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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9일 서울 영등포구 청소년 꿈드림 센터에서 만난 박무성(19)군은 처음 학교를 떠나게 된 계기를 이같이 설명했다. 고1 때였다. 박군은 부모의 이혼 이후 어머니 혼자 책임져야 하는 가족생계를 모른척할 수 없었다. 학교에 마음이 떠나자 학교 가야 할 시간에 눈은 떠지지 않았다. 동네 친구들이 학교에 같이 가자며 데리러 오기도 했다. 하지만 한 번 떠난 학업에 대한 흥미는 쉬 돌아오지 않았다.
박군은 학교를 그만두고 아르바이트를 전전했다. 돈을 벌려고 시작한 일이었지만, 알바 비는 떼이기 일수였다. 체불임금만 300만원 정도. “(지역 고용노동센터에) 신고하면 받을 수 있다고는 들었는데 신고는 못 하겠더라고요. 사장님 사정도 힘든 것 같았거든요.”
박군은 신분의 불확실성 때문에 자신을 소극적으로 만들었고 결국 정당한 권리요구도 할 수 없었다. 이런 점을 악용하려는 업주들로부터 상처받는 일도 빈번했다. “4대 보험이 안 되는 건 물론이고 월급 수준도 같은 일을 하는 사람들과 비교해 턱없이 적었죠. 일은 쉬울 줄 알았는데 그렇지 않더라고요.”
박군은 어머니의 권유로 고등학교 졸업자격 검정고시를 준비해 당당히 합격했다. 그리고 이천 꿈드림센터를 통해 뮤지컬배우라는 꿈도 키워가고 있다. “학교를 그만두면 나쁜 길로 빠지기 쉬운 게 사실이에요. (‘학교 밖 청소년=문제아’라는) 사회적 편견을 우리가 만든 잘못도 있지만 앞으로는 그렇지 않은 모습도 보여드리고 싶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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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솔직히 사고도 많이 쳤어요. 어느 날 교복입은 아이들을 만났는데 부럽더라고요.” 그래서 찾아간 곳이 영등포 꿈드림센터였다. 그는 이곳에서 바리스타양성과정을 이수했다. 고등학교 졸업자격 검정고시도 합격했다. 그리고 다시 학교로 돌아갔다.
“지금은 대안학교를 다니고 있어요. 이 나이 때에 추억을 쌓아야 할 거 같아서요. 앞으로 진짜 제가 하고 싶은 걸 찾아 즐겁게 일하고 싶습니다.”
여성가족부에 따르면 2014년 기준 7세부터 19세까지의 학령기 아동 668만명 중 학교 밖 청소년은 44만명으로 추산된다. 이 중 개인 사정 등으로 해외로 출국한 4만 4558명을 제외한 국내에 있는 학교밖 청소년은 39만 2231이다. 매년 6만명의 청소년이 학교밖으로 나가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들이 학업중단 충동을 느끼는 시기는 박군과 여군처럼 고등학교 1학년(32.6%) 때였다. 이들이 느끼는 가장 큰 어려움은 사회적 선입견과 편견 무시였다. 자신이 진짜 잘할 수 있는 것을 찾기 위한 노력에도 비행청소년으로 보고 냉대하는 모습에 가장 큰 상처를 받고 있는 셈이다.
김숙자 여가부 학교밖청소년지원과장은 “학교밖 청소년들도 학교에 다니는 청소년들과 다를 게 하나도 없는 대한민국 청소년”이라며 “이들을 바라보는 따뜻한 시선이 그 어느 때보다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한편 지난해 5월 ‘학교밖 청소년 지원에 관한 법률’이 시행되며 정부는 국비와 지방비 197억원을 투입해 전국에 학교밖 청소년 지원센터 202개소를 구축했다. 이곳에서는 청소년 전문상담사 등이 학교 밖 청소년과 1대 1 상담을 통해 진로탐색 등을 돕고 있다. 지난 1년간 센터를 거쳐 간 이들만 8950명에 이른다. 3743명이 검정고시에 합격했고 2114명이 자격증을 취득했다. 이 외에도 △학교복귀 1015명 △취업 847명 △자기계발 738명 △직업훈련 566명 △대학진학 398명 등의 성과를 냈다.
그러나 여전히 97%의 학교 밖 청소년이 사각지대에서 머물고 있다. 김숙자 과장은 “앞으로 더 많은 학교밖 청소년이 정부 지원을 받도록 정보연계 등을 확대해 나갈 것”이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