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성주원 기자] 한명숙 전 국무총리가 국가정보원의 사찰 행위에 대한 책임을 물으며 국가를 상대로 손해배상 소송을 제기했지만 1심에서 패소했다. 법원은 국가가 한 전 총리에 배상할 책임은 있지만 시효가 지나 한 전 총리에게 청구권이 없다고 판단했다.
| 한명숙 전 국무총리가 지난 2022년 10월 17일 서울 여의도 국회박물관에서 열린 ‘이해찬 회고록 출판기념회’에서 축사를 하고 있다. (사진= 이데일리 노진환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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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9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중앙지법 민사201단독 김효연 판사는 한 전 총리가 “3100만원을 배상하라”며 국가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 소송에서 원고 패소 판결했다.
한 전 총리는 국정원이 2009년 ‘특명팀’을 활용해 자신을 뒷조사하고 인터넷에 비방글을 게시해 비난 여론을 조성하는 등 불법행위를 했다며 손해배상 청구 소송을 제기했다.
재판부는 국정원의 불법행위를 인정하면서 이로 인한 국가배상 책임이 있다고 봤다. 다만 국가배상청구권의 시효인 5년이 지났기 때문에 한 전 총리가 국가배상을 청구할 수 없다고 판단했다.
국가배상법에 따른 국가에 대한 손해배상청구권은 불법행위 종료일로부터 5년 동안 행사하지 않으면 국가재정법에 따라 시효로 인해 소멸한다.
한 전 총리 측은 특수한 경우에 해당한다며 소멸시효 적용을 하지 말아야 한다고 주장했지만 재판부는 “사안의 특수성을 고려한다는 명목으로 개별 사안마다 소멸시효를 적용할지 여부와 그 충족 여부를 달리 판단한다면 법적 안정성을 저해할 수 있다”며 받아들이지 않았다.
재판부는 이어 “오히려 이 소송의 궁극적인 목적은 금전배상을 받기 위함보다는 원고에 대한 국정원 공작행위의 위법성을 법적으로 확인받고자 하는 취지라고 보인다”며 “이 사건의 사찰 행위는 위법한 것으로 판단됐다”고 덧붙였다.