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南취재단 뺀 채 풍계리 핵실험장 폐기.. 비핵화 의지는 보여

미·영·중·러 외신 취재단 22일 원산 도착
정부 北에 유감 표명하면서도 "폐기 진행 주목"
  • 등록 2018-05-22 오후 3:30:57

    수정 2018-05-22 오후 3:30:57

영국 스카이뉴스 소속 톰 체셔 기자가 22일 자신의 트위터에 고려항공 여객기 내 모습을 담은 사진을 게재했다. (사진=트위터 캡쳐)
[베이징=공동취재단·이데일리 원다연 기자] 북한 풍계리 핵실험장 취재를 위한 한국 취재단이 22일 원산행 여객기에 끝내 오르지 못했다. 북한은 이날 한국 취재단을 제외한 채 풍계리 핵실험장 폐기를 위한 일정에 돌입했다. 정부는 우리측 취재단이 배제된 데 대해 유감을 표현하면서도 핵실험장 폐기 조치에 대해서는 긍정적인 입장을 밝혔다.

미국, 중국, 러시아, 영국 등 외신 취재단은 이날 오전 9시 중국 베이징 서우두 공항에서 고려항공 여객기에 탑승해 원산으로 향했다. 외신 취재단은 미국의 AP와 CBS, CNN, 영국의 스카이뉴스와 APTN, 중국의 CCTV와 신화통신, 러시아의 러시아투데이와 Ria통신 등으로 알려졌다. 이날 북한 원산에 마련된 숙소에 도착한 이들은 일기 상황에 따라 23일~25일 사이에 진행 예정인 풍계리 핵실험장 폐기 현장을 취재하게 된다. 북한이 앞서 12일 외무성 공보를 통해 풍계리 핵실험장 폐기를 공식화하면서 외신의 취재를 보장한다고 밝힌 데 따른 조치다.

그러나 북한은 끝내 우리측 취재단에는 방북 비자를 발급하지 않았다. 정부는 이날 오전 9시 남북 판문점 연락사무소 개시 통화에서 우리측 취재단 명단을 북측에 재차 통보하려 했지만, 북측은 ‘지시받은 것이 없다’며 이를 접수하지 않았다. 북한은 앞서 15일 우리측에 방송사 1곳과 통신사 1곳 각 4명씩 총 8명의 취재단을 초청한다는 의사를 밝혔다. 그러나 이튿날인 16일 맥스선더 연합훈련을 빌미로 당일 예정됐던 남북 고위급회담을 취소하는 등 대남 비난 수위를 높여가며 18일에 우리측이 통보한 취재단 명단을 접수하지 않더니, 끝내 우리측 취재단에 대해 방북 절차를 진행하지 않은 것이다.

정부는 이날 조명균 통일부 장관 명의의 입장문을 통해 북한에 유감의 뜻을 전했다. 정부는 “남북 간 모든 합의들을 반드시 이행함으로써 새 시대로 나아가자는 것이 남북 정상이 합의한 판문점 선언의 취지라는 점을 다시 한 번 강조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도 정부는 북한이 핵실험장 폐기를 예정대로 진행하는 점에 대해서는 평가했다. 정부는 “북측이 공약한 비핵화의 초기조치인 풍계리 핵실험장 폐기가 예정대로 진행되고 있는 점은 주목하며, 북한의 이번 조치가 북미정상회담의 성공적 개최로 이어지기를 기대한다”고 밝혔다. 북미 정상회담을 앞둔 상황에서 남북 간 갈등을 고조시키지 않고 북한의 비핵화 조치를 이끌려는 것으로 풀이된다.

한편 이날 외신 기자단의 항로를 통한 방북이 마무리되면서 지난 21일부터 베이징에서 대기하던 우리측 취재단은 23일 귀국한다. 취재단은 귀국 후 서울에서 육로를 통해 막판 취재에 합류하게 될 가능성에 대비할 예정이다.

이데일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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