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법사찰’ 우병우 헌법소원 냈지만…헌재 “직권남용 합헌”

명확성 원칙 위배 주장…재판관 전원 “합헌”
“공무원까지 모두 포괄하는 게 타당”
“국가기능 위태롭게 해 처벌 필요성”
18년 만에 재확인…“국민 불신 초래해 처벌해야”
  • 등록 2024-06-04 오전 10:22:58

    수정 2024-06-04 오전 10:22:58

[이데일리 박정수 기자] 고위 공직자에게 적용되는 직권남용 권리행사방해죄가 위헌이 아니라는 헌법재판소 판단이 나왔다.

[이데일리 방인권 기자] 우병우 전 청와대 민정수석
헌재는 우병우 전 청와대 민정수석 등이 형법 123조 등 관련 조항에 대해 제기한 헌법소원을 재판관 전원일치 의견으로 합헌 결정을 내렸다고 4일 밝혔다.

형법 123조는 공무원이 직권을 남용해 사람에게 ‘의무 없는 일’을 하게 한 경우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10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도록 한다.

우 전 수석은 박근혜 정부 당시 국정원 직원들에게 이석수 전 대통령 직속 특별감찰관과 김진선 전 평창동계올림픽 조직위원장의 정보를 수집·보고하도록 해 직권을 남용한 혐의로 재판받고 징역 1년이 확정됐다.

우 전 수석을 비롯한 나머지 청구인들도 우 전 수석과 마찬가지로 공무원으로 재직하면서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죄로 유죄 판결을 받아 헌법소원을 냈다.

이들은 형법 제123조의 구성요건인 ‘의무 없는 일을 하게 하거나’는 ‘의무’의 보호 법익에 대한 고려 없이 ‘공무원의 직무상 의무’가 포함되는 것으로 해석될 수 있는 부당한 결과를 초래할 수 있어 죄형법정주의에서 요구하는 명확성의 원칙에 위배된다고 주장했다.

명확성 원칙은 누구든지 어떤 행위를 하면 어느 정도 수준으로 처벌받는지 알 수 있도록 법률이 분명한 용어로 정해져야 한다는 원칙을 말한다.

[이데일리 방인권 기자] 헌법재판소
헌재는 직권남용 권리행사방해죄에 관한 헌법소원 총 4건을 심리한 뒤 이 죄가 헌법 원칙에 어긋나지 않는다고 판단했다.

헌재는 “‘직권의 남용’이란 ‘직무상 권한을 함부로 쓰거나 본래의 목적으로부터 벗어나 부당하게 사용하는 것’을, ‘의무 없는 일’이란 ‘법규범이 의무로 규정하고 있지 않은 일’을 뜻함이 분명하다”며 “범행의 객체가 되는 ‘사람’에 대해서도 단지 일반인뿐만 아니라 공무원까지 모두 포괄하는 것으로 보는 게 타당하다”고 판단했다.

헌재는 해당 조항이 책임과 형벌 간의 비례원칙에 대해서도 위반하지 않았다고 판단했다.

헌재는 “공무원이 직권을 남용해 개인의 자유와 권리를 침해하는 행위는 그 비난이 공무원 개인에 대해서만 그치지 않고, 국가작용 전반에 대한 일반 국민의 불신을 초래해 국가기능의 적정한 행사를 위태롭게 할 가능성이 있으므로 처벌의 필요성이 크다”고 했다.

헌재는 2006년에도 직권남용 권리행사방해죄가 명확성 원칙을 어기지 않았으므로 합헌이라고 판단, 18년 만에 헌법에 어긋나지 않는다고 재확인했다.

한편 헌재는 우 전 수석이 구 국가정보원법 11조 1항 및 19조 1항에 제기한 헌법소원 사건은 각하 결정했다.

구 국가정보원법 11조 1항은 국정원장과 직원들이 직권을 남용하여 법률에 따른 절차를 거치지 아니하고 사람을 체포 또는 감금하거나 다른 기관·단체 또는 사람으로 하여금 의무 없는 일을 하게 하거나 사람의 권리 행사를 방해해선 안 된다고 규정했다. 19조 1항은 이를 어길시 7년 이하의 징역과 7년 이하의 자격정지에 처한다고 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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