이 부여한 역할과 권한을 존재 이유로 가지는 정부 부처가 어처구니없는 사안으로 시간을 끌며 ‘시청자 권익보호’를 내팽개쳐 버린 것”이라고 질타했다.
최 의원은 “미래부의 방통위에 대한 ‘갑질’에 실소를 금할 길 없다”며 “두 부처는 앞으로 방송, 통신 분야 업무를 추진할 때 이 정신을 유념해 두 번 다시 시청자와 국민에게 피해를 주는 일이 없어야 한다”고 촉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