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상훈의 부자가게 만들기) 고객 탓하는 사장치고, 장사의 선수는 없다

  • 등록 2008-03-27 오후 5:00:00

    수정 2008-04-08 오전 10:57:49

[이데일리 김상훈 칼럼니스트] 성공하는 음식점과 실패하는 음식점을 판가름하는 결정적인 요인이 있다. 다름아닌 음식점 주인의 태도이다.

성공하는 음식점에서는 주인은 늘 고객들에게 감사한다는 표현을 게을리 하지 않는다. 반면 영업이 부진하거나 실패한 매장을 방문해 보면 한결같이 주인들은 동네 수준을 따지고 든다.

일종의 불평불만이자 책임전가이다. 우리집 음식은 아주 수준도 높고 맛있는데 주변 고객들의 수준이 낮아서 제대로 인정받지 못한다거나 동네가 싼동네라서 수준이 너무 낮다면서 불만을 쏟아내는 경우를 종종 보게 된다.

과연 그럴까?

몇해 전 필자는 수도권 위성도시의 한 변두리 상권에서 횟집을 운영하던 컨설팅 의뢰를 받고 현장을 나가게 되었다. 매장에 도착해서 주인과 점포 운영 전반에 걸치 상담시간을 가졌다.

횟집 주인은 누구나 상호만 얘기하면 알 수 있는 강남의 특급호텔 일식 조리사 출신의 사장이었다. 일반인들이 생각하기엔 실력좋은 조리사들이 음식점을 창업하면 성공확률이 높다고 생각할 수 있다.

하지만 결과는 반대로 나타나는 경우가 많다. 맛을 담보하는 조리부문과 전체적인 경영이라는 차원은 다르기 때문이다.

시장조사 결과 컨셉이 애매모호하다는 것을 직감할 수 있었다. 지역적 특성은 서민들의 밀집상권이기 때문에 대중적인 수요를 노려야 됨에도 불구하고 메뉴구성을 보면 중고가 횟집을 표방하는 가격대를 형성하고 있었다.

가격은 중고가인데 음식점 위치도 2층인데다 고객들이 횟집을 인지하고 매장으로 유입될 수 있는 가시성과 접근성 또한 아주 취약했다. 시설경쟁력 또한 대중횟집도 아니고 고급 일식점도 아닌 어정쩡한 시설을 갖추고 있었다.

시장조사를 마치고 사장과 실패원인에 대해서 의견을 나누었다. 조리사 출신 사장의 말이 지금도 기억에 생생하다. “이 동네 OO은 동네수준이 너무 낮습니다. 다들 싸구려 횟집만 다닐 줄 알았지, 저같은 고급요리를 알아주질 못한다니까요.”

자신의 요리실력은 우리나라 최고의 실력인데 동네 수준이 낮아서 요리를 제대로 평가받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다. 때문에 고객들의 수준이 한심스럽다는 요지의 얘기였다. 어처구니 없는 반응에 잠시 할 말을 잃을 정도였다.

그렇다면 자신의 높은 특급호텔 요리 실력을 제대로 뽐낼 수 있는 부자동네에다 오픈을 해서 영업을 하면 됐지, 왜 이제 와서 동네 수준 타령인지 도무지 이해가 되지 않았다.

주인의 입장에서 보면 비싼 동네에서 독립을 하기엔 투자금액이 너무 많이 들어가서 자금을 최소화 할 수 있는 수도권 위성도시에서 창업을 했으면 그 동네의 소비자의 수준에 맞춰서 영업을 하는 것이 바람직한 경영자의 마인드라는 사실을 망각하고 있었다.

필자는 전반적인 메뉴구성부터 다시 할 것을 주문했다. 가격대를 이웃 경쟁점포들 수준으로 과감하게 낮추는 것은 물론 오히려 싼가격에 비싼 음식을 먹을 수 있다는 것을 주 무기로 삼자는 제안을 했다.

물론 원가는 많이 들어갈 수 있다. 하지만 지금 상태에서 가게를 그만두고 임대를 내 놓는다고 해도 임대수요를 찾기란 쉽지 않을 것이라는 판단 때문이었다.

저렴한 가격과 양질의 서비스를 결합해서 마케팅을 강화한다면 고개를 끄덕이는 소비자들이 늘 것이라는 판단을 내릴 수 있었다. 무엇보다도 고객들을 존중할 줄 아는 사장의 자세부터 가다듬을 것을 주문했다.

객관적인 컨설턴트 입장에서 판단하자면 위의 횟집 사장과 같은 실패사례는 곳곳에서 찾아볼 수 있다. 특히 조리사 출신 사장들은 자신들의 요리실력에 대한 자부심은 대단하다.

적어도 내 요리실력 만큼은 늘 최고라는 자부심을 갖고 산다. 하지만 정작 중요한 고객의 눈높이에 맞추고자 하는 경영마인드 자체는 결여돼 있다는 것이 가장 큰 문제다.

맛내기를 위해 조리를 하는 것 자체는 일종의 제조업 마인드라고 이해할 수 있다. 음식점 사장의 역할은 제조업 마인드도 중요하지만 그것보다는 고객의 니즈파악을 할 수 있는 영업마인드가 절실히 요구된다.

서울 잠실에서 2대째 대형 설렁탕집을 운영하는 한 음식점 부자의 충고가 생각난다.

“저는 집에서 잠을 자고 나가면서 간과 쓸개는 집에 보관해 놓고 나갑니다. 음식점을 운영한다는 것이 워낙 다양한 사람들을 만나는 일이기 때문에 그 사람들의 비위를 맞추려면 주인의 체면치레는 안중에도 없는게 사실입니다.”

가슴에 와 닿는 얘기다. 옛날에는 음식점을 운영하는 사람들은 못배우고 할 것 없어서 음식점을 운영하는 사람들이 많았다.

하지만 최근엔 음식점 운영자 70% 이상이 대졸 이상의 학력을 소지하고 있다는 프랜차이즈 본사의 발표도 있었다. 음식점은 대표적인 서비스업이다.

때문에 음식을 사서 먹는 공간에서 만큼은 손님들은 소위 대접을 받고 싶어하는 심리가 있다. 우리나라에서 셀프커피전문점이나 셀프호프집 등이 장사가 잘 안됐던 이유가 있다.

한국사람들의 특성 중 하나는 음식점에서만큼은 어린아이들도 대접을 받고 싶은 심리적인 요인이 있다. 때문에 당연히 손님은 음식점 주인의 머리위에 있기 마련이다.

이러한 심리적인 배경을 이해하지 못하고 일단은 손님 탓으로 불만을 돌리는 것은 아주 위험한 생각이다. 손님이 찾아주지 않는 음식점은 문을 닫아야 한다.

음식점을 운영하는 점주라면 음식점의 성패는 고객의 눈높이를 얼마나 잘 따라잡느냐의 유무에 달려있다는 사실을 항상 망각해선 안된다.
 



스타트컨설팅 소장
주요경력스타트비즈니스 대표이사서울시 '하이서울 창업스쿨' 창업지도위원 및 전담강사(사)한국소자본창업컨설팅협회 이사중소기업청 소상공인지원센터 영세자영업 컨설팅 수행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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