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에는 일부 급식이나 해산물 등에서 발견되는 기생충이 가끔 신문지상을 장식하는 정도이지만, 과거에는 우리나라도 기생충 감염률이 높았다. 정부가 1971년 발표한 ‘제1차 장내기생충 감염 실태조사’에 따르면 당시 국내 감염률은 약 84.3%로, 10명 중 8명 이상이 회충이나 편충 등 장내 기생충을 보유하고 있었다. 가장 최근인 2012년에 발표된 ‘제 8차 장내기생충 감염 실태조사’에 따르면 국내 장내 기생충 감염률은 2.6%에 불과하다.
에이치플러스 양지병원 진단검사의학과 양정선 과장은 “위생 수준이 열악했던 과거에는 농사에 인분을 비료로 활용해 이로 인한 2차 감염이 많았지만 현재는 위생수준이 높아지고 화학비료 사용 등 환경이 좋아지면서 장내 기생충 감염률은 급격히 낮아졌다” 고 말했다.
이렇게 기존의 기생충 감염률이 낮아진 반면, 최근에는 인수공통감염성이나 식품매개성 기생충에 감염된 사람들이 늘어나고 있다. 특히 해외여행이 늘어나면서 과거 국내에 없었던 신종 기생충으로 인한 감염질환 환자도 늘어나고 있다. 질병관리본부 감염병웹통계시스템에 따르면 해외유입기생충감염증 환자는 2010년 1명에 불과했지만 지난해에는 16명으로 크게 늘어났다.
식품매개성 기생충에는 소위 ‘디스토마’라 불리는 흡충이 있다. 특히 간흡충(간디스토마)의 경우 2014년 전체 장내기생충 중 77%를 차지할 정도로 가장 흔한 기생충인데, 민물생선이나 우렁이 등을 날 것으로 섭취할 때 사람에게 감염된다. 초기에는 특별한 증상이 나타나지 않아 감염 사실을 모른 채 지내는 경우가 많다. 그러나 간흡충 수가 늘어나게 될 경우 담석이나 황달, 급성 복통 등을 유발할 수 있으며 감염이 만성화될 경우 담관 경화증 및 담관암 등의 질환으로 악화될 수 있다. 이에 국제보건기구 산하 국제암연구소에서는 담관암 발생의 1등급으로 간흡충을 규정했으며, 간흡층 유행지역에서의 담관암 발병률이 비유행지역 대비 10배 가량 높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최근 일본 등지에서 이슈가 되고 있는 아니사키스(고래회충)도 식품매개성 기생충의 일종이다. 간흡충이 민물생선이 매개체라면, 아니사키스는 바다 생선을 날 것으로 먹을 때 감염될 수 있다. 바다 생선의 소화기에 사는 이 기생충은 사람의 몸에 들어갈 경우 복통과 구토 증상이 일어난다.
필요 시에는 예방약이나 구충제 등을 복용하거나 병원에서 전문적인 치료를 받는 것이 필요하다. 말라리아는 위험지역으로 출발하기 전 예방약을 복용해야 하며, 식품매개성 기생충에 감염되었다면 구충제 복용이 도움이 된다. 다만 간흡충은 일반 구충제의 효과가 없어 병원 진단을 거쳐 필요한 구충제를 처방 받아야 하며, 아니사키스는 별도 구충제가 없고 증상이 심할 경우에는 내시경 시술 등이 필요하다.
양정선 과장은 “과거 우리나라에 만연했던 회충, 편충 등 토양매개성 기생충 질환은 많이 감소한 반면, 해외여행 증가 및 의학기술의 발달 등으로 과거 발견하지 못했던 다양한 기생충들이 발견되고 있는 상황”이라며 “만약 자신이 날것을 좋아하는 등 기생충에 노출될 가능성이 높을 경우 정기적인 진단 등을 통해 기생충 질환 유무를 확인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조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